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재개통 기대에 국제유가 급락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CLN26)은 수요일 5.89달러(-5.66%) 하락한 채 마감했고, 7월물 RBOB 휘발유 선물(RBN26)도 0.1911달러(-5.35%)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은 이날 일제히 급락해 휘발유는 1주일 반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최종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곧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여기에 주간 미 에너지정보청(EIA) 재고지표가 엇갈리게 나온 점도 유가 약세를 유지시켰다.

2026년 5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끝내는 평화 합의가 임박했다는 기대 속에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요일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에서 “최종 단계”에 있다고 밝히며,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화요일에도 그는 이란이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평화 합의를 위해 다음 주 초까지 시간을 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말하는 WTI는 미국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원유 기준물이며, RBOB 휘발유는 미국 휘발유 선물가격의 대표 지표로 쓰인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7월 초 이후 항로가 봉쇄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호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도 유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는 해협이 다시 열리면 일부 원유 공급이 세계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수송로로, 일반적으로 세계 에너지 흐름을 가르는 전략적 통로로 평가된다. 해협이 닫히거나 통행이 제한되면 운송비 상승, 공급 지연, 정제제품 가격 변동성 확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지정학적 긴장은 원유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도 남아 있다. 로이터는 월요일 파키스탄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상호방위협정의 일환으로 전투기 편대와 방공시스템을 포함한 8,000명의 병력을 사우디에 배치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는 사우디가 추가 공격을 받을 경우 지원할 수 있는 “상당한 전투 능력을 갖춘 병력”으로 설명됐다. 일요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가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내 변전소에서 드론으로 추정되는 장치가 화재를 일으켰다고 밝혔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영공에 진입한 드론 3대를 요격해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사건은 중동 지역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간 보고에서 전 세계 관측 석유 재고가 3월과 4월에 하루 평균 약 400만 배럴 줄었다고 밝히고, 이번 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미국-이란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폐쇄 상태로 만들고 있으며,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이 약 하루 1,45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고, 이번 교란으로 전 세계 원유 비축량에서 거의 5억 배럴이 빠져나갔으며 6월에는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현지 저장시설이 포화에 가까워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탓에 생산을 약 6% 줄일 수밖에 없었다. IEA는 또 지난 목요일 분쟁 기간 동안 80개가 넘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고,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원유 시장에는 약세 요인도 존재한다. OPEC 대표들은 지난 목요일 카르텔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일련의 생산쿼터 인상을 지속해, 9월 말까지 중단됐던 원유 생산을 완전히 되돌리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OPEC은 이미 2023년에 단행한 하루 165만 배럴의 감산 가운데 약 3분의 2를 공식적으로 복원하기로 합의했으며, 이후 세 차례의 월별 단계로 나머지 물량도 되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OPEC+는 5월 3일 6월 원유 생산을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겠다고 했고, 5월에는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한 바 있다. 그러나 중동 전쟁으로 인해 중동 생산국들이 오히려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실제 증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42만 배럴 감소한 2,055만 배럴로 떨어져 35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에너지 데이터업체 Vortexa는 월요일 최소 7일 이상 정박한 탱크선에 저장된 원유가 5월 15일로 끝난 주에 전주 대비 2.7% 증가한 1억511만 배럴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는 해상 저장 물량이 다시 쌓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단기적으로는 현물시장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원유 시장의 또 다른 변수다. 제네바에서 미국 중재로 열린 최근 회담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조기에 끝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영토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내 영토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전쟁의 장기적 해결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제한을 유지하게 만들어 유가에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은 지난 10개월 동안 최소 30개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고 세계 공급을 줄였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4월에는 러시아의 정유시설, 수출 터미널, 송유관 인프라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최소 21차례 발생했고, 이에 따라 러시아의 평균 정유 가동률은 하루 469만 배럴로 떨어져 1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기업, 인프라, 탱커에 대한 제재도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EIA의 주간 보고서는 이번 주 원유와 석유제품 흐름에 대해 혼조세를 보였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EIA의 휘발유 재고는 150만 배럴 감소해 시장 예상치인 216만 배럴 감소보다 감소 폭이 작았다. 또 증류유 재고는 37만2,000배럴 증가해, 165만 배럴 감소를 예상한 시장 전망을 뒤집었다. 반면 원유 재고는 786만 배럴 감소해, 예상치인 250만 배럴 감소보다 훨씬 큰 폭으로 줄었다. WTI 선물 인도지점인 쿠싱의 원유 재고도 160만 배럴 감소했다. 쿠싱은 미국 원유 선물 시장의 가격 기준이 되는 핵심 저장·인도 허브다.

5월 15일 기준 미국의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1.7%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6% 낮았으며, 증류유 재고는 9.0% 낮았다. 5월 15일로 끝난 주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70만2,000배럴로 전주 대비 0.1% 감소했다. 이는 11월 7일 주간 기록한 하루 1,386만2,000배럴의 사상 최고치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베이커휴즈는 지난 금요일 5월 15일로 끝난 주간 미국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 수가 5기 증가한 415기라고 밝혔다. 이는 12월 19일 주간 기록한 406기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지만, 2022년 12월에 기록한 627기의 5.5년 만의 최고치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원유 시추기 수는 꾸준히 감소해 왔으며, 이는 중장기 생산 확대 속도가 과거보다 둔화됐음을 시사한다.


향후 전망을 보면, 이번 급락은 단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 기대와 이란 협상 진전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OPEC+의 증산 계획, 미국 재고 변화가 동시에 맞물려 있어 유가는 당분간 큰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통과 재개 여부는 원유와 휘발유, 해상 운임, 정제마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시장 참여자들의 경계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