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은 14일(현지시간) 0.15달러, 0.15% 오른 배럴당 마감가를 기록했고, 6월 인도분 RBOB 휘발유는 0.0130달러, 0.36% 하락했다. 이날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엇갈린 흐름으로 마감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면서 세계 원유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장중 지지를 받았다. 다만 달러인덱스($DXY)가 2주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원유 상승 폭은 제한됐고, OPEC+가 원유 생산을 늘릴 수 있다는 신호 역시 유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2026년 5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OPEC+ 대표들은 이날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석유 생산 쿼터를 연속적으로 늘려 9월 말까지 중단됐던 생산량 복원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이들은 이미 2023년 감산했던 하루 165만 배럴 가운데 약 3분의 2를 되돌리기로 공식 합의했으며, 이후 3개월에 걸쳐 나머지 물량도 추가로 회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동 지역 산유국들이 전쟁 영향으로 실제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당장의 증산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글로벌 원유와 LNG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난다. 따라서 해협이 막히거나 통항이 불안정해지면 해상 운송비와 보험료가 뛰고, 정유사와 트레이더는 즉각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여부는 단기 유가 방향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지정학 변수로 꼽힌다.
원유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이 최근 평화 제안을 각각 거부한 뒤에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답변을 쓰레기 같은 것
이라고 표현하며, 현재의 휴전 상태가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이란은 합의하거나 아니면 초토화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월요일 미국이 이르면 이번 주 상선들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인도하기 위해 해군과 공군 지원을 동원해 작전을 재개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요일 월간 보고서에서 3월과 4월 전 세계 관측 재고가 하루 약 40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히며, 설령 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너지 가격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의해 계속 지지되고 있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닫힌 상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충돌은 세계 원유와 연료 부족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이 약 하루 1,45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고, 현재 혼란으로 이미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약 5억 배럴이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이 수치는 6월까지 10억 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지역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호르무즈 해협 폐쇄 여파로 생산을 약 6% 줄일 수밖에 없었다. IEA는 지난주 목요일 분쟁 기간 동안 80곳이 넘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공급 확대 가능성은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OPEC+는 5월 3일 6월 원유 생산을 하루 18만8천 배럴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5월에도 이미 하루 20만6천 배럴 증산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으로 인해 중동 산유국들이 실제로는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번 증산 계획은 실행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OPEC+는 2024년 초 단행한 하루 220만 배럴 감산분을 모두 되돌리려 하고 있으나, 아직도 하루 82만7천 배럴을 복원해야 한다.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42만 배럴 감소한 2,055만 배럴로 떨어져 35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에너지 물류도 압박을 받고 있다. 유조선 중 최소 7일 이상 정박한 선박에 저장된 원유는 5월 8일로 끝난 주간 기준 전주 대비 33% 감소한 1억39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해상 저장 물량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며, 시장 참여자들이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미국 중재로 제네바에서 열린 최근 협상이 조기 종료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토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한 전쟁의 장기적 타결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지속될 가능성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와 물류 제한을 이어가게 하며, 이는 유가에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은 지난 10개월 동안 러시아 정유시설 최소 30곳을 겨냥했고, 이로 인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이 제한되고 전 세계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4월에는 러시아 정유시설, 수출 터미널, 송유관 인프라를 상대로 최소 21차례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있었고, 그 결과 러시아의 평균 정제 가동률은 하루 469만 배럴로 떨어져 1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회사, 인프라, 유조선 제재도 러시아의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수요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8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0.3%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3%, 증류유 재고는 9.4% 각각 5년 평균을 밑돌았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 증가한 1,371만 배럴로 집계됐으며, 이는 11월 7일 주간에 기록한 하루 1,386만2천 배럴의 사상 최고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베이커휴즈는 지난 금요일 5월 8일 종료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시추정 수가 2기 늘어난 410기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12월 19일 주간에 기록한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인 406기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원유 시추정 수는 2022년 12월 보고된 5년 반 만의 최고치 627기에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시장 해석 측면에서 보면, 이번 원유 가격 흐름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수급 현실을 압도하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미국-이란 대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OPEC+의 증산 가능성, 달러 강세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유가 방향성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 우려가 국제유가를 떠받치겠지만, 달러 강세와 OPEC+ 증산 신호는 상승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반대로 전쟁이 장기화되고 실제 수출 차질이 더 커질 경우에는 원유뿐 아니라 휘발유와 정제유 가격까지 전반적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은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한편 이번 기사 작성 시점에 Rich Asplund는 본문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간접적인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사에 포함된 정보와 수치는 정보 제공 목적에 한정되며, 관련 공시 기준도 별도로 언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