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 다시 찾아온 ‘비이성적 과열 2.0’…인공지능 랠리 속 자산 버블 경고

월가에 ‘비이성적 과열’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S&P 500, 나스닥 종합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지만, 너무 멀리, 너무 빠르게 올라온 것 아니냐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2026년 5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990년대 후반 처음 사용한 표현인 “irrational exuberance(비이성적 과열)”가 인공지능(AI) 주도 주가 상승 속에서 다시 월가를 강하게 흔들고 있다. 미국 증시는 3월 조정을 겪었음에도 2026년 들어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갔고, 5월 27일 마감 기준으로 다우지수, S&P 500, 나스닥이 모두 기록적인 고점을 새로 썼다.

이 같은 랠리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AI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그리고 순식간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만드는 기술로, PwC 애널리스트들은 이 기술이 2030년까지 세계경제에 15조7,000억 달러를 더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AI는 시장에서 성장 기대를 자극하는 핵심 동력으로 평가되지만, 동시에 주가가 실질 성과보다 앞서 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키우고 있다.

그린스펀의 경고와 닷컴버블의 기억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96년 12월 5일 워싱턴DC의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연설에서, 자산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질 때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취지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비이성적 과열이 자산 가치를 과도하게 끌어올려, 이후 예상치 못하고 장기간의 수축에 놓이게 되는 시점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는 당시 주식을 직접적으로 비싸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이 발언은 월가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인터넷 관련 종목의 밸류에이션에 시선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현직 연준 의장이든 전직 의장이든, 주식의 가치평가에 직접적으로 의견을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시기에는 예상보다 빠른 매출 성장과 이익 기대가 형성됐고, 이는 당시 투자자뿐 아니라 연준도 완전히 예측하지 못한 흐름이었다.

그린스펀이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표현을 남긴 뒤에도 증시는 3년 넘게 추가 상승했다. 그러나 연설로부터 3년 3개월 뒤 닷컴버블은 결국 붕괴했고, S&P 500은 49%, 나스닥 종합지수는 78%의 가치가 사라졌다. 이 역사적 전례는 자산 버블이 형성된 뒤에도 상당 기간 시장이 더 오를 수 있지만, 최종적인 조정 폭은 매우 클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 랠리와 닷컴버블의 닮은 점과 차이점

AI와 인터넷의 확산은 한 가지 중요한 점에서 다르다. 1990년대 후반의 순수 인터넷 기업 상당수는 수익성이 없었고, 현금흐름이 플러스인 사업 부문도 부족했다. 반면 AI 혁명을 이끄는 기업들은 대체로 이미 이익을 내고 있으며, 기반 사업에서 상당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1990년대 후반의 비이성적 과열이 오늘날 AI 주도 증시에 반복되고 있다는 신호도 뚜렷하다. 인터넷을 비롯한 혁신 기술은 대체로 초기 단계에서 한 번의 버블 붕괴를 겪었다. 그 이유는 투자자들이 새로운 기술의 도입 속도와 활용 최적화를 지나치게 낙관하기 때문이다. AI의 경우 도입 자체는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들은 지난 3년 동안 엄청난 수준의 주문을 쌓아 올렸고, 기업들도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최적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기업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갖췄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매출이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도 실제로 매출과 수익을 끌어올리는 활용법을 터득하는 데 5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걸렸다. AI 기업들도 비슷한 시간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즉, 기술 도입의 속도와 수익화의 속도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밸류에이션 경고등, 155년 만의 고평가 구간

월가의 밸류에이션 역시 또 하나의 경고 신호다. S&P 500의 샤일러 주가수익비율(Shiller P/E), 또는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 Ratio)은 지난 155년 동안 평균 약 17.4배였다. 그런데 5월 27일 기준 이 수치는 42.32배까지 올라섰다. 샤일러 P/E는 일반적인 PER보다 더 장기적인 이익 흐름을 반영해 경기 변동의 영향을 완화한 지표로, 시장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비싸게 거래되는지를 판단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1871년 1월 이후 시장이 이보다 더 비쌌던 시기는 사실상 닷컴버블 직전뿐이었다. 그린스펀의 유명한 연설 당시 CAPE Ratio는 약 29배 수준이었는데, 이는 대공황 직전 세워졌던 이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이후 S&P 500의 샤일러 P/E는 1999년 12월 44.19배까지 치솟았고, 불과 3개월 뒤 주식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역사적으로 샤일러 P/E가 30배를 넘는 구간은 증시에 불길한 전조로 받아들여져 왔다. 지금까지 확인된 다섯 차례의 사례 모두 이후 다우지수, S&P 500, 나스닥 종합지수 가운데 하나 이상에서 20% 이상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는 높은 밸류에이션이 단기 강세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향후 조정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뜻한다.

스페이스X 기업공개도 과열 논란의 중심

일론 머스크의 우주·AI 기업 스페이스X(SpaceX)의 임박한 기업공개(IPO) 역시 비이성적 과열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750억 달러를 조달해 1조7,5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회사는 재사용 로켓, 위성 기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 AI 스타트업 xAI, 소셜미디어 플랫폼 X로 구성돼 있음에도 2025년 매출은 186억7,000만 달러에 그쳤다.

현재의 비공개 시장 평가와 IPO 희망가치를 감안하면 스페이스X는 2025년 매출의 80배에서 94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30배를 넘어가면 버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이 수치는 시장의 과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핵심 쟁점은 기술의 미래 가치가 아니라, 그 미래를 현재 주가에 얼마나 앞당겨 반영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시장에 미칠 영향과 향후 관전 포인트

현재의 증시 환경은 강력한 성장 기대와 높은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존재하는 국면으로 해석된다. AI 관련 대형주의 실적이 계속해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한다면 상승 흐름은 더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적 개선 속도가 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꺼번에 꺾이면서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금리 수준, 경기 둔화 여부, AI 투자 수익화 속도는 향후 시장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런 점에서 이번 랠리는 단순한 강세장이 아니라, 기술 혁신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얼마나 멀리 주가를 밀어올릴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역사적으로는 혁신의 초기 국면마다 낙관이 과도해졌고, 이후 조정은 훨씬 더 가혹했다. 월가가 다시 한 번 그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AI가 닷컴버블과는 다른 경로를 만들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


메모: 기사 말미에 따르면 Motley Fool의 분석팀은 지금 매수할 만한 10개 종목을 제시했으며, S&P 500 지수는 그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엔비디아는 해당 매체가 보유·추천하는 종목으로 언급됐다. 다만 이는 본 기사에서 다루는 핵심 논지의 보조 정보로, 현재 월가의 과열 논란을 뒷받침하는 배경 설명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