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 최근 몇 년간 메모리 관련 종목의 이례적 고수익이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끄는 데 힘을 보탰지만, 시장 관측통들은 투자자들이 이 업종의 순환성을 잊는다면 그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26년 5월 2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메모리 산업은 2022년 12월 챗GPT 출시 이후 지속적인 성장 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폭발적 수요를 촉발했기 때문이다.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층층이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반도체로, 인공지능 연산에서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의 최대 생산업체 가운데 일부이며, 올해 들어 주가가 각각 114%, 186% 상승했다.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샌디스크도 같은 기간 각각 141%, 156% 올랐다. 이러한 강세의 배경에는 메모리 업종이 과거처럼 수요와 공급이 크게 엇갈리며 급등락을 반복하는 업황을 벗어났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기업 경영진들은 인공지능이 업계의 전통적인 호황과 불황의 흐름을 뒤집었고,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수년간 높은 가격을 지탱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윌리엄 드 게일 블루박스 에셋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 유럽 이얼리 에디션에서 “이 산업은 장기적으로 보면 꽤 끔찍한 업종”이라며 “사람들이 메모리 사이클은 사라졌고 이제는 장기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고 말할 때마다, 대개 그 직후 모든 일이 아주 나쁘게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메모리 칩 공급은 현재 극도로 부족한 상태지만, 새로운 기술이 수요 전망을 바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알파벳의 구글은 3월 24일 터보퀀트(TurboQuant)라는 새로운 압축 방식을 공개했는데, 이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메모리 양을 최대 6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LLM은 구글, 오픈AI, 앤트로픽 같은 기업의 생성형 인공지능을 뒷받침하는 대형 AI 모델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AI 메모리 칩 수요를 크게 줄일 잠재력이 있으며, 메모리 칩은 그동안 대형 LLM 학습과 구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도이체방크는 화요일 노트에서 투자자들이 “AI 관련 지속적 혼란에 계속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터보퀀트 공개 직후 가장 큰 메모리 공급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이 기술이 수요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공급 완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산관리사 JM 핀의 투자오피스 책임자인 존 커널리프는 CNBC에 “특히 AI 수요가 보다 정상적인 속도로 증가한다면, 향후 3년 동안 생산이 의미 있게 늘어나 공급 제약이 완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주가는 가격이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기업들이 과잉투자를 자제하며, 이익률이 과거보다 훨씬 나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몇 주 동안 이 업종에는 모멘텀 쏠림이 매우 컸고, 그만큼 조정에 취약해졌다”고 덧붙였다. 모멘텀 쏠림은 최근 상승세를 탄 종목으로 자금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을 뜻하며, 주가가 크게 흔들릴 경우 낙폭도 커질 수 있다.
런모어 펀드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앤드루 래핑은 메모리 업종에 투자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평균적인 자본수익률을 보여온 산업에 대해, 미래에 매우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는 가격이 이미 반영돼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 변화 가능성에 대해 “표범은 쉽게 점을 바꾸지 않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메모리 업종의 본질적 특성이 쉽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증시의 집중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5년과 2026년 한국 코스피 지수를 가파른 상승세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된다.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에 달한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브 브라이스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는 5월 13일 CNBC 스쿼크 박스 아시아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의 정점이 “머지않아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한국에 있었고, 고객들에게 포트폴리오 일부에서 차익을 실현한 뒤 전 세계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로 옮기라고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과도한 쏠림이 향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계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일부 은행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상승 여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는 향후 12개월 동안 SK하이닉스 주가가 400만 원, 삼성전자 주가가 59만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약 20% 오르고, SK하이닉스는 두 배로 뛰는 수준이다. 다만 이러한 전망은 메모리 가격 강세와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예상대로 지속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 공급 확장이나 기술 대체가 나타날 경우 시장의 기대가 빠르게 조정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인공지능 서버, 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팅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전통적으로 업황 변동이 큰 산업이다. 업계는 수요가 급증할 때는 가격과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지만, 공급이 늘어나거나 기술 변화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하락 폭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주가 상승은 단순한 실적 개선뿐 아니라, 향후 몇 년간 높은 가격과 마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가 요구된다. 특히 한국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두 종목의 등락이 코스피 전반의 방향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CNBC의 아준 카팔도 이번 보도에 기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