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은 오랫동안 기술주를 멀리한 대표적인 투자자로 꼽혀 왔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경영자였던 그는 자신이 기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솔직히 인정해 왔으며, 이런 태도는 수십 년간 그의 투자 철학을 상징하는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2026년 6월 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버핏이 결국 기술주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금을 기술기업에 투입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그가 오랫동안 고수해 온 원칙이 기술업계 일부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술이 낯설고 복잡하더라도, 사업을 이해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갖춘 기업이라면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변화는 버핏의 투자 철학 자체가 바뀌었다기보다, 기술산업의 구조가 그의 기준에 맞는 방향으로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버핏은 늘 “이해할 수 없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그의 또 다른 기준은 경제적 해자, 즉 경쟁자가 쉽게 침범할 수 없는 방어력을 지닌 기업을 찾는 것이다. 경제적 해자는 한마디로 기업이 가격, 기술, 브랜드,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등을 통해 장기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을 뜻한다.
버핏의 대표적 철학 가운데 첫 번째는 단순함이다. 그는 기업과 산업을 어린아이에게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투자자가 복잡한 구조를 끝까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사업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범위를 넘는다고 본 것이다. 두 번째는 인내다. 그는 “10년 동안 보유할 생각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단기 시세차익보다 장기 복리 효과를 중시하는 태도다. 세 번째는 적극적으로 종목을 고르지 않는 투자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원칙으로, 자금의 90%를 저비용 S&P 500 지수펀드에, 나머지 10%를 단기 국채에 배분하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버핏이 기술주를 받아들이게 된 최근 변화는 대형 기술 플랫폼이 그의 전통적 기준에 부합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물론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가 모든 기술기업에 투자한 것은 아니다. 그는 유행을 좇는 기업이 아니라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는 기업을 찾았고, 단기적 열풍보다 장기적 방어력을 우선시했다. 시장에서 과도한 기대를 받는 기술주 중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며 급격히 식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버핏은 이런 일시적 유행보다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는 구조를 중시한 것이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에는 애플뿐 아니라 아마존, 알파벳도 포함돼 있다. 이는 버핏이 더 이상 기술을 무조건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이들 기업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라, 거대한 사용자 기반과 강력한 생태계, 높은 전환 비용, 그리고 막강한 데이터 및 플랫폼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기업들이 버핏식 가치투자와 성장주의 경계선을 허무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기술 분야는 거대한 영역이 될 것이고, 아주 큰 승자가 몇 개 나오는 반면 실망도 많을 것”이라고 버핏은 2023년, 50년을 더 살 수 있다면 어떤 분야를 가장 깊이 알고 싶겠느냐는 질문에 답하며 말했다. 당시 92세였던 그는 기술이야말로 가장 주목할 만한 분야라고 지목했다.
이 발언은 버핏의 생각이 얼마나 크게 진화했는지를 상징한다. 과거에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술주를 경계했지만, 이제는 기술이 향후 50년의 투자 환경에서 핵심 축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그는 여전히 한 가지 원칙만은 놓지 않고 있다. 투자 전에 반드시 회사를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버핏에게 기술주 수용은 기술 자체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이해 가능한 사업 구조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춘 기술기업에 대한 선택적 수용으로 읽힌다.
한편 개인 투자자에게도 이 메시지는 의미가 크다. 기술주는 높은 성장성을 제공할 수 있지만, 동시에 변동성도 크고 사업 모델이 빠르게 바뀔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반도체, 플랫폼 서비스 등 기술 관련 업종 중에서도 수익화 구조가 분명하고 장기 경쟁우위가 확인되는 기업에 자금이 더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일시적 관심만으로 오른 종목은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어, 투자자들은 버핏의 원칙처럼 이해 가능성과 지속성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사례는 워런 버핏이 기술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단순한 선호의 변화가 아니라, 시장의 구조 변화와 기업 경쟁력의 재평가에 따라 조정된 결과라는 점을 보여준다. 버핏은 여전히 기업을 판단할 때 이해할 수 있는가, 오랜 기간 이길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기술주 역시 그 조건을 충족할 때만 그의 투자 철학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