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앙은행(RBI)이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자국 통화가 압박을 받는 가운데, 이란 전쟁 확산 우려가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26년 6월 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준비은행(Reserve Bank of India·RBI)은 금요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interest rate)를 5.25%로 유지했다. 이는 로이터와 CNBC가 조사한 이코노미스트 다수의 예상과 일치하는 결정이다. 다만 CNBC에 응답한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루피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 바 있다. 루피화는 달러에 대해 사상 최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동 정세는 인도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로 수입 비용이 불어나면서 경상수지와 환율에 동시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 유가 상승에 민감하다. 이와 함께 이미 기록적인 외국인 자금 유출로 약세를 이어온 루피화는 추가 충격을 받고 있다.
인도 정부와 정책당국은 루피화 방어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 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달 국민들에게 금 구매를 잠시 미루고, 연료를 아끼며, 해외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당국은 국영은행들을 통해 달러를 매도해 환율 하락 속도를 늦추려 했으며, 금 수요를 줄이기 위해 수입 관세도 인상했다. 금은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자산이자 수입 비중이 큰 품목으로, 수요 조절은 외환보유액 방어와 직결된다.
루피화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루피화는 연초 대비 달러 대비 6% 이상 약세를 기록했으며, 이날 달러당 95.78루피 수준에서 거래됐다. 통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자극해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어 중앙은행의 정책 운신 폭을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도준비은행이 마주한 선택지는 쉽지 않다. 이란 전쟁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으로 꼽히는 인도의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 있는 반면, 물가 상승 위험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4월 인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정부가 연료 가격 인상을 전가하기 전에도 3.48%로, 3월의 3.40%에서 6개월 연속 상승했다. 다만 아직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치인 4%를 밑돌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인도는 올해 엘니뇨(El Nino)로 인한 이상기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작황 부진과 농산물 공급 차질이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료품 물가는 인도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항목이다. 실제로 4월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3월의 3.87%에서 4.2%로 올랐다. 기후 요인과 에너지 비용, 환율 약세가 동시에 작용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성장률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인도 경제는 1~3월 분기에 7.2%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직전 분기의 7.8%보다 낮은 수준이다. 인도의 공식 1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이날 늦게 발표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중동 긴장, 유가 상승, 루피화 약세, 식료품 물가 불안이 맞물리면서 인도 중앙은행이 당분간 신중한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용어 설명에서 말하는 루피화 약세는 같은 달러를 사기 위해 더 많은 루피가 필요해지는 상황을 뜻하며, 이는 수입 원가 상승과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처럼 원유와 금 등 핵심 품목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는 환율 변동이 곧바로 소비자 물가와 성장 전망에 영향을 준다.
이번 동결 결정은 물가와 성장, 환율 방어 사이에서 인도 중앙은행이 균형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에너지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경우, 향후 통화정책은 더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루피화 방어와 외환보유액 관리가 계속 중요한 과제로 남으면서, 금리 인상 여부도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