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과 런던의 설탕 선물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태국의 설탕 수출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공급 확대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2026년 5월 25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7월물 뉴욕 세계 설탕 11호#11(SBN26)은 전 거래일 대비 0.21달러(-1.41%) 내린 반면, 8월물 런던 ICE 백설탕 5호#5(SWQ26)는 3.20달러(-0.72%) 하락했다. 설탕 가격은 월요일 기록한 2주 만의 저점 위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여전히 약세다.
설탕 선물은 원당과 백설탕의 국제 가격을 반영하는 대표적 지표다. 뉴욕 세계 설탕 11호는 원당, 런던 ICE 백설탕 5호는 정제된 설탕을 뜻하며, 두 시장의 움직임은 브라질·인도·태국 등 주요 생산국의 작황과 수출 흐름, 기상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 하락은 특히 태국 수출 확대가 핵심 재료로 작용했다. 세계 2위 설탕 수출국인 태국의 2026년 1~4월 설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160만 메트릭톤(MMT)으로 집계됐다.
월요일에는 국제설탕기구(ISO)가 2025/26 시즌 세계 설탕 생산량이 사상 최대인 1억8200만 메트릭톤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세계 공급 과잉 규모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설탕 가격이 2주 만의 저점까지 밀렸다. ISO는 2025/26 시즌 세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3.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글로벌 공급 과잉 규모는 2월 전망치 122만 메트릭톤에서 220만 메트릭톤으로 높였다. 이는 2024/25 시즌의 346만 메트릭톤 적자와는 대조적이다.
다만 가격 하락만이 시장의 전부는 아니다. 엘니뇨(El Niño)로 인한 건조한 날씨가 브라질, 인도, 태국 등 세계 3대 설탕 생산 지역의 생산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는 가격의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5월과 7월 사이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82%로 제시했으며,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특히 ‘슈퍼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은 67%로 추정했다.
ISO는 또 2026/27 시즌 세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5% 감소한 1억8000만 메트릭톤에 그치고, 세계 설탕 수급은 26만2000메트릭톤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엘니뇨가 인도와 태국의 수확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반영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중장기 공급 둔화 시나리오가 향후 가격 하방을 제한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주 시티그룹은 브라질의 2026/27 시즌 설탕 생산량을 3950만 메트릭톤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브라질 국가공급회사(Conab)의 4395만 메트릭톤 추정치보다 낮다. 시티그룹은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라 브라질 제당업체들이 사탕수수를 설탕보다 에탄올 생산에 더 많이 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 경우 앞으로 6개월에서 12개월 동안 인도와 태국의 설탕 생산에
“상당한 영향”
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수출 제한도 시장을 지지하는 요소다. 인도는 내수 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한 4개월간의 설탕 수출 금지를 9월 30일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데이터그로(Datagro)는 2026/27 시즌 세계 설탕 공급 과잉 규모 전망을 기존 226만 메트릭톤에서 317만 메트릭톤 부족으로 수정했다. 스톤엑스(StoneX)도 지난 화요일 2026/27 시즌 세계 설탕 시장이 55만 메트릭톤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이는 2025/26 시즌의 230만 메트릭톤 흑자와는 정반대다.
브라질의 최근 생산 동향도 주목된다. 4월 30일 유니카(Unica)는 2026/27 시즌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4월 상반기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한 64만7000메트릭톤이라고 발표했다. 제당업체들이 사탕수수 분쇄물 가운데 설탕용 비중을 지난해 44.7%에서 32.9%로 줄인 영향이다. 4월 28일 Conab은 새 시즌 첫 보고서에서 브라질 설탕 생산량이 0.5% 감소한 4395만2000메트릭톤이 될 것으로 내다봤고, 에탄올 생산량은 7.2% 증가한 292억5900만 리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달 21일 미국 농무부(USDA)도 브라질의 2026/27 시즌 설탕 생산량을 4250만 메트릭톤으로 제시하며, 전년 대비 3%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는 밀들이 설탕보다 에탄올용 사탕수수 분쇄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지속적인 폐쇄 우려도 설탕 가격에 일부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코브리지 애널리틱스(Covrig Analytics)에 따르면 해당 해협의 폐쇄는 전 세계 설탕 무역의 약 6%를 제약하고 있으며, 정제 설탕 생산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에너지 수송의 핵심 경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물류 차질이 확대될 경우 설탕을 포함한 여러 원자재 운송에도 연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글로벌 설탕 흑자가 축소될 것이라는 신호도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4월 21일 코브리지 애널리틱스는 2026/27 시즌 세계 설탕 공급 과잉 추정치를 140만 메트릭톤에서 80만 메트릭톤으로 낮췄다. 4월 20일 설탕 무역업체 차르니코우(Czarnikow)도 같은 시즌 전망치를 2월의 340만 메트릭톤에서 110만 메트릭톤으로 축소했고, 2025/26 시즌 전망치도 830만 메트릭톤에서 580만 메트릭톤으로 낮췄다. 이처럼 여러 기관이 공급 과잉 폭을 잇달아 줄이면서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타이트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의 생산과 수출 정책도 변수다. 4월 16일 인도 협동조합 설탕공장연맹(National Federation of Cooperative Sugar Factories Ltd.)은 2025~26년 10월 1일부터 4월 15일까지 인도의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2748만 메트릭톤이라고 밝혔다. 4월 7일 인도설탕·바이오에너지제조협회(ISMA)는 2025/26 시즌 생산 전망치를 기존 3240만 메트릭톤에서 3200만 메트릭톤으로 하향했고, 수출 전망은 80만 메트릭톤으로 제시했다. 인도는 2022/23 시즌 늦은 비로 생산량이 줄고 내수 공급이 제한되자 설탕 수출 쿼터제를 도입했다. 반면 USDA는 4월 30일 인도의 2026/27 시즌 설탕 흑자가 250만 메트릭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2년 만의 첫 흑자라고 밝혔다. 인도는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이다.
USDA는 지난해 12월 16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세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4.6% 증가한 1억8931만8000메트릭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기간 세계 인류 소비량은 1.4% 증가한 1억7792만1000메트릭톤으로 예상했고, 기말 재고는 2.9% 감소한 4118만8000메트릭톤으로 내다봤다. USDA 해외농업국(FAS)은 브라질의 2025/26 시즌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2.3% 증가한 4470만 메트릭톤으로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봤으며, 인도는 몬순 호우와 재배 면적 확대에 힘입어 25% 증가한 3525만 메트릭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국의 생산량 역시 2% 증가한 1025만 메트릭톤으로 예상했다.
향후 설탕 가격은 태국의 수출 흐름, 브라질의 사탕수수 배분, 엘니뇨 전개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태국 수출 증가와 ISO의 공급 과잉 전망이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으나, 중기적으로는 인도 수출 제한, 호르무즈 해협 물류 차질, 엘니뇨에 따른 작황 악화 가능성이 하방을 제한할 수 있다. 시장은 현재 공급 확대와 기상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에 놓여 있으며, 이에 따라 설탕 선물은 당분간 민감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