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24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평화 협상 진전 기대에 힘입어 대체로 상승 마감했다. S&P 500지수는 0.61% 상승했고, 나스닥 100지수는 1.76% 올랐으며, 두 지수는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23% 하락했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0.61% 올랐고,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72% 상승했다.
2026년 5월 27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증시는 원유 가격 하락과 국채 금리 하락이 기술주 매수세를 자극하면서 지지받았다. 미국 관리들이 이란과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원유 흐름을 복원하는 합의에 근접하고 있다는 신호를 내놓자 시장은 반응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향후 60일간 휴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 초안을 마련했으며, 최종 합의가 이뤄질 경우 그 사이 호르무즈 해협의 지뢰를 제거하고 재개방할 수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초기 문서의 표현을 두고 양측이 논의 중이라며 협상에는 아직 “며칠”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감 속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5주 만의 저점까지 떨어졌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5주 만의 최저 수준인 4.47%까지 하락했다.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면 주식, 특히 미래 성장 기대가 큰 기술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이곳에서의 군사적 긴장이나 봉쇄 우려는 국제 유가에 즉각적인 변동성을 불러온다.
다만 장중에는 미국 중부사령부가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 발사 기지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려던 선박을 타격했다고 밝히면서 선물시장이 일부 압박을 받았다. 또 건강보험주와 에너지 생산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다우지수는 장중 낙폭을 키웠다. 시장 전반으로 보면 지정학적 완화 기대와 군사적 긴장 재부각이 동시에 작용한 셈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는 주식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4월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전국활동지수는 0.29포인트 오른 0.14로, 13개월 만의 고점을 기록하며 예상치인 -0.03을 웃돌았다. 3월 S&P 코어로직-20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3% 상승해 예상치 0.90%에는 못 미쳤고, 2년 6개월 만에 가장 작은 연간 상승폭을 나타냈다. 또 컨퍼런스보드의 5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0.7 하락한 93.1로 집계됐으나, 시장 예상치 92.0보다는 양호했다.
원유 시장은 이란 관련 헤드라인에 따라 극심한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WTI는 2.5주 만의 저점까지 장중 2% 넘게 내렸지만, 미·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호르무즈 해협 기뢰 설치 선박을 타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저점에서 일부 반등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간 보고서에서 3월과 4월 글로벌 원유 재고가 하루 약 400만 배럴 속도로 감소했다고 밝혔고, 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혼란으로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약 5억 배럴이 줄었으며, 6월까지 감소 폭이 10억 배럴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추산했다.
연방준비제도(Fed)와 관련해서는 시장이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3%만 반영하고 있다. 이는 통화정책이 당분간 완화보다 관망 쪽에 더 가깝게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물가와 성장,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얽혀 있어 연준의 선택 여지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실적 시즌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지금까지의 발표는 대체로 주식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이날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 475곳 중 83%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S&P 500 기업들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술 섹터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이다. 즉, 지수 상승을 이끄는 힘이 기술주에 상당 부분 집중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 증시는 이날 약세였다. 유럽 유로스톡스 50은 1.18% 내렸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17% 하락했으며,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25%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심리가 완전히 개선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증시는 유가 하락과 금리 안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모습이다.
채권시장에서는 6월물 10년 만기 미 국채 가격이 18.5틱 상승했다. 이에 따라 10년물 수익률은 6.9bp 내린 4.489%로 마감했고, 장중에는 4.473%까지 떨어졌다. 유가 하락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며 국채 가격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10년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은 1개월 만의 최저치인 2.375%로 내려갔다. 미 재무부의 690억 달러 규모 2년물 국채 입찰은 응찰 대비 낙찰 비율 2.64를 기록해 최근 10차례 평균인 2.61보다 강한 수요를 보였다.
