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전망에 따른 원유 가격 급등

원유 및 휘발유 선물가격이 급등했다. 6월물 WTI 원유(CLM26)는 전일 대비 +5.18% 상승했고, 6월물 RBOB 휘발유(RBM26)는 +0.1502달러(+4.38%) 올랐다. 이번 주 초부터 이어진 급등세가 오늘도 연장되며, 원유는 2주 만의 고점을, 휘발유는 약 3년 9개월(3.75년) 만의 고점을 각각 기록했다.

2026년 4월 29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와 미·이란 간 교착 상태가 세계 석유 공급을 빠르게 조여 오면서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재고보고서가 예상보다 큰 재고 감소를 나타내면서 가격 상승 폭은 더욱 확대됐다.

지정학적 요인은 현재 유가 급등의 핵심 배경이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당분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해협 통과 공급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에게 장기 봉쇄에 대비하라고 지시했으며, 이는 재개되는 교전이나 합의 없이 갈등을 방치하는 것보다 미국 측 위험이 적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협에서의 미 해군 봉쇄는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질 때까지 완전한 효력을 유지할 것이다.”


공급 영향과 수치로 보면,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Persian Gulf)에서의 원유 생산이 4월 들어 약 1,450만 배럴/일(bpd)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추정했다. 이는 4월 초 대비 약 절반 이상(>50%)의 생산 차질을 의미하며, 현재까지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약 5억 배럴(500 million bbl)이 소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감소분이 6월까지 10억 배럴(1 billion bbl)에 달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은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어 약 6%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전해졌다. 미국은 4월 13일부터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선박 중 이란 항을 기항하거나 이란으로 향하는 선박에 대해 봉쇄를 시작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봉쇄가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봉쇄 이전인 3월 약 170만 bpd를 수출한 바 있다.

국제기구·카르텔 동향도 유가에 혼재된 신호를 주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13일 기준으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폐쇄로 인해 전 세계 약 1,300만 bpd의 공급이 차단됐다고 발표했다. IEA는 또한 분쟁 중에 80개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에는 최장 2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OPEC+는 4월 5일 5월에 원유 생산을 206,000 bpd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중동 산유국들이 전쟁 영향으로 생산을 삭감하고 있다는 현실 때문에 이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OPEC+는 2024년 초 약 220만 bpd의 감산분을 복원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827,000 bpd가 남아 있다. OPEC의 3월 원유 생산은 전월 대비 -756만 bpd 감소해 22.05 million bpd로 3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흐름과 재고 지표에서도 공급 긴축 신호가 감지된다. 에너지 분석업체 Vortexa는 4월 24일로 끝난 주에 7일 이상 정체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25% 증가153.11 million bbl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수출·수송 차질로 인해 선적 대기 물량이 늘어난 정황을 시사한다.


유럽-러시아 전쟁 관련 영향도 장기적으로 유가에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 중재 회담은 조기 종료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장기적 종전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어, 러시아 원유에 대한 제재와 수출 제한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은 지난 9개월간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의 정제·수출 능력을 약화시켰다. 또한 11월 말 이후 발트해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공격을 받는 등 선박 보안 리스크가 증대했으며, 미국·EU의 신규 제재는 러시아 석유 관련 기업·인프라·유조선의 수출을 제약하고 있다.

미 EIA의 주간 재고보고서(4월 24일 기준)은 원유와 석유제품 모두에서 예상보다 큰 재고 감소를 보여 시장에 강세 신호를 보냈다. 구체적으로 EIA는 원유 재고가 -623만 배럴 감소해 시장 기대치(-19만 배럴)를 크게 밑돌았고, 휘발유 재고는 -607.5만 배럴로 예상(-278.5만 배럴)보다 큰 감소를 기록했다. 경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449만 배럴9.5개월 만의 저점에 내려앉았고, 이는 기대치(-215만 배럴)를 상회하는 감소폭이다. WTI 인도지점인 커싱(Cushing) 재고도 -79.6만 배럴 감소했다.

동 보고서는 또한 2026년 4월 24일 기준 미국의 주요 재고 수준을 계절적 5년 평균과 대비해 제시했다.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1.2% 높은 반면, 휘발유 재고는 -2.4%, 경유 재고는 -10.3%로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4월 24일로 끝난 주에 전주와 동일한 13.586 million bpd를 기록해 11월 7일 기록한 13.862 million bpd의 최고치보다는 소폭 낮았다.

생산·시추 동향도 공급 측면의 추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베이커휴즈(Baker Hughes)는 4월 24일로 끝난 주의 미 시추(오일 리그) 활동이 -3기 감소해 407기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2023년 12월 19일의 406기(4.25년 최저)에 근접한 수치이며, 2022년 12월의 627기(5.5년 최고)에서 급락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용어 설명(독자 편의) 1)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수로로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이다. 2) WTI(서부 텍사스 중질유)RBOB(휘발유 규격 선물): 국제 석유·정유시장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원유·휘발유 선물 상품으로, 가격 변동은 실제 수급과 정유 마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3) Cushing(커싱): 미국 오클라호마의 유가물류 허브이자 WTI 선물의 지정 인도지점이다. 4) EIA(미 에너지정보청)IEA(국제에너지기구): 각각 미국·국제 에너지 통계를 제공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시장의 재고·생산·수급 판단에 핵심 참고자료가 된다.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분석) 현재의 공급 차질과 재고 감소는 단기적으로 강한 가격 상승 압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실물 공급 부족과 금융시장 내 위험 프리미엄(geopolitical risk premium)이 결합돼 유가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특히 휘발유·경유 재고가 계절적 평균을 밑돌고 있다는 점은 정유제품 가격의 상승 전이(transmission)를 심화시킬 수 있어 소비자 연료비 부담이 장기화될 위험이 있다.

반면 공급 회복 가능성(예: 대체 수송로 확보, 일부 산유국의 생산 재가동, OPEC+의 증산 이행 등)이 현실화되면 가격 급등이 누그러질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OPEC+의 증산 계획은 중동 전쟁에 따른 생산 제약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공격으로 인한 추가 공급 차질 가능성도 남아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정책 및 실무적 시사점으로는 단기적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재고 수준의 상시 모니터링 강화, 정유·물류 인프라의 보안·복구 계획 수립 등이 꼽힌다. 또한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기업은 연료 대체수단 확보 및 수급 다변화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참고: 본 기사에 인용된 수치와 발언은 2026년 4월 29일 Barchart의 보도와 공개된 기관(IEA, EIA, 골드만삭스, 베이커휴즈, Vortexa)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기사 작성 시점 저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언급된 증권에 대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