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충격과 부채 부담,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 커진다…전 연준 고위 인사 경고

도널드 콘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고위 임원은 공급 충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커질수록 정치권이 책임을 중앙은행에 돌리려는 유인이 강해져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압박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2026년 5월 27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콘은 수요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은행(BOJ) 주최 콘퍼런스에서 일본, 미국, 유럽의 중앙은행 간부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는 극단적일 수 있지만, 이는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더 넓은 정치·경제적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은 특히 전쟁과 에너지 위기처럼 통화정책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공급 충격이 중앙은행의 임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같은 사례가 저물가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공급 충격은 원자재 가격, 에너지 비용,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를 자극한다. 이 때문에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대중의 불만이 커지고, 정치 지도자들이 중앙은행에 책임을 돌리려는 유혹도 강해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콘은 도쿄에서 일본, 미국, 유럽 중앙은행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환경은 독립성의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통화정책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서 비롯될 때, 정치권이 단기적인 완화를 요구할 유인은 더 강해지는 반면, 규율 있는 정책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큰 수준인 공공부채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한동안 금리가 성장률보다 높게 유지되는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금리 인하를 요구한 것을 예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연준 통제 시도로 보는 시각과도 맞닿아 있다고 콘은 지적했다. 재정 부담이 커질수록 정부의 차입 비용을 낮추기 위해 중앙은행에 통화완화를 압박하는 정치적 유인이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콘은 가장 극단적인 위험으로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를 꼽았다. 이는 정부가 부채를 관리할 신뢰를 잃어 중앙은행이 공공 차입을 사실상 떠받치도록 압력을 받는 상황을 말한다. 그는 “현재 우리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재정 압박은 공식적인 재정 지배가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중앙은행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콘은 현재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둘러싼 압박은 앞으로 줄어들기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 경험이 독립성의 가치를 반복적으로 입증해 온 만큼 그 원칙은 유지돼 왔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이 정치적 공격에 맞서기 위해서는 규율, 집중력, 제도적 역량, 불확실성에 대한 겸손, 그리고 어려운 선택을 명확하고 솔직하게 설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콘은 또 명확한 소통이 중앙은행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경제모형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모형은 복잡한 세계를 정리하고 역사적 관계를 보여주지만, 어디까지나 단순화한 것”이라며 “실제 정책결정에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경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힘이 결과를 이끌고 있는지, 그리고 정책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서사, 즉 규율 있는 이야기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결정에는 복잡한 경제를 설명하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경제의 흐름과 정책 대응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서사가 중요하다.”

이번 발언은 물가 충격과 국가부채 확대가 맞물릴 경우 중앙은행이 직면하는 정치적 압력이 한층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실질소득이 줄고 생활비 부담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금리정책이 민심의 직접적인 비판 대상이 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이 장기적으로 통화정책의 신뢰성시장 기대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인플레이션 억제 능력이 약화되고, 반대로 독립성을 지킬수록 단기적인 정치 비용은 커지더라도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신뢰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핵심 개념 설명에서 재정 지배는 정부가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때 중앙은행이 사실상 국채 매입이나 저금리 유지를 통해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이는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충돌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물가 불안과 통화가치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 대상이 된다. 콘의 발언은 중앙은행이 단순히 금리 수준을 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과 재정 부담 사이에서 신뢰를 지켜야 하는 제도적 축이라는 사실을 다시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