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케다, 변비 치료제 제네릭 출시 지연 ‘반독점 공모’로 미국 배심원 판단

보스턴에서 열린 연방 법원 재판에서 미국 배심원단은 일본 다케다제약(Takeda Pharmaceutical)이 변비 치료제 아미티자(Amitiza)의 제네릭(복제약) 버전을 늦추기 위해 반경쟁적 공모를 벌인 책임이 있다며, 약 8억8500만 달러의 손해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평결은 약가와 제네릭 경쟁을 둘러싼 미국 제약업계 소송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2026년 5월 19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약국, 보험사, 건강기금, 그리고 CVS월그린스(Walgreens)를 포함한 소매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원고는 제네릭 출시 지연 때문에 더 비싼 가격에 약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반독점법은 손해배상액을 3배까지 늘릴 수 있어, 최종 배상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이번 소송은 2021년에 제기된 사건들 중 하나로, 이른바 ‘페이 포 딜레이(pay-for-delay)’ 거래를 겨냥한 일련의 소송 흐름에 속한다. ‘페이 포 딜레이’란 브랜드 의약품 제조사가 제네릭 업체에 금전적 대가를 제공하거나 유사한 이익을 약속해 더 저렴한 복제약 출시를 미루게 하는 방식이다. 일반 한국 독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이는 특허 분쟁을 마무리하는 대가로 경쟁 자체를 지연시키는 구조로 이해하면 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3년 이러한 합의가 반독점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다케다는 재판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부인했으며, 성명을 통해 항소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케다 측 변호인들은 법정 밖에서 별도 논평을 거부했다. 회사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인식해야 할 충당금 규모를 현재 검토 중이며, 지난 3월로 끝난 전 회계연도의 재무제표를 수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케다는 또 2026 회계연도(FY2026)의 재무 전망과 경영 가이던스는 조정 잉여현금흐름 전망을 제외하면 중대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지급액이 발생할 경우 그 금액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심원 평결 직후 다케다 주가는 화요일 오전 0.6% 상승한 반면,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0.3% 하락했다. 시장은 이번 판결이 다케다의 실적 자체보다는 잠재적 배상 부담과 항소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반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실제 배상금이 확정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현금흐름과 주주환원 여력에 부담이 생길 수 있으나, 항소 절차가 길어질 경우 당장 재무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배심원 평결은 원고 측에 첫 승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앞서 진행된 세 차례 재판에서는 모두 제약사 측이 승소했다. 원고 측 변호사 크리스틴 존슨은 배심원단이 “매일 성실하게 출석해 자신의 역할을 진지하게 수행했다”며 “경쟁사를 돈으로 막는 행위가 경쟁에 실제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내 제네릭 약가 소송에서 배심원단이 반경쟁적 합의의 실질적 피해를 인정한 첫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아미티자가 있다. 아미티자는 수캄포 파마슈티컬스(Sucampo Pharmaceuticals)가 개발했으며, 2006년 미국에서 승인된 뒤 다케다와 제휴해 미국 시장에 판매됐다. 2012년 파르 파마슈티컬(Par Pharmaceutical)은 아미티자의 제네릭 버전을 FDA에 승인 신청했다. 이에 수캄포와 다케다는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파르는 특허가 무효라고 맞섰다. 이후 2014년 양측은 합의에 이르렀고, 파르는 2021년 1월까지 제네릭 출시를 미루는 데 동의했다. 대신 수캄포가 공급하는 아미티자의 허가 제품, 즉 성분명으로는 루비프로스톤(lubiprostone)을 수익공유 방식으로 판매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원고 측 변호인들은 이 합의가 사실상 2억1000만 달러 규모의 ‘대가 지급(payoff)’이었다며, 제네릭 경쟁을 6년 늦추는 대신 파르에 수익성 높은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다케다 측 변호사 중 한 명인 조슈아 바를로는 지난 목요일 최종 변론에서 해당 합의가 합법적이고 경쟁을 촉진하는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만약 이 합의가 없었다면 현재도 제네릭 아미티자는 시장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최종 특허는 2027년 10월까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바를로는 “오히려 경쟁을 증가시켰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직접 구매자들, 즉 약국과 도매상에게 4억7490만 달러, 보험사와 기타 종료 지불자(end payors)에게 632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각각 인정했다. 또 별도 소송을 제기한 5개 소매업체에도 배상액을 부과했으며, 그 가운데 CVS에는 1억9100만 달러, 월그린스에는 1억2100만 달러가 각각 배정됐다. 종료 지불자는 환자 본인부담금이나 보험 구조를 통해 약가 상승의 부담을 간접적으로 떠안는 주체를 뜻한다.

이번 평결의 의미는 단순한 배상액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제약시장에서 브랜드 약품과 제네릭의 경쟁 구조를 둘러싼 사법 판단이 다시 한 번 강화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향후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히지 않는다면, 다른 대형 제약사들의 ‘페이 포 딜레이’ 합의 관행에도 경고가 될 수 있다. 또한 약가 부담 완화를 기대해 온 약국, 보험사, 대형 유통업체들이 향후 유사 소송에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케다 입장에서는 재무상 충당금 설정과 재무제표 수정이 불가피해졌으며, 장기적으로는 제네릭 경쟁 지연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