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AI의 확산이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가치 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실적 시즌에는 메타, 쇼피파이, 스포티파이, 핀터레스트 등이 인공지능과 추론(inference) 비용 증가를 마진 압박 요인으로 언급했다. 쇼피파이는 규모의 경제가 “증가한 LLM 비용에 부분적으로 상쇄됐다”고 밝혔다.
2026년 5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비용 부담은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예상 IPO 가치를 떠받치는 가격 체계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모두 8,000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예상되며, 이는 이들이 시장점유율과 가격 결정력을 유지하고 경쟁사가 쉽게 따라오지 못하며, 기업 고객들이 대체재 없이 프리미엄을 계속 지불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는 점차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최첨단 AI는 빠르게 풍부해지고 더 저렴해지고 있다. 중국 연구소들은 비슷한 수준의 작업에 대해 미국 연구소보다 훨씬 낮은 비용을 제시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코히어, 리플렉션, 미스트랄 등 서방의 경쟁자들도 중국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 고객을 겨냥해 더 저렴하고 작으며 효율적인 대안을 개발하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투자설명서(prospectus)를 제출할 시점에는, 오픈AI의 비공개 신고가 이르면 이번 주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정작 이들 기업가치의 핵심 전제가 이미 사라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용 격차는 크고, 그 폭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클라우드 비용 분석업체 클라우드제로가 조사한 결과, 2025년 기업의 45%가 AI에 월 10만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답해 전년의 20%에서 크게 늘었다. 어디에 돈이 쓰이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AI 벤치마킹 업체 인공지능 분석(Artificial Analysis)은 주요 모델을 동일한 10개 평가 항목에 넣어 총비용을 비교하고 있는데, 각 연구소의 대표 모델 기준으로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4,811달러, 오픈AI의 챗GPT는 3,357달러, 딥시크는 1,071달러, 키미는 948달러, 즈푸의 GLM은 544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작업을 기준으로 클로드는 가장 저렴한 중국 대안보다 거의 9배 비싼 셈이다. 여기서 말하는 LLM은 대규모 언어모델을 뜻하며,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글쓰기와 코딩, 검색 보조, 업무 자동화 등에 활용되는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구글도 이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구글은 이번 주 열린 I/O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많은 기업이 이미 연간 토큰 예산을 다 써가고 있고, 아직 5월인데도 그렇다”고 말하며 더 저렴한 Flash 모델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피차이는 구글 클라우드의 대형 고객들이 워크로드의 80%를 최첨단(frontier) 모델에서 제미나이 3.5 Flash로 옮길 경우 연간 10억달러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들이 비용이 낮은 옵션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저가 대안은 더 이상 성능에서 한참 뒤처지는 선택지가 아니다. 지난해 미국 기술주를 흔들었던 중국 AI 연구소 딥시크는 지난달 차세대 모델의 미리보기 버전을 공개했는데, 코딩, 에이전틱(agentic), 지식 벤치마크에서 오픈AI, 앤트로픽, 구글의 최신 모델과 비슷하거나 거의 같은 수준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문샷, 샤오미, 즈푸 등 다른 중국 연구소의 모델들도 최근 4개월 동안 비슷한 성능 수준으로 공개됐다. 에이전틱은 단순한 답변 생성에 그치지 않고 여러 단계를 스스로 계획하고 도구를 호출해 과업을 수행하는 AI를 뜻한다.
