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튜이트, 성장 둔화 대응 위해 전체 인력의 약 17% 감원 계획

미국 세무·재무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Intuit)가 전체 정규직 인력의 약 17%를 감원할 계획이라고 20일 발표했다. 인공지능(AI) 확산 국면 속에서 대형 기술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장 마감 후 거래에서 인튜이트 주가는 11% 급락했다.

2026년 5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감원은 회사가 마지막으로 공시한 직원 수 1만8200명을 기준으로 3000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튜이트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3억달러에서 3억4000만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대부분은 현재 분기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산 굿다르지 인튜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

앞으로를 내다보며 우리는 성장 엔진을 더욱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제공하기 위해 더 높은 속도로 움직이는 조직을 설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인튜이트는 퀵북스(QuickBooks)터보택스(TurboTax)를 만드는 기업으로, 회계·세금 신고·소상공인 재무 관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터보택스는 미국의 개인 세금 신고 시즌에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세금 신고 프로그램이며, 퀵북스는 중소기업 회계 업무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다.

이 같은 대규모 감원은 인튜이트가 올해 들어 투자자들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아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 월가에서는 AI가 기존 기업의 일부 제품과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에도 매도세가 번지고 있다. 인튜이트 주가는 올해 들어 40% 넘게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약 8% 상승했다.

동종 업계에서도 유사한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줌인포(ZoomInfo)와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제공업체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는 이달 초 각각 인력의 20%를 줄이겠다고 밝혔고, 시스코(Cisco)는 지난주 이번 분기에 4000명 미만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메타(Meta)는 20일 8000명 감원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술기업들이 AI 투자 확대와 비용 효율화 압박 속에서 인력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튜이트는 감원 발표와 함께 3분기 실적도 공개했다. 회사의 2026 회계연도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12.80달러, 매출은 85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해당 분기는 세금 신고 마감일 이후인 4월 30일에 종료됐다. LSEG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는 주당순이익 12.57달러, 매출 86억1000만달러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지만, 이는 2024년 이후 가장 느린 성장률이었다. 순이익은 약 9% 늘어난 30억6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주가 변동이 큰 일회성 항목을 제외해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시장은 이번 실적을 통해 성장세 둔화 여부를 주의 깊게 살폈다.

인튜이트는 2026 회계연도 가이던스도 상향 조정했다. 회사는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을 23.80달러에서 23.85달러, 매출을 213억4000만달러에서 213억7000만달러로 제시했다. LSEG 컨센서스는 주당순이익 23.21달러, 매출 212억3000만달러였다. 이는 감원과 조직 개편을 통해 비용 구조를 다듬으면서도 연간 실적 목표를 높게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굿다르지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

복잡성을 줄이고 구조를 단순화해 더 빠르고, 더 가볍고, 더 집중된 회사가 됨으로써 더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성공을 이끄는 획기적인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 적었다. 그는 회사의 관리 계층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으며, 협업을 늘리기 위해 팀을 물리적으로 함께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네바다주 리노캘리포니아주 우드랜드힐스의 사무실은 폐쇄된다.

또한 인튜이트는 터보택스크레딧카르마(Credit Karma) 통합 이후 중복 역할을 없앨 계획이며, 메일침프(Mailchimp) 사업 운영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레딧카르마는 신용 정보와 금융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고, 메일침프는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로 잘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제품 통합과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를 병행하는 조직 재편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대규모 감원은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 비용을 유발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건비 절감과 운영 효율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AI 도입이 기존 소프트웨어 매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세금·재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경쟁 심화가 얼마나 빨라질지는 향후 인튜이트 주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발표는 비용 통제와 성장 재가속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은 기술주의 전형적인 대응으로도 해석된다.

사진 : 인튜이트 최고경영자 사산 굿다르지가 2024년 8월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인튜이트 돔 개장식에서 연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