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물 WTI 원유 선물(CL M26)은 이날 3.55달러(3.51%) 오른 상태이며, 6월물 RBOB 휘발유 선물(RB M26)도 0.0801달러(2.22%) 상승했다.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급등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이 더욱 타이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의 핵심 해상 운송로로,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이곳을 지난다. 이 때문에 해당 해협의 통행 차질은 국제 에너지 시장 전반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는 구조다.
2026년 5월 1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10주간 이어진 충돌을 끝내기 위한 최근 평화 제안을 서로 거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답변을 “piece of garbage”라고 표현하며 현재의 휴전이 “life support”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은 합의에 나서거나 아니면 decimated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미 해군과 공군의 지원을 받아 상업용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돕는 작전을 이번 주 안에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RBOB 휘발유는 미국 휘발유 선물시장에서 기준이 되는 상품으로, 정제된 자동차용 연료 가격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요일 월간 보고서에서 전 세계 관측 원유 재고가 3월과 4월에 하루 약 400만 배럴 감소했으며, 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쟁 리스크에 지지받고 있다. 현재 충돌은 전 세계 석유와 연료 부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이 하루 약 1,450만 배럴 줄었고, 이번 차질로 전 세계 원유 비축량에서 약 5억 배럴이 빠져나갔다고 추산했다. 이 수치는 6월까지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 또한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현지 저장시설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으로 생산량을 약 6% 줄일 수밖에 없었다. IEA는 지난주 목요일 분쟁 과정에서 80곳이 넘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원유 시장에는 약세 요인도 존재한다. OPEC 대표들은 목요일 카르텔이 향후 몇 달간 일련의 생산쿼터 인상을 이어가고, 9월 말까지 중단됐던 원유 생산량의 복원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OPEC은 2023년에 단행한 하루 165만 배럴 규모의 감산분 중 약 3분의 2를 공식적으로 되돌리기로 합의했으며, 생산 목표를 추가 상향하고 나머지 물량도 3차례의 월별 단계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OPEC+는 5월 3일 6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겠다고 했고, 5월에는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을 단행한 바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 여파로 오히려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추가 증산은 쉽지 않아 보인다.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42만 배럴 감소한 2,055만 배럴로, 35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유 운송·저장 시장도 빠듯해지고 있다. 해상 운송 분석업체 Vortexa는 월요일, 최소 7일 이상 정박한 탱커에 저장된 원유가 5월 8일로 끝난 주간 기준 전주 대비 33% 감소한 1억390만 배럴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급 차질이 단순한 생산 문제가 아니라 해상 재고와 운송망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산 원유 제재도 유가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미국이 중재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제네바 회담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조기 종료됐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토 요구를 수용하기 전까지는 전쟁의 장기적 타협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망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한이 계속될 것임을 의미하며, 국제유가에는 강세 재료로 작용한다.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은 지난 10개월 동안 최소 30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능력을 떨어뜨리고 세계 공급을 줄였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4월에는 러시아 정유소, 수출 터미널, 송유관 인프라를 대상으로 최소 21차례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있었고, 이로 인해 러시아의 평균 정제 가동률은 하루 469만 배럴로 낮아졌다. 이는 16년 만의 최저치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의 러시아 원유 기업, 인프라, 탱커 제재도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수요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5월 8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0.3%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3%, 정제유 재고는 9.4% 각각 낮았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71만 배럴로 전주 대비 1.0% 증가했으며, 11월 7일 주간에 기록한 하루 1,386만2,000배럴의 사상 최고치에는 소폭 못 미쳤다.
베이커휴즈는 지난주 금요일 5월 8일로 끝난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 수가 2기 늘어난 410기라고 발표했다. 이는 12월 19일 주간에 기록한 4.25년 만의 최저치인 406기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2.5년 동안 미국 원유 시추기 수는 2022년 12월 보고된 5.5년 만의 최고치 627기에서 크게 감소한 상태다.
시장에서 보이는 흐름을 종합하면, 단기적으로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러시아 공급 차질, 재고 감소가 국제유가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OPEC+의 증산 기조는 상승 폭을 일부 제어할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동 산유국의 생산 차질이 더 크기 때문에, 공급 확대 계획이 있더라도 즉각적인 시장 완화 효과는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며,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전쟁 협상 진전 여부가 향후 에너지 가격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