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평화 기대감에 국제 유가 하락…WTI 5주 만의 최저치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CL.N26)은 금요일 1.54달러(1.73%) 하락한 가격에 거래를 마쳤고, 7월물 RBOB 휘발유(RBN26) 선물도 0.0665달러(2.14%) 하락했다. 국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은 이날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으며, WTI는 5주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미 국과 이란이 휴전을 60일 더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조만간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유가를 끌어내렸다.

2026년 6월 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간의 예비 합의안을 승인할지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이 합의안은 휴전을 60일 더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이번 예비 합의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중”

이라고 말했다.

다만 휴전 연장이 성사되더라도 원유 흐름이 즉시 정상화되기는 어렵다. 호르무즈 수로에 매설된 기뢰를 제거해야 하고, 가동이 중단된 유전은 재가동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훼손된 에너지 인프라의 복구도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로, 이 구간의 차질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달 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간 보고서에서 전 세계 관측 재고가 3월과 4월 각각 하루 약 400만 배럴(bpd) 감소했다고 밝혔다. IEA는 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는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이 약 하루 1,45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번 교란으로 글로벌 원유 비축분에서 약 5억 배럴이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이 수치는 오는 6월에는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또한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현지 저장시설 포화로 인해 생산을 약 6% 줄여야 했다고 전해졌다. IEA는 이달 초 분쟁 기간 동안 80개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제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요인도 있다. 5월 14일 OPEC 대표단은 카르텔이 향후 몇 달 동안 석유 생산 쿼터를 잇달아 늘려, 오는 9월 말까지 중단됐던 생산을 모두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OPEC은 이미 2023년에 단행한 하루 165만 배럴 감산의 약 3분의 2를 복원하기로 공식 합의했으며, 이후 세 차례의 월별 단계로 나머지 물량도 되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5월 3일 OPEC+는 6월 원유 생산을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겠다고 했고, 5월에는 이미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을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중동전쟁으로 산유국들이 실제로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추가 증산은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42만 배럴 감소2,055만 배럴로, 35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Vortexa는 5월 22일로 끝난 주간7일 이상 움직이지 않은 탱커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18% 감소8,705만 배럴로 줄었다고 전했다. 탱커 원유는 수송을 기다리며 정박 중인 선박에 실린 원유를 뜻하며, 재고의 유동성과 단기 공급 여건을 가늠하는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최근 제네바 회담은 조기 종료됐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측은 영토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장기적 타결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을 유지하게 만들며, 이는 국제 유가에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요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가까운 시일 내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회담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은 지난 11개월 동안 최소 30개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고 세계 공급을 줄였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4월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 수출 터미널, 송유관 인프라를 향해 최소 21차례 공격을 가했고, 이 영향으로 러시아의 평균 정유 가동률은 하루 469만 배럴로 떨어졌다. 이는 16년 만의 최저치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석유 기업, 인프라, 유조선 제재도 러시아의 석유 수출을 더욱 억제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목요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22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2.0% 낮았고, 휘발유 재고5.5%, 중간유분 재고10.8% 각각 5년 계절 평균을 밑돌았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71만5,000배럴로 전주 대비 0.1% 늘었으며, 이는 11월 7일 주간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하루 1,386만2,000배럴에는 다소 못 미쳤다.

베이커휴즈는 금요일 5월 29일로 끝난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 수가 전주보다 4기 늘어난 429기로, 11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2월 19일 주간의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 406기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원유 시추기 수는 2022년 12월에 기록한 5년 반 만의 최고치 627기에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시장 해석을 보면, 이번 국제 유가 하락은 미·이란 휴전 연장 기대가 공급 차질 우려를 완화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는 기뢰 제거, 설비 복구, 유전 재가동이라는 복합적 과제가 남아 있어 단기적으로 공급 정상화가 쉽지 않다. 동시에 OPEC+의 증산 기조, 미국의 높은 생산량, 미국 내 시추기 수 증가가 유가 상승폭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산 공급 제약이 지속돼 국제 유가에는 다시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결국 향후 유가는 중동 정세 완화 여부, 러시아 전선의 전개, OPEC+ 증산 속도, 미국 재고와 생산 흐름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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