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비던스(미 로드아일랜드주), 5월 15일(로이터) – 기관투자자들이 올해 1분기 인텔부터 마이크론까지 다양한 반도체 종목에 새롭게 투자에 나서며, 2분기까지 이어진 강한 랠리에서 수익 기회를 노린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약 6,600개 헤지펀드, 연기금, 대학기금 등 기관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다.
2026년 5월 15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늦은 금요일 오후까지 분기별 13-F 공시를 제출한 투자자 가운데 약 5,000곳이 로이터가 추적한 17개 반도체 기업 중 최소 1곳 이상을 매수한 것으로 보고했다. 13-F 공시는 미국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분기 말로부터 45일 이내에 보유 포트폴리오와 변경 사항을 SEC에 신고해야 하는 제도로, 거대 자금의 투자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다만 이 자료는 3월 31일 이후 이뤄진 추가 매매는 반영하지 않는다.
가장 공격적으로 매수된 종목 가운데 하나는 마이크론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마이크론 주가는 올해 들어 154% 급등했다. 총 2,440개 기관이 마이크론에 새롭게 포지션을 잡았으며, 록펠러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슈로더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도 포함됐다.
그 뒤를 이은 것은 인텔이다.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기대가 반영된 인텔 주가는 올해 들어 195% 뛰었다.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1분기 인텔에 대한 신규 포지션을 공개했고, 뉴버거 버먼과 메트라이프 애셋 매니지먼트도 새로 투자에 나섰다.
북방신탁(Northern Trust)은 반도체 전반에서 두드러진 투자자로 부상했다. 이 회사는 1분기 동안 인텔과 마이크론뿐 아니라 시게이트 테크놀로지, 웨스턴디지털에도 신규 포지션을 열었다. 이들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188%, 179% 상승했다.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로 매수세 확산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는 AI 확산과 밀접하게 연동된 다른 종목으로도 번졌다. 1분기 첫 3개월 동안 4,000곳이 넘는 기관이 오라클, 아리스타 네트웍스, 버티브를 포함한 AI 인프라 분야 9개 기업에 기존 보유를 늘리거나 새로 투자했다. 같은 기간 이들 종목을 매도한 기관은 164곳에 불과했다.
여기서 말하는 AI 인프라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서버, 네트워크, 전력 장비, 냉각 시스템 등을 뜻한다. AI 모델이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할수록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와 설비 투자가 커지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AI 수혜주로 분류된다. 데이터센터 기업들 역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기관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유틸리티 업종도 수혜 기대가 반영됐으며, 늦은 금요일 기준 13-F 공시에는 1분기 동안 유틸리티 업종 익스포저를 줄이거나 청산한 기관이 없었고, 약 3,800곳이 새로 매수하거나 보유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 대형 기술주에 대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이 보다 선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1분기 동안 AI 관련 지출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근소하게 많았다. 이 집단에는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외에도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본 기사에서는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언급됐다.
빌 애크먼의 헤지펀드 퍼싱스퀘어는 최근 주가가 하락한 뒤 마이크로소프트에 새롭게 투자했으며, 이를 위해 장기 보유해온 알파벳 지분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거대 기술주 가운데에서도 AI 수혜와 밸류에이션 부담을 저울질하는 자금 흐름이 동시에 존재함을 보여준다.
또 다른 고위 프로필 기술주인 팔란티어에 신규 투자한 143개 투자자 가운데에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캐피털도 포함됐다. 무바달라는 1분기 동안 990만 달러 규모의 소규모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공시에 나타났다.
무바달라는 또한 쇼피파이에도 새롭게 투자했다. 쇼피파이는 AI가 사업모델을 흔들고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1분기 주가가 크게 압박받은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계열 종목 중 하나다. SaaS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형이 아니라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될 경우 기존 수익구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 상장 20개 SaaS 종목을 따로 조사한 결과, 전반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은 매수보다 매도에 더 기울어 있었으며, 397곳이 하나 이상의 포지션을 청산했다고 전했다. 이는 AI 수혜 업종에 대한 선호가 뚜렷한 반면, 기술 변화로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종에는 보다 방어적인 태도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영향과 향후 관전 포인트
이번 공시 결과는 기관자금이 1분기부터 반도체, AI 인프라, 데이터센터 전력으로 빠르게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와 서버·네트워크·전력 장비 관련 종목에 신규 자금이 몰린 점은 AI 투자 사이클이 단순한 기대를 넘어 실제 설비 투자와 실적 기대를 동반하고 있음을 뜻한다. 반면 대형 기술주와 SaaS 업종에서는 선별적 차익 실현과 리밸런싱이 병행되며, 시장이 성장성과 비용 부담을 동시에 점검하고 있는 모습이다.
향후에는 AI 관련 설비 투자 속도, 반도체 수요 지속성,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 여부가 주가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기관들의 신규 포지션 확대가 이어질 경우 반도체와 인프라 관련 종목에는 추가적인 수급 개선이 기대될 수 있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경우 변동성도 함께 확대될 수 있다. 특히 AI 수혜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주가 차별화는 당분간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