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7일(현지시간) ABC와 모회사 월트 디즈니가 심야 토크쇼 진행자인 지미 킴멜(Jimmy Kimmel)을 즉시 해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주말에 워싱턴 힐튼 호텔 로비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과 관련해 킴멜이 행사 전 한 몽타주형(패러디) 발언을 비판한 데 동조한 것이다.
2026년 4월 27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킴멜은 지난 목요일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을 풍자하는 코너에서 멜라니아 트럼프가 “expectant widow처럼 빛났다”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촉발했다. 트럼프 부부는 토요일에 열린 만찬 도중 로비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지자 긴급 대피했다. 현장에서는 용의자로 지목된 콜 앨런(Cole Allen)이 검문소를 돌파한 뒤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요원들에게 총격을 가해 요원 1명이 부상했으며, 용의자는 제압되어 체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자신을 비판하는 코미디·뉴스 프로그램의 편파성을 문제 삼으며 방송사업자에 해당 프로그램 중단을 압박하거나 규제 당국을 통해 방송국 허가 취소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방송사들이 표현의 자유에 따라 조롱이나 불쾌한 농담을 포함한 콘텐츠를 방영할 폭넓은 권리를 가진다고 지적한다.
멜라니아 트럼프는 사건 직후 킴멜의 발언을 ‘corrosive(부식성·유해하다)’이라고 규정하며 미국 내 정치적 병증의 증상이라고 비판했다. 멜라니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X)에 올린 글에서 “
Enough is enough. It is time for ABC to take a stand. How many times will ABC’s leadership enable Kimmel’s atrocious behavior at the expense of our community. People like Kimmel shouldn’t have the opportunity to enter our homes each evening to spread hate.
”라고 적었다. 이어 그녀는 “킴멜의 증오와 폭력적 수사는 우리나라를 분열시키기 위한 의도”라며 “내 가족에 대한 그의 몽타주는 코미디가 아니라 부식적이며 미국 내 정치적 병증을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ABC와 디즈니는 즉각적인 답변을 내지 않았다. 이번 문제는 지난달 새로운 수장이 된 조시 다마로(Josh D’Amaro)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조기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다마로 CEO는 지난달 취임했으며 회사의 정치적·언론적 논쟁 관리가 향후 경영 리스크 평가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장 반응은 엇갈렸다. 할리우드 블러바드에서 노점상을 하는 토드 도텐(57)은 “디즈니와 ABC는 토요일에 트럼프가 암살당하지 않은 것에 매우 운이 좋았다”며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들은 결코 보지 못한 수준의 반발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스캐롤라이나의 딘 톰슨(64)은 킴멜이 그의 농담 때문에 직장을 잃는다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냉각 효과(chilling effect)가 생길 것을 우려하며 “많은 코미디언들의 자유로운 발언권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방송사 압력 이력
이번 사안은 FCC(연방통신위원회)와 방송사 간의 과거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에는 FCC 수장이었던 브렌단 카(Brendan Carr)가 방송사들에게 킴멜의 방송을 중단하라고 압박한 바 있고, 같은 달 ABC는 보수운동가 찰리 커크(Charlie Kirk)의 암살 관련 발언에 대해 킴멜의 프로그램을 잠시 정지한 전력이 있다. 당시 카 위원장은 지역 방송사가 킴멜의 발언을 송출할 경우 벌금이나 면허 취소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이제 그들이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FCC의 강경 발언은 연예계와 양당 정치인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왔다. 공화당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는 카 위원장의 위협을 조직범죄 보스의 협박에 비유하기도 했다. 또한 신커 미디어 그룹(Sinclair)과 넥스타(Nexstar)는 지난해 9월 자사 소속 70개 ABC 제휴 방송국에서 킴멜의 쇼를 일시적으로 편성 편성에서 제외했는데, 이들 방송국은 미국 가구의 거의 4분의 1을 커버한다.
카 위원장은 넥스타의 테그나(Tegna) 인수(인수금액 $3.5 billion)를 승인했으나, 한 미 법원이 이 합병을 보류시킨 바 있다. 그는 지역 방송사들이 전국 프로그램을 사전 차단(preempt)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려는 뜻을 표명해 왔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월요일에 즉각적인 댓글을 내놓지 않았다. 신커와 넥스타 또한 월요일에 즉각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다.
과거 행보와 맥락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두 차례의 암살 미수 대상이 된 바 있으며, 그 동안 언론을 반복적으로 공격하고 방송 허가에 대해 위협적인 발언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9월 킴멜의 일시 정지를 공개적으로 환영했으며, 11월에는 ABC 뉴스 기자가 사우디아라비아 실세와 2018년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살해 사건을 질문한 것에 대해 ABC 기자를 비난하면서 FCC가 디즈니 소유의 ABC 방송국들의 방영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용어와 제도에 대한 설명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 연방정부의 독립규제기관으로서 라디오, 텔레비전, 위성, 케이블 등 통신 및 방송 분야의 정책과 면허(license)를 관리한다. 방송국 면허 취소는 해당 방송사가 연방 규정을 지속적으로 위반하거나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 논의되지만,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법적·헌법적 쟁점이 수반된다. 또한 미국 헌법 제1조 수정조항은 일반적으로 정부의 언론·표현 규제를 엄격히 제한하므로, 방송사의 편집·코미디 선택에 정부가 개입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산업적 영향 분석
이번 분쟁은 단순한 인물 간 갈등을 넘어 미디어 기업의 규제 리스크와 광고·시청율의 변동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이다. 디즈니가 킴멜을 즉시 해고하거나 방송 편성을 변경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시청자층의 반응에 따라 광고주 이탈이나 시청률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논란이 지속될 경우 일부 광고주는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논란의 중심에 선 프로그램이나 방송사에 대한 광고 집행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디즈니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방어할 경우 보수층의 반발로 일부 지역 제휴 방송국과 갈등이 재연될 수 있으며, 이는 지역 광고 수익과 제휴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FCC의 동향이 핵심 변수다. FCC가 과거처럼 강경 입장을 취할 경우 방송국 면허·벌금 리스크가 현실화되어 방송사 경영에 중대한 불확실성을 추가할 수 있다. 또한 넥스타-테그나 합병처럼 대규모 M&A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면 미디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계획이나 가치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법원이 규제 남발을 제약할 경우 방송사들은 보다 큰 편집 자유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경영진 리스크 관점에서 보면, 조시 다마로 신임 CEO에게 이번 사안은 브랜드·정책·규제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초기 시험대다. 디즈니가 정치적 논쟁에 민감하게 대응해 인사·편성 결정을 내릴 경우 주주들 사이에서 단기적 불확실성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며, 반대로 소극적 대응은 규제·정치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전망과 절차
현재로서는 ABC와 디즈니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FCC와 관련 방송사들의 추가 반응이 주목된다. 법적 쟁점과 정치적 공방이 얽혀 있기 때문에 향후 수일에서 수주간 동안 언론·정치권·규제기관 간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은 방송 콘텐츠와 정치적 발언의 경계, 규제 권한의 범위, 그리고 기업 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사회적·법적 논의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