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블루오리진 창업자가 CN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의 미래를 강하게 띄우는 한편, 정부 개입이 경제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자신과 초부유층에 대한 비판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2026년 5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베조스는 앤드루 로스 소킨과의 폭넓은 대담에서 처음에는 비교적 대중주의적인 어조로 발언하며 미국 경제를 “두 개의 경제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나라에는 정말 잘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일부 민주당이 내세워 온 세금정책 구상, 즉 미국 소득 상위가 아닌 하위 절반에 대해 소득세를 없애는 방안에 힘을 실었다. 베조스는 “퀸스에 사는 7만5000달러를 버는 간호사가 연간 1만2000달러 넘는 세금을 낸다. 그게 정말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퀸스는 뉴욕시 자치구 중 하나로,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다만 그의 좌향 발언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세계 4위 부호인 베조스는 정치인들이 오래된 방식인 ‘희생양 만들기’를 통해 부자들을 비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는 그것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뉴욕시 시장 조란 맘다니가 헤지펀드 억만장자 켄 그리핀의 주택 앞에서 새 파이드어테르 세금을 비판하는 영상을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시장이 그리핀을 향해 “어떤 악당처럼”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파이드어테르는 본거지 외에 마련한 고급 도시 아파트나 임시 거처를 뜻하는 프랑스어 표현이다.
베조스는 “켄 그리핀은 악당이 아니다. 그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고, 뉴욕에 해를 끼치고 있지도 않다. 사실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상과 저소득층 감세를 묶는 방안에 대해서는 토론할 가치가 있다고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따라붙는 “악마화”를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재정 문제의 원인을 세입 부족이 아니라 과도한 지출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조세 체계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진보적 세제란 소득이 높을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베조스는 버지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등 자신이 세금을 충분히 내지 않는다고 비판해 온 인사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사람들은 가끔 내가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나는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낸다”고 말했다.
또 “내 세금을 두 배로 올려도 퀸스의 그 교사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맘다니는 같은 날 엑스(X) 게시글에서 “퀸스의 교사 몇 명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베조스는 높은 임대료의 원인을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으로 돌렸고, 기업과 일부 부유층이 정치에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노동조합의 정치 개입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재기-대출-사망’ 전략 의혹도 부인
베조스는 부유층이 자신의 대규모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세금 부담을 줄이는 이른바 ‘바이, 보로우, 다이(buy, borrow, die)’ 전략이 널리 쓰인다는 주장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그런 ‘바이, 보로우, 다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게 어디서 나온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아마존 주식을 정기적으로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킨이 세계 최고 부호인 일론 머스크가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한다고 지적하자, 베조스는 “그게 진짜 허점인지 조금 의심스럽지만, 만약 그렇다면 고쳐야 한다. 그러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문제를 바로잡더라도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세금 논쟁의 효용을 낮게 평가했다.
그는 또 백만장자·억만장자들이 공정하게 부를 일구지 못했다는 식의 서사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민주당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포함한 일부 정치인들의 시각에 대해 “겉으로 보기에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베조스는 미국의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인 인앤아웃버거, 레이징케인스 치킨핑거스를 예로 들며, “사람들이 사랑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수백만 명이 그 서비스를 선택하면 결국 10억 달러, 1억 달러, 1000만 달러를 벌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킨 프랜차이즈로 직접 해보라”고 덧붙였다.
AI 낙관론… “생산성 높이고 디플레이션 유발할 수 있다”
베조스는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도 일축했다. 그는 “그런 비판론자들은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며 “실제로 일어날 일은 이 기술이 모든 사람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규제를 너무 일찍 가하지 않는다면 여러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디플레이션, 즉 물가 하락 압력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부담이 줄 수 있지만 경제 전반에는 수요 위축 위험도 함께 거론된다.
베조스의 낙관론은 최근 대중의 AI 인식이 빠르게 나빠진 흐름과 대비된다.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절반이 일상생활에서 AI 사용 확대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AI가 창의성과 인간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 교육과 일자리에 대한 비관론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아울러 수십만 제곱피트 규모로 조성될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장도 주변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반발을 불러왔다. 앤스로픽과 커서 등 기업의 AI 코딩 도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도 키웠고, 기술기업들은 대규모 감원을 동반한 비용 절감 속에서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베조스는 이런 도구들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프로그래머들이 업무상 문제를 더 잘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더 높은 수준에서 일이 이뤄질 뿐이다. 삽 대신 불도저로 하는 셈이고,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더 성숙하고 더 절제된 버전”
정치 분야로 화제를 옮긴 베조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첫 임기 때보다 “더 성숙하고, 더 절제된 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는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고, 많은 부분에서 옳았다. 옳은 것은 옳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사례는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인텔, 보잉, U.S.스틸 등 특정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장에 반복적으로 개입해 왔다.
베조스는 아마존이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에 관한 고가 다큐멘터리를 출시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부인했다. 그는 “멜라니아 건은 사라지지 않는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행보가 초당적이라고 선을 그으며,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도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베조스는 “정권이 누구든, 기업 지도자들은 행정부에 의견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는 미국 편이다. 기업 지도자들도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말로 일어날 일은 이 기술이 모든 사람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나는 미국 편이다. 기업 지도자들도 그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