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5월 27일 – 호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성장 둔화, 대손충당금 확대, 금리 상승이라는 삼중 압박에 직면하면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그 결과 한때 투자자들의 최애주로 꼽혔던 호주 은행주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2026년 5월 27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 은행업종은 2025년 전체 시장보다 약 두 배 높은 성과를 내며 초반에는 강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배당과 사상 최고 수준의 부동산 가격, 견조한 신용 질을 이유로 호주 은행주를 선호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 발발 이후에는 유가와 에너지 공급 우려가 경제 성장 전망을 흔들면서 주가가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 이달 들어서는 주택 관련 세제 변화가 매도세에 불을 붙였다.
2월 말 이후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 주가는 23% 하락했고, 웨스트팩은 약 14.5%, ANZ는 11.2%, 커먼웰스은행(CBA)은 5.6% 내렸다. 이들 은행은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부진한 은행주로 꼽힌다. 이번 조정은 호주 대형은행의 경기 순환이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2조4,000억 호주달러 규모의 모기지 시장이 추가로 둔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약화하고 있다.1
호주중앙은행(RBA)이 5월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차입비용은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수요와 신규 대출 증가율도 추가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의 호주 은행 애널리스트 리처드 와일스는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면 지난 25년 동안 은행의 영업환경이 이렇게 빠르게 바뀐 시기를 기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RBA의 세 차례 금리 인상, 연방 예산안에서 제안된 부동산 관련 세제 혜택 변경, 그리고 글로벌 에너지 충격의 직접적·간접적 영향이 겹치며 호주 은행들에 훨씬 더 불확실한 전망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세제 혜택 변경은 부동산 투자자에게 제공되던 공제나 세금상 유리한 제도가 조정되는 것을 뜻하며, 통상 부동산 투자 수요와 대출 수요를 함께 약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 초 발표된 부동산 관련 세제 혜택 변경은 투자자들의 매수 여력을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은행의 마진, 즉 대출로 벌어들이는 순이익률에도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호주 집값이 5%에서 10% 사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이는 40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내년 모기지 성장률은 현재의 7.5%에서 약 3%에서 4%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원 편중이 드러낸 구조적 취약성
모기지 사업에 대한 잠재적 타격은 이미 호주 대형은행들이 이란 전쟁의 간접 비용을 이유로 총 9억5,500만 호주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뒤 이어지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향후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비용으로 적립하는 금액으로, 충당금이 늘수록 은행의 단기 이익은 줄어든다.
규제 데이터에 따르면 호주 ‘빅4’ 은행의 합산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이른다. 이 비중은 은행들이 자산관리, 금융자문, 해외자산 분야에서 물러나면서 수익 구조의 핵심으로 더욱 부각됐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호주 은행들은 글로벌 경쟁사보다 주택시장에 더 깊게 노출돼 있으며, 해외 은행들의 경우 모기지 비중이 전체 대출의 40%에서 50% 수준이다.
최신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CBA는 주택대출 시장에서 25%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뒤를 웨스트팩, NAB, ANZ가 잇고 있다. 로이터가 연락했을 때 네 은행 모두 모기지 둔화가 미칠 영향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이는 당국과 시장의 관심이 높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현 단계에서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K2 자산운용의 조지 부부라스 대표는 호주 은행들이 투자은행, 리서치, 주식중개와 같은 분야에서 수익원을 넓혀온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수익 다변화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전쟁으로 촉발된 2월 말 매도세 이후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회복됐다”며 “호주 은행들은 국내 주택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부동산 관련 세제 혜택 변경이 대출 기준을 더 엄격하게 하고 자본 비용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로섬 게임’으로 변한 가격 경쟁
모기지 성장이 둔화하는 환경에서 은행들은 대출 금리 경쟁을 통해 점유율을 빼앗는 전략에 큰 유인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신 수익성 방어를 위해 비용 절감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피니티의 공동 최고경영자 앤드루 마틴은 “호주에서 가격으로 승부하려 하면 사실상 제로섬 게임”이라며 “대형은행들은 이미 그 점을 뼈아프게 배웠다”고 말했다. 알피니티는 호주 ‘빅4’ 은행 주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맥쿼리 애널리스트들은 은행업종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2027년까지 최대 2%, 2028년에는 2%에서 4%까지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 추천치도 최대 4% 낮췄다. 이는 중기적으로도 은행 이익 개선 폭이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대출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받는다면, 은행 수익은 예대마진 축소와 비용 증가의 이중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호주 은행들은 이미 감원, 업무의 해외 이전, 기술 전환에 나서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매출 성장세가 계속 약할 경우 이런 움직임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시스템 단순화와 자동화 확대도 운영비 절감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거론된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으로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용 축소와 조직 재편을 동반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호주 주요 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 보유는 소폭 늘었으며, 현재 해외 투자자들은 전체 주식의 약 4분의 1에서 3분의 1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수요는 지난해 CBA를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대출기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현재 주가가 여전히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비싸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아르고 인베스트먼츠의 선임 투자책임자 앤디 포스터는 “전망에는 신중하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여전히 꽤 가득 차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당은 아마 방어될 수 있겠지만, 약간의 위험은 있다”며 “적어도 배당이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망을 보면, 호주 은행주가 당분간 재평가 국면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과 주택시장 둔화, 세제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는 만큼 모기지 성장률은 예전처럼 빠르게 확대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은행들의 이익 성장도 제한될 수 있다. 다만 배당 성향이 높은 호주 은행 특성상,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보다는 배당 방어 여부에 더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조정은 호주 은행주가 안정적 배당주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부동산 경기와 금리 환경에 민감한 종목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호주달러 환산 기준으로 1달러는 1.3968호주달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