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 상승에 뉴욕증시 약세 마감

미국 증시가 국채 금리 상승 부담에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6월 E-미니 S&P 500 선물(ESM26)은 0.70% 내렸고, 6월 E-미니 나스닥 선물(NQM26)도 0.63% 하락했다. S&P 500 지수는 0.67% 내린 채 장을 마쳤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65%, 나스닥100지수는 0.61% 각각 떨어졌다.

2026년 5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S&P 500과 나스닥100은 각각 1주일 반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렸고, 다우지수는 2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최근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기대를 바탕으로 급등세를 이어오던 기술주 랠리는 지난주 S&P 500과 나스닥1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4.69%까지 올라 1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투자심리가 위험자산 회피 쪽으로 돌아섰고, 이에 따라 주식 매물이 확대됐다.

미국의 경기지표는 주가에 일부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4월 기존주택 계약 매매(pending home sales)는 전월 대비 1.4%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1.0% 증가를 웃돌았다. 3월 수치는 기존 발표된 1.5% 증가에서 1.7% 증가로 상향 조정됐다. 기존주택 계약 매매는 아직 거래가 최종 완료되지 않은 주택 매매 계약 건수를 뜻하며, 향후 주택시장 흐름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국제유가와 금리도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란 전쟁 관련 헤드라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날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하며 평화 합의 시한을 “아마도” 다음 주 초까지 줄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약 1% 가까이 하락했다. 전날 늦게 트럼프 대통령은 걸프 지역 동맹국들이 외교적 해법에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해 화요일로 예정됐던 이란 공습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간 보고서에서 글로벌 원유 재고가 3월과 4월 하루 약 400만 배럴씩 줄었고, 다음 달에 분쟁이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혼란으로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약 5억 배럴이 줄었으며, 감소 폭이 6월까지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시장은 6월 16~17일 열리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6%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금리선물시장에서 이처럼 인하 기대가 낮다는 점은, 향후에도 장기물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적 시즌은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나, 지금까지의 결과는 대체로 증시에 우호적이었다. 현재까지 454개 S&P 500 기업 가운데 1분기 실적을 발표한 83%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주를 제외하면 1분기 이익 증가율은 약 3%에 그칠 전망으로, 이는 2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이다. 이는 전체 지수의 이익 성장률이 일부 대형 기술주의 성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외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유로스톡스50은 0.04% 올랐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주 반 만의 저점에서 반등해 0.92%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주 반 만의 저점으로 밀리며 0.44% 하락했다. 유럽 국채금리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15년 만의 최고치인 3.201%까지 오른 뒤 3.193%로 4.5bp 상승 마감했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3.0bp 오른 5.129%를 기록했다.

영국 고용지표는 둔화를 시사했다. 4월 급여 지급 대상 근로자 수는 10만 명 감소해 시장 예상치였던 1만 명 감소보다 훨씬 큰 폭으로 줄었다. 3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 실업률은 예상과 달리 0.1%포인트 상승한 5.0%를 기록해, 4.9%에서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보다 악화됐다. 한편 시장은 다음 6월 11일 정책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89%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증시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원자재, 항공·크루즈가 약세를 주도했다. 퀄컴은 3% 넘게 하락했고, 브로드컴은 2% 넘게 내렸다. 이 밖에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AMD, 엔비디아, 시게이트테크놀로지홀딩스, 아날로그디바이시스, ASML홀딩,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는 1% 넘게 떨어졌다. 반도체주는 인공지능 투자 확대 기대의 핵심 수혜주로 꼽혀왔으나, 이날처럼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면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금, 은, 구리 가격이 급락하면서 광산주도 크게 흔들렸다. 헤클라마이닝은 5% 넘게 하락했고, 코어마이닝, 뉴몬트, 앵글로골드아샨티는 4% 넘게 떨어졌다. 프리포트맥모란과 바릭마이닝은 2% 넘게 밀렸고, 서던코퍼는 1% 넘게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약세는 해당 기업들의 수익 전망에 직접적인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연료비 상승 우려 속에 항공주와 크루즈 운영주도 뒤로 물러섰다. 카니발은 4% 넘게 하락했고, 유나이티드항공홀딩스, 델타항공, 알래스카에어그룹,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홀딩스는 3% 넘게 내렸다. 아메리칸항공그룹, 사우스웨스트항공, 로열캐리비언크루즈도 2% 넘게 하락했다. 유가가 계속 불안정하게 움직일 경우, 운송업종은 비용 부담과 수요 둔화 우려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

반면 AI 인프라 관련 종목은 장 초반 약세를 딛고 반등했다. 마벨테크놀로지는 나스닥100 구성종목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4% 넘게 올랐고, 샌디스크와 ARM홀딩스는 3% 넘게 상승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인텔도 2% 넘게 올랐다. 이는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지만, 시장 전체의 방향성은 금리와 지정학적 변수에 더 크게 좌우되는 분위기다.

개별 종목 가운데 아카마이테크놀로지는 S&P 글로벌레이팅스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추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면서 6% 넘게 하락해 S&P 500 내 최대 하락 종목이 됐다. 도어대시는 비즈니스인사이더 X가 월마트의 스파크 서비스가 매장 내 맥도날드 등 음식점 배달까지 포함한다고 전하면서 4% 넘게 내렸다. 시타임코퍼레이션은 2031년 만기 전환사채 11억 달러어치를 인수계약 방식으로 발행하겠다고 밝힌 뒤 4% 넘게 하락했다. 코어위브는 알파벳이 블랙스톤과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해 코어위브와 경쟁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소식에 3% 넘게 떨어졌다. XP는 1분기 순이익이 13억1,000만 헤알로 시장 예상치 13억6,000만 헤알을 밑돌아 2% 넘게 내렸다.

반면 실적과 전망이 양호했던 일부 종목은 상승했다. 아질리시스는 연간 매출 전망치를 3억6,500만~3억7,000만 달러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 3억6,350만 달러를 웃돌면서 12% 넘게 급등했다. 씨엔나는 씨티그룹이 목표주가를 345달러에서 658달러로 상향 조정한 뒤 3% 넘게 올랐다. 아머스포츠는 1분기 매출이 19억5,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 18억4,000만 달러를 상회하며 2% 넘게 상승했다. 스터브허브는 구겐하임증권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리고 목표주가를 12.50달러로 제시하면서 2% 넘게 올랐다.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는 국채금리, 유가, 그리고 인공지능 관련 대형주의 실적 모멘텀이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 4.7% 부근에서 머무를 경우 성장주와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으며, 반대로 금리가 안정되면 최근 조정폭을 일부 만회할 여지도 있다. 여기에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변동이 이어질 경우 항공, 크루즈, 운송, 제조업 전반의 비용 구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다음 연준 회의와 주요 기업 실적, 그리고 지정학적 뉴스 흐름을 함께 주시할 필요가 있다.

2026년 5월 20일 기준 시장 분위기는 ‘AI 기대’와 ‘금리 부담’이 충돌하는 국면으로 정리된다. 실적이 견조한 기업에는 선별적 매수가 이어질 수 있지만, 지수 전체로는 국채금리 상승이 단기 조정 압력을 키우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