데이터브릭스의 최고경영자 알리 고드시도 이런 변화를 실시간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가 운영하는 AI 게이트웨이는 수천 개 기업 고객과 이들이 사용하는 모델 사이에 위치하며, 고드시에 따르면 해당 제품의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는 기업들이 쓰는 방식에 “어드바이저 모델”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오픈소스 모델이 기본 업무의 대부분을 맡고, 해결하지 못하는 과업이 나오면 오픈AI나 앤트로픽의 최첨단 모델을 호출해 도움을 받는 방식이다. 그는 “이 방식으로 비용을 정말 잘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화의 속도도 놀라울 정도다. 여러 AI 모델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마켓플레이스 오픈루터(OpenRouter)에서 중국 모델의 사용 비중은 2024년 약 1%에서 5월에는 60%를 넘었다. 공급업체들도 이제 비용 절감을 하나의 상품으로 팔기 시작했다. 피그마의 딜런 필드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의 AI 도입이 세 단계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첫 단계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때이고, 두 번째는 모두가 써야 하며 심지어 “누가 토큰을 가장 많이 쓰는지 경쟁하는” 단계다. 세 번째는 “모두 너무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출을 줄여야 하는 시기다. 그는 현재 많은 기업이 바로 이 세 번째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봤다. 피그마는 고객의 토큰 사용량을 20~30% 줄이는 기능도 판매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 구도
미국과 중국의 비용 격차는 양측의 개발 구조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최첨단 AI 연구소들은 수천억달러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바탕으로, 엔비디아가 판매하는 가장 비싼 칩을 사용해 더 큰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으며, 전력망은 이런 수요를 충분히 빠르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이 비용은 결국 고객에게 전가된다. 반면 중국 연구소들은 칩 수출 제한 아래에서 움직이면서 강한 최적화를 강제받아 왔고, 더 적은 컴퓨팅 자원으로 경쟁력 있는 모델을 학습시키고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전략을 택해 왔다.
미국 측의 가장 강한 방어 논리는 신뢰다. 은행, 국방기관 등 규제가 엄격한 산업에 AI 모델을 판매하는 코히어의 아이다안 고메즈 최고경영자는 이런 고객들이 가격과 무관하게 중국 모델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히어의 지난해 매출은 바로 이 부문 판매 덕분에 6배 늘었다. 다만 이는 전체 기업 시장에서 비교적 좁은 구간에 불과하다. 보안과 규제 요건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일반 산업 영역에서는 프리미엄을 정당화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측의 대응도 구체화되고 있다. AI 붐의 최대 수혜 기업인 엔비디아는 이제 공개적으로 다른 모델을 밀고 있다. 회사는 중국 대안과 오픈AI·앤트로픽의 폐쇄형 모델에 대한 대안으로, 어떤 회사든 내려받아 자체 서버에서 무료로 실행할 수 있는 자사 AI 시스템을 내놓고 있다. 리플렉션 AI는 미국 기업들이 선호할 국내 대안을 만들기 위해 수십억달러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했다. 두 기업 모두 자금력이 충분하며, 미국 기업이 이미 신뢰하는 인프라 위에서 더 저렴하지만 능력 있는 모델을 제공하는 동일한 틈새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한 반론은 주로 국가안보 논리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반론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AI 안전연구소는 딥시크 모델이 보안과 성능 면에서 미국 모델에 뒤처진다고 지적했지만, R1 출시 이후인 2025년 1월부터 다운로드가 거의 1,0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즉, 우려와 별개로 채택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앤트로픽도 압박을 인정하고 있다. 회사는 5월 공개한 정책 문서에서 미국 모델이 중국 모델보다 불과 “몇 개월 앞서 있을 뿐”이라고 평가하며, 베이징이 “비용 측면에서 글로벌 채택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오픈AI는 다르게 보고 있다. 회사의 생각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난달 GPT-5.5를 포함한 모든 최첨단 모델 출시 때마다 API와 제품 사용량이 급증했고, 기업 수요는 “수직에 가까운 벽”처럼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오픈소스가 위험이 낮은 업무에서는 역할이 있지만 회사의 핵심 사업을 잠식하고 있지는 않으며, 가격 압박은 회사의 우선순위 10위 안에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한 기업용 AI 최고경영자(고객 관계 보호를 위해 익명 요청)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성장세 자체는 사실이지만, “이런 방식이 쓰이지 않았다면 최첨단 모델의 성장은 훨씬 더 빨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오픈AI와 앤트로픽이 공개 투자자들에게 제시해야 할 시장은 바로 이와 같은 환경이다. 각각 거의 1조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려면 기업 매출 성장과 고객 집중도가 높은 수준으로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그 가치를 뒷받침하는 프리미엄은 정작 두 연구소가 반드시 지배해야 할 영역에서 가장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저가 AI의 확산은 향후 AI 가격 체계뿐 아니라 기업의 마진 구조, 클라우드 비용, 그리고 IPO 이후 밸류에이션 논리 전반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핵심 정리: AI 시장에서 고성능 모델의 희소성에 기반한 가격 프리미엄이 약해지고 있으며, 중국계 저가 모델과 미국 내 오픈소스·저비용 대안의 확산이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상장 논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