미국 증시가 14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우려와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일제히 큰 폭 하락했다. S&P 500지수는 -1.24% 내렸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7%, 나스닥 100지수는 -1.54% 하락했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1.26%,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56% 떨어졌다.
2026년 5월 15일, 바차트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주가 하락은 전 세계 채권시장 전반의 매도세와 급등한 원유 가격이 동시에 투자심리를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중동발 원유 공급이 조만간 정상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5주 만의 고점까지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머무르고,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로 남아 있다는 점이 유가 급등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로, 이곳의 차질은 곧바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물류 비용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유가 상승은 전 세계 채권금리를 끌어올렸다. 일본 10년물 JGB 금리는 29년 만의 최고치로 뛰었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18년 만의 최고치로 급등했다. 독일 10년물 분트 금리도 15년 만의 최고치까지 올랐으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60%로 올라 11.75개월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채권금리가 오르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낮아져 성장주와 기술주에 부담이 커지며,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은 대형 기술주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경제지표도 금리 하락 기대를 약화시켰다. 5월 엠파이어 제조업지수의 일반 경기여건 지표는 예상과 달리 8.6포인트 급등해 19.6으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7.2보다 훨씬 강한 수치다. 또한 4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6% 증가해 예상치인 0.2%를 웃돌았고, 1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이런 지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보다 긴축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해석을 강화했다.
실제로 시장은 오는 6월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확률을 3% 수준으로만 반영하고 있다. 통상 bp는 금리 변동폭을 나타내는 단위로, 25bp는 0.25%포인트를 뜻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채권과 주식 모두에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이번 분기 실적 발표는 전반적으로 증시에 우호적이지만, 기술주 중심의 랠리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54개 S&P 500 기업 가운데 83%가 1분기 실적에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업종을 제외하면 1분기 이익 증가율은 약 3%에 그쳐 2년 만의 가장 약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증시 상승을 떠받쳐온 대형 기술주의 기여도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유로스톡스 50지수는 -1.81%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주 만의 저점으로 밀리며 -1.02% 내렸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1주일 만의 저점으로 떨어지며 -1.99% 하락했다. 글로벌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흔들리며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된 셈이다.
국채시장과 유럽 채권시장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6월물 10년 만기 미 국채선물은 -30틱 하락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11.3bp 오른 4.595%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4.598%까지 오르며 11.7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유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자 채권 가격은 압박을 받았고,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중앙은행들의 긴축을 더 오래 끌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유럽 국채금리도 크게 뛰었다. 독일 10년물 분트 금리는 3.172%까지 올라 15년 만의 고점을 찍은 뒤 3.167%로 12.4bp 상승 마감했다.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5.180%까지 치솟아 약 18년 만의 고점에 도달했고, 5.172%로 17.8bp 상승했다. 금리 파생상품 시장은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확률을 88%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반도체와 원자재, 가상화폐 관련주가 특히 약세를 보였다. 반도체주들은 이번 주 상승분을 일부 되돌리며 하락했다. ARM 홀딩스는 -8% 이상 떨어져 나스닥 100지수 내 낙폭 선두를 기록했고, 인텔은 -6% 이상 하락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5% 이상, 램리서치·AMD·ASML홀딩·엔비디아·KLA는 모두 -4% 이상 내렸다. 브로드컴도 -3% 이상 하락했으며, 아날로그디바이시스와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는 -2% 이상 떨어졌다. 기술주의 약세는 금리 상승과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민감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광산주 역시 금·은·구리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급락했다. Hecla Mining과 Anglogold Ashanti는 -9% 이상 하락했고, Coeur Mining은 -8% 이상 내렸다. 뉴몬트는 -6% 이상, Southern Copper와 Barrick Mining은 -5% 이상 떨어졌으며, Freeport-McMoRan도 -4% 이상 하락했다. 귀금속 및 산업금속 가격이 동시에 약세를 보이면서 채굴업체들의 수익 기대도 약화됐다.
가상화폐 연동주도 비트코인 가격 약세에 휘청였다. 비트코인은 -2% 이상 하락해 1.5주 만의 저점을 기록했고, 코인베이스 글로벌은 -7% 이상 떨어져 S&P 500 내 낙폭 선두를 나타냈다. 갤럭시디지털홀딩스도 -7% 이상 하락했으며, MARA 홀딩스는 -6% 이상,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Riot Platforms는 -4% 이상 내렸다.
항공사와 크루즈 운영사도 유가 급등 직격탄을 맞았다. WTI가 4% 넘게 오르며 연료비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유나이티드항공홀딩스, 아메리칸항공그룹, 알래스카에어그룹은 -3% 이상 하락했고, 사우스웨스트항공, 카니발,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홀딩스는 -2% 이상 내렸다. 델타항공과 로열캐리비안크루즈도 -1% 이상 떨어졌다. 유가 상승은 항공과 여행업계의 비용 구조를 직접 악화시키는 만큼 향후 실적 가이던스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에너지 생산·서비스 업체들은 유가 급등에 힘입어 상승했다. APA Corp는 +5% 이상, 데본에너지와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은 +4% 이상 올랐다. 엑손모빌은 +3% 이상 상승했고, 코노코필립스, 마라톤페트롤리엄, 필립스66, 셰브론, 발레로에너지는 모두 +2% 이상 올랐다. 에너지 섹터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방어적 매력과 실적 모멘텀을 동시에 확보하는 경향이 있다.
개별 기업 실적과 이벤트도 주가를 갈랐다. Dlocal은 1분기 주당순이익(EPS) 14센트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 17센트를 밑돌며 -12% 이상 급락했다. NU 홀딩스는 1분기 매출 49억7000만 달러가 예상치 50억4000만 달러에 못 미치며 -5% 이상 하락했다. 반면 Figma는 연간 매출 전망을 13억7000만 달러에서 14억2000만~14억3000만 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13% 이상 급등했다. Dexcom은 Elliott Investment Management의 지분 투자와 이사회에 독립이사 2명을 선임하는 합의 소식에 +6% 이상 올랐다.
Papa John’s International은 Irth Capital이 회사를 비상장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로이터 보도 이후 +6% 이상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ershing Square가 신규 지분을 구축했다고 밝히며 +3% 이상 올랐다. C.H. Robinson Worldwide는 시티그룹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199달러로 제시하면서 +2% 이상 상승했다. 한편 이날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둔 기업으로는 Agilysys, James Hardie Industries, XP가 제시됐다.
이번 장세는 원유 급등이 물가 기대를 자극하고, 그 여파가 채권금리 상승과 성장주 조정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위험회피 국면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점은 증시에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에너지주와 일부 방어적 종목은 상대적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증시 방향성은 중동 정세, 유가 흐름, 10년물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 여부에 좌우될 전망이다.
리치 애스펀드(Rich Asplund)는 이 기사 공개일 기준 본문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으며, 모든 정보는 참고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