유럽 국채 금리는 엇갈렸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3.3bp 오른 2.979%였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5주 만의 최저치인 4.820%까지 떨어진 뒤 2.2bp 하락한 4.875%로 마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 이자벨 슈나벨은 중동 분쟁이 빠르게 해소되더라도 6월 ECB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충격의 지속성이 높아 경제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당초 예상보다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필립 레인은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다음 달 정책회의에서 분기별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스왑시장은 6월 11일 ECB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91%로 반영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주가 강세를 주도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UBS가 목표주가를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상향한 뒤 20% 이상 급등하며 S&P 500과 나스닥 100의 최대 상승 종목이 됐다. 온세미컨덕터는 10% 넘게 올랐고, 웨스턴디지털은 8% 이상 상승했다. 샌디스크와 AMD도 7% 이상 뛰었으며, 마벨테크놀로지와 KLA는 6% 이상 올랐다. 애플리드머티리얼즈, 아날로그디바이시스,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NXP세미컨덕터스, 램리서치, 텍사스인스트루먼츠도 5% 이상 상승했다. 반도체 업종은 유가 하락과 금리 하락의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이번 흐름은 성장주 선호가 재차 강화됐음을 시사한다.
항공주와 크루즈 운영업체도 WTI 하락에 따른 연료비 절감 기대 속에 상승했다. 아메리칸항공그룹은 7% 넘게 올랐고, 알래스카에어그룹은 6% 이상 상승했다. 유나이티드항공홀딩스는 5% 이상, 델타항공과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홀딩스, 로열캐리비언크루즈는 4% 이상 올랐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3% 이상, 카니발은 2% 이상 상승했다. 유가가 낮아지면 항공사와 해운·크루즈 업계의 비용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우주·위성 기업도 급등했다.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한다는 소식 이후 레드와이어는 26% 이상,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는 18% 이상, AST 스페이스모바일은 12% 이상 상승했다. IPO는 기업이 처음으로 주식을 공개시장에 내놓는 절차로, 대형 상장 기대는 관련 산업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반면 에너지 생산주와 에너지 서비스주는 유가 하락 여파로 밀렸다. 데본에너지는 4% 이상 떨어졌고, 다우지수 내 하락률 선두 종목인 셰브런은 3% 이상 내렸다. 엑슨모빌, 코노코필립스, APA는 3% 이상 하락했고, 다이아몬드백에너지, 마라톤페트롤리엄, 옥시덴털페트롤리엄, 필립스66, 발레로에너지도 2% 이상 내렸다.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에너지 업종 실적 기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방어주 성격의 건강보험주는 시장 전반의 위험선호가 강화되면서 압력을 받았다. 센틴은 3% 이상 내렸고, 유나이티드헬스그룹, 휴마나, CVS헬스는 2% 이상 하락했다. 엘리번스헬스와 시그나그룹도 1% 이상 밀렸다. 반대로 개별 종목 중에서는 알리언트가 JP모건체이스의 비중확대 상향과 목표주가 80달러 제시 이후 12% 이상 상승했고, 오토리브는 스웨덴 한델스방켄의 투자의견 상향과 목표주가 145달러 제시에 3% 이상 올랐다.
실적 발표와 전망 조정에 따른 종목별 변동도 이어졌다. 오토존은 3분기 순매출이 48억4,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 48억7,000만 달러를 밑돌면서 S&P 500 내 최대 하락 종목으로 8% 이상 떨어졌다. 오라일리오토모티브도 나스닥 100 하락 종목을 이끌며 4% 이상 밀렸다. 인튜이트는 미즈호증권이 목표주가를 600달러에서 500달러로 낮춘 뒤 4% 이상 하락했다.
오는 5월 27일 발표 예정인 실적 기업에는 Agilent Technologies, Bath & Body Works, Dick’s Sporting Goods, Everpure, HEICO, HP, Marvell Technology, nCino, Nutanix, Salesforce, Snowflake, Synopsys, U-Haul Holding 등이 포함돼 있다. 시장은 이들 기업의 실적과 가이던스가 기술주 중심의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또는 최근 랠리에 제동을 걸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클라우드, AI 인프라 기업의 전망은 향후 나스닥과 S&P 500의 추가 상승 여부를 가늠할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