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 중앙은행과 주요 금융기관에 드론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세가 이어지면서 러시아가 광범위한 영토 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2026년 5월 2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지난 화요일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 직원들은 무장할 수 있고, 특수부대의 개입 없이도 무인항공기(UAV), 즉 드론 공격을 격추하는 데 사용되는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UAV는 무인항공기를 뜻하며, 원격 조종이나 자동 비행으로 운용되는 항공체계를 말한다. 이번 법은 러시아가 드론 위협을 국가 핵심시설 차원에서 직접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의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 현금과 귀중품 운송을 맡는 러시아 최대 현금 수송업체인 러시아 현금수거협회, 그리고 기밀 및 극비 국가 서신의 배송을 담당하는 특수우편서비스도 자체 드론 방어 작전을 감독할 수 있는 기관에 포함됐다고 국영 통신사 RBC가 화요일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금융기관 보호를 넘어, 국가 핵심 인프라 전반에 대한 방어체계를 기관별 책임으로 분산시키는 성격을 띤다. 특히 은행, 현금 운송, 기밀 우편은 모두 국가 운영과 직결되는 민감 시설로 분류될 수 있어, 드론 공격에 대한 대비 강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새 법에 따라 직원들은 무인항공기, 수상 및 수중 무인체, 무인 차량, 기타 자동화된 무인 시스템의 운용을 저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RBC는 해당 법이 국가두마에서 통과됐다고 전했다. 이 권한은 보호 대상 시설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사용될 수 있으며, 해당 시설에 있는 직원이나 다른 사람들을 향한 공격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활용될 수 있다. 방어 방식으로는 드론의 원격 조종 신호를 교란하거나 전파 방해하는 방식, 조종 장치를 무력화하는 방식, 드론을 손상하거나 파괴하는 방식 등이 포함된다.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재밍(jamming)’은 전파를 방해해 통신을 끊거나 혼란시키는 기술로, 드론 방어에서 자주 쓰이는 수단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도 민간 인프라를 고의로 공격하지 않았다고 각각 부인해 왔다. 그러나 양국에서는 모두 핵심 기반시설과 시설을 겨냥한 공격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했으며, 사이버전 역시 병행되고 있다. 드론과 사이버 공격이 결합될 경우 전력망, 통신, 금융, 물류와 같은 분야가 동시에 압박을 받을 수 있어, 이번 법안은 러시아가 이러한 복합 위협에 대응하는 하나의 제도적 장치로 볼 수 있다.
모스크바의 러시아 중앙은행 본부 인근에서 한 남성이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회의 당일 걷고 있다. 이 장면은 드론 방어 논의가 단지 전장 문제가 아니라, 수도와 금융 중심지의 안전 문제로도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두마 금융시장위원회 위원장이자 이번 법안의 공동 발의자인 아나톨리 악사코프는 R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드론 방어 시스템이 주요 시설 인근에 배치될 것이며, 직원들에게 무기가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 재밍을 사용해 [무인항공기들이] 관련 표적을 조준하고 공격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그에 더해 이 드론들을 격추하는 수단도 사용할 것이며, 그렇게 해서 관련 표적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시스템 비용은 각 기관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은행이면 중앙은행이 내고, 스베르방크면 스베르방크가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한 자체 군사작전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모스크바와 키이우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외교적 노력도 사실상 멈춘 상황에서 나왔다. CNBC는 전쟁의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화요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월요일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시설, 특히 드론 설계·제조·프로그래밍 시설과 모스크바가 이른바 ‘의사결정 중심지’라고 부르는 곳을 겨냥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워싱턴에 “공식적으로 알렸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에 입장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이번 법은 러시아의 금융기관과 핵심 시설이 전시적 방어 체계로 더 깊이 편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드론 방어 장비, 전파 교란 장치, 대공 방어 체계 수요가 커질 수 있으며, 동시에 수도권과 전략시설 주변의 경계 수준도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사 내용만 기준으로 볼 때, 이는 직접적인 금융시장 변화보다도 전쟁 리스크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CNBC의 클로이 테일러가 이 기사 작성에 기여했다.
이미지 참고: 러시아 중앙은행 본부와 드론 장비를 준비하는 우크라이나 병사의 장면이 함께 제시되며, 전쟁이 금융 중심지와 전선 양쪽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