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중동 긴장 완화 기대에 힘입어 대부분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소폭 하락했지만, S&P 500 지수와 나스닥 100 지수는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유가 하락과 미국 국채 금리 하락이 기술주 랠리를 이끌며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6년 5월 2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S&P 500 지수는 0.61% 오른 채 마감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23% 내렸다. 나스닥 100 지수는 1.76% 상승했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0.61% 올랐고,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72% 상승했다. E-미니 선물은 주요 주가지수의 향후 움직임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으로, 정규장 개장 전후의 심리를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이날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이란과의 평화 협상 진전 기대가 자리했다. 미국 당국자들이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원유 흐름을 복원하는 내용의 합의에 근접했다고 시사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채권 수익률도 낮아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이란이 60일간 휴전을 연장하는 양해각서 초안을 마련했으며, 양측이 영구 합의를 모색하는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제거 작업 후 재개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초기 문안의 표현을 두고 양측이 여전히 논의 중이라며 협상이 “며칠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이곳이 막히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물가에 즉각적 충격이 발생한다.
다만 시장은 낙관과 경계가 뒤섞인 모습이었다.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 발사 지점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를 설치하려던 선박을 타격했다고 밝히면서, 주가지수 선물은 장중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또 이날 다우지수는 건강보험주와 에너지 생산업체의 약세 때문에 하방 압력을 받았다. WTI 원유는 장중 2.5주 만의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으나,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 내 미사일 기지와 기뢰 설치 선박을 타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미국 경제지표는 주식시장에 혼조 신호를 보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4월 전국활동지수는 0.29 상승한 0.14로 1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해 예상치인 -0.03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3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3% 올라 예상치 0.90%보다 낮았고,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을 보였다. 콘퍼런스보드의 5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0.7 하락한 93.1로 집계돼 예상치 92.0보다는 나았지만, 심리 개선 폭은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소비와 주택, 제조 활동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채권시장은 유가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6월물 10년 만기 미 국채 선물은 18.5틱 상승했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6.9bp 하락한 4.489%로 마감했다. 장중 수익률은 1.5주 만의 저점인 4.473%까지 떨어졌다. WTI가 2% 넘게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진 것이 국채 가격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10년물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1개월 만의 최저치인 2.375%까지 내려갔다. 국채 입찰에서도 수요는 무난했다. 미 재무부의 690억달러 규모 2년물 국채 입찰은 응찰률 2.64배를 기록해 최근 10회 평균 2.61배를 웃돌았다.
유럽 채권시장에서는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3.3bp 오른 2.979%였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2.2bp 내린 4.875%로 마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인 이자벨 슈나벨은 중동 분쟁이 빠르게 해결되더라도 6월 ECB의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충격의 지속성이 높아 경제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당초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필립 레인은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만큼,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분기별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스왑시장은 6월 11일 예정된 ECB 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91%로 반영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항공주가 강세를 보였다. 칩 제조업체와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종목들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으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UBS가 목표주가를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한 뒤 20% 이상 급등했다. 온세미컨덕터는 10% 넘게 뛰었고, 웨스턴디지털은 8% 이상 올랐다. 샌디스크와 AMD는 7% 이상 상승했고, 마벨테크놀로지와 KLA는 6% 이상 올랐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아날로그디바이시스,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NXP세미컨덕터스, 램리서치, 텍사스인스트루먼트도 5% 이상 상승했다. 반도체는 AI 서버, 데이터센터, 메모리 수요와 맞물려 증시 전반의 기대를 지탱하는 핵심 섹터로 다시 부각됐다.
항공사와 크루즈 운영업체도 유가 하락의 수혜를 받았다. 아메리칸항공그룹은 7% 이상 올랐고, 알래스카에어그룹은 6% 이상 상승했다. 유나이티드항공홀딩스는 5% 이상 뛰었고, 델타항공,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홀딩스, 로열캐리비안크루즈는 4% 이상 올랐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3% 이상, 카니발은 2% 이상 상승했다. 연료비는 항공·여행 업종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원유 가격 하락은 해당 업종의 실적 기대를 빠르게 개선시키는 요인이다.
우주·위성 관련 종목도 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추진 계획을 내놓자, 로켓 및 위성 관련 업체들이 급등했다. 레드와이어는 26% 이상 올랐고,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는 18% 이상 상승했다. AST 스페이스모바일은 12% 이상 뛰었다. IPO는 기업이 처음으로 주식을 공개 발행해 상장하는 절차로, 대형 상장 기대는 관련 공급망과 동종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에너지 생산업체와 에너지 서비스주는 국제유가 하락 부담에 밀렸다. 데본에너지는 4% 이상 하락했고, 다우지수 구성 종목인 셰브론은 3% 이상 떨어져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APA는 3% 이상 내렸고, 다이아몬드백에너지, 마라톤페트롤리엄, 옥시덴털페트롤리엄, 필립스66, 발레로에너지도 2% 이상 하락했다. 방어주 성격이 강한 건강보험주 역시 시장 전반의 상승세 속에서 압박을 받았다. 센틴은 3% 이상 내렸고, 유나이티드헬스그룹, 휴마나, CVS헬스는 2% 이상 떨어졌다. 엘리번스헬스와 시그나는 1% 이상 하락했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JP모건체이스가 비중확대 의견과 80달러의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알리언트를 12% 이상 끌어올렸고, 핸델스방켄이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한 뒤 오토리브는 3% 이상 상승했다. 반면 오토존은 3분기 순매출이 48억4,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 48억7,000만달러를 밑돌면서 8% 이상 급락했다. 오라일리오토모티브는 나스닥 100 내 하락률 1위로 4% 이상 떨어졌고, 인튜이트는 미즈호증권이 목표주가를 600달러에서 500달러로 낮춘 뒤 4% 이상 내렸다.
실적 발표 흐름도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475개 S&P 500 기업 중 83%가 1분기 실적 전망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주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쳐 2년 만의 가장 약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지수 상승이 광범위한 경기 회복보다는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 중심의 이익 개선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는 중동 정세, 유가, 금리, 그리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다. 원유가 안정적으로 하향 흐름을 이어갈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가 더 낮아지고, 미국 국채와 성장주에는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반대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재차 고조되면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에서는 EC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반영되고 있어, 에너지발 물가 압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향후 채권과 주식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해외 증시는 이날 약세를 보였다. 유로스톡스50은 1.18% 내렸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17%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도 0.25% 떨어졌다. 한편 이날 기준으로 공개된 5월 27일 실적 발표 예정 기업에는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배스앤바디웍스, 딕스스포팅굿즈, 에버퓨어, HEICO, HP, 마벨테크놀로지, nCino, 누타닉스, 세일즈포스, 스노우플레이크, 시놉시스, U-Haul Holding이 포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