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기금운용 책임자 N.P. 나르베카르, 10년 만에 은퇴 계획

하버드대 기금운용 책임자인 N.P. ‘너브’ 나르베카르(N.P. “Narv” Narvekar)가 약 10년간의 재임을 마치고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 복수의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나르베카르는 하버드대학교의 569억 달러(56.9 billion 달러) 규모 기금(endowment)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이 같은 뜻을 이사회에 알렸다.

2026년 5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나르베카르는 아직 최종 퇴임 날짜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2027년 말 은퇴 가능성을 두고 논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후임자 승계 계획에 충분한 시간을 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식적인 후임자 물색 절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나르베카르는 이번 사안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나르베카르는 2016년 컬럼비아대 투자운용 부서에서 하버드 경영회사(Harvard Management Co.)로 영입됐다. 당시 그는 10년 동안 네 번째 CEO로 부임해 성과 부진과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던 조직을 안정시키는 임무를 맡았다. 그가 넘겨받은 기금 규모는 357억 달러(35.7 billion 달러)였으며,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진 수익률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버드 경영회사(Harvard Management Co.)는 하버드대의 기금과 관련 자산을 운용하는 핵심 기관으로, 대학 재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르베카르 재임 기간 하버드 기금은 대대적인 운영 재편을 거쳤다. 기존에는 자산의 40%가 전문화된 내부 팀에 의해 운용됐으나, 보다 유연한 일반운용 체계로 전환되면서 현재는 포트폴리오의 약 90%가 외부 자산운용사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외부 자산운용사란 대학이나 기관 내부가 직접 투자하지 않고, 전문 사모펀드·헤지펀드·벤처캐피털 운용사 등에 자금을 맡겨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조 개편은 아이비리그 경쟁 대학들과의 성과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금융기술 기업 마르코프 프로세스 인터내셔널(Markov Processes International) 데이터에 따르면, 하버드 기금은 지난 3년간 연율 기준 8.1% 수익률을 기록해 예일대와 프린스턴대를 앞질렀고, 12개 명문 학술기관 가운데 공동 4위에 올랐다. 연율 수익률은 일정 기간의 수익을 1년 단위로 환산한 값으로, 장기 운용 성과를 비교할 때 자주 활용된다.

이번 성과는 2016년과 비교하면 뚜렷한 반전이다. 당시 하버드 기금은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의 큰 손실 여파를 반영해 10년 연율 수익률이 5.7%에 그쳤다. 이후 나르베카르는 부진한 유동성 낮은 자산을 대폭 처분하는 한편, 사모펀드(private equity)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 배분 비중을 두 배로 늘리는 공격적 전략을 구사했다. 유동성 낮은 자산은 즉시 현금화하기 어렵지만, 할인된 가격에 매각해 자산 구조를 정리하는 방식이 성과 개선의 출발점이 됐다.

그는 또한 헤지펀드 익스포저를 두 배 이상 확대했다. 헤지펀드는 시장 방향과 무관하게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상품으로, 포트폴리오 방어력과 분산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전략은 2024년 포트폴리오의 방어와 초과성과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하버드의 기관적 위상도 강화돼, 시타델(Citadel)과 D.E. 쇼 그룹(D.E. Shaw Group) 같은 최고 운용사로부터 유리한 배분을 확보했고, 스트라이프(Stripe)와 스페이스X(SpaceX)처럼 고성장 기업에 직접 지분을 보유하는 데도 성공했다.

하버드 기금은 여전히 대학 재정의 핵심 축이다. 지난해 이 기금은 하버드대의 67억 달러(6.7 billion 달러) 규모 운영예산 중 3분의 1 이상을 제공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한 연방 연구비 삭감에 맞서 대학 재정을 떠받치는 중요한 완충장치 역할도 하고 있다. 대학 기금은 단순한 투자 자산이 아니라 장학금, 연구, 인프라, 교수진 운영 등 전반적인 학사·재정 구조를 지탱하는 기반이어서, 최고 책임자의 교체는 향후 운용 전략과 수익률 안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 관점에서 볼 때 나르베카르의 은퇴 계획은 하버드 기금의 운용 철학과 자산배분 기조가 향후 어떻게 이어질지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현재 구조가 새 경영진에서도 유지될 경우, 안정적 성과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승계 과정에서 내부 운용 비중이 다시 확대되거나 위험자산 배분이 조정될 경우, 단기 성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현재로서는 공식 후임자 절차가 시작되지 않아, 실제 변화는 2027년 전후로 가시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