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 6월 5일(로이터) – 과거 골드만삭스 출신의 야심 찬 젊은 은행가 3명이 의기투합해 출범한 파트너스그룹(Partners Group)은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글로벌 사모펀드 강자로 성장했고, 창업자들을 스위스에서도 손꼽히는 부호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처럼 가파르던 상승세는 이미 속도가 떨어지고 있었고, 이번 주 결국 급격히 멈춰 섰다. 스위스 취크주(州) 추크에 본사를 둔 파트너스그룹은 86억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에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쏟아지자 자금 인출을 중단했으며, 이 조치 직후 주식시장에서 사상 최악 수준의 충격을 받았다. 2026년 6월 5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이후 더 큰 규모의 미국 펀드에서도 환매를 제한할 예정이며, 이 펀드 역시 자산 가치가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인출 압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가운데 본토벨(Vontobel)의 애널리스트 안드레아스 벤디티(Andreas Venditti)는 파트너스그룹의 주가가 수요일 한때 18%까지 급락한 뒤 “시장은 파트너스그룹의 장기 성장 잠재력이 훼손됐다고 결론 내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투자심리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투자에서 먼저 입지를 다진 파트너스그룹은 이후 부동산과 인프라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스위스 금융업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스위스는 물론 그 밖의 지역에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스위스 금융 대기업 UBS의 가까운 협력사인 이 회사의 영향력은 현재 국가 정치 영역까지 미치고 있으며, 과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 분쟁 해결 과정에도 기여한 바 있다.
불안감 커진 몇 달
이번 주의 전개가 모든 이들에게 예상 밖은 아니었다. 파트너스그룹의 위상이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접어들기까지, 시장에서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성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었다. 특히 업계의 새로운 상품으로 꼽히는 에버그린 펀드(evergreen fund)를 둘러싼 우려가 컸다. 에버그린 펀드는 통상 폐쇄형 펀드와 달리 투자자가 더 쉽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를 말한다. 다만 유동성이 높은 만큼 운용사 입장에서는 현금 확보와 자산 평가의 신뢰도가 더욱 중요해진다.
올해 들어 환매 요청은 꾸준히 늘었고, 4월 말에는 공매도 투자사 그리즐리 리서치(Grizzly Research)가 일부 투자자산이 실제 성과에 비해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파트너스그룹은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으며, 이후 그리즐리 리서치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는 이미 발생한 뒤였다. 데이비드 레이턴(David Layton)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고위 경영진도 이 보고서가 회사에 타격을 줬다고 인정했다.
파트너스그룹은 사모투자가 더 넓은 환매 압박의 흐름에 휘말린 대표 사례로 꼽힌다. 처음에는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펀드가 직격탄을 맞았고, 이어 비규제 금융회사가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는 사모대출(private credit) 분야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일부 사모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요구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매도 압력을 막고 시간을 벌려 한다. 그러나 이는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투자자 신뢰에는 비용을 남긴다.
억만장자 창업자들, 스위스 금융권의 상징이 되다
1996년 전 골드만삭스 은행가였던 마르셀 에르니(Marcel Erni), 알프레드 간트너(Alfred Gantner), 우르스 비틀리스바흐(Urs Wietlisbach)가 회사를 설립했고, 이들은 이듬해 룩셈부르크에서 첫 사모펀드를 출시했다. 현재 파트너스그룹이 운용하는 자산은 약 1,850억 달러에 이른다.
2006년 상장 이후 이어지던 주가 상승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금리 인상,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관세 등 일련의 충격을 거치며 점차 힘을 잃었다. 스위스 ZKB의 애널리스트 다니엘 레글리(Daniel Regli)는 “파트너스그룹은 실물경제와 깊이 연결돼 있어 거시경제 우려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부유층 개인과 연기금 자금을 전 세계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모시장 전반에 걸쳐 사업을 넓혀 왔다. 전체 고객 가운데 개인 투자자는 약 20%를 차지한다. 이는 중립국으로서의 안정성이 강점인 스위스 내 기반이 뒷받침한 결과로 해석된다. 사모펀드 시장은 일반 투자자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으나, 상장주식처럼 거래되는 공모펀드와 달리 비상장 기업이나 실물자산에 장기 투자하는 구조로, 운용 성과와 자산가치 평가에 대한 신뢰가 핵심이다.
창업자들의 자산은 포브스 부호 순위 기준 각각 약 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스위스의 유럽연합 통합 확대를 제한하려는 캠페인을 지지해 왔으며, 특히 간트너는 지난해 스위스 재계 대표단을 이끌고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가 스위스에 부과한 치명적인 관세를 낮추도록 설득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처럼 파트너스그룹은 스위스에서 강력한 우군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UBS가 이례적으로 공개 성명을 내고 회사를 옹호했다. UBS는 “
우리는 계속해서 파트너스그룹을 소중한 파트너로 보고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몇 달은 이 같은 연대를 시험대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 파트너스그룹은 목요일, 자신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의 성장이 올해와 내년에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 신뢰 훼손과 환매 압력이 이어질 경우, 회사의 성장 속도와 시장 내 평가는 추가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자산 평가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환매 제한 조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면, 단기 충격을 일부 진정시킬 여지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