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휴 필(Huw Pill)은 목요일, 인플레이션 압박이 영국 경제에 고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속하지만 소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BoE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유일하게 금리 인상에 찬성표를 던졌던 인물이다. 2026년 5월 1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날 국채 및 통화정책과 관련한 시장 기대를 감안할 때, 정책결정자들이 금리를 “늦기 전에, 오히려 더 일찍” 올려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NatWest가 주최한 행사에서 “시장이 움직이라고 압박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중앙은행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을 때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필 이코노미스트는 ‘신속하지만 소폭’의 대응을 통해,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이 오르는 데 대해 기업과 노동자들이 보이는 반응을 영란은행이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에너지와 식품 등 모든 항목을 포함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뜻한다. 반면 시장에서는 금융여건과 물가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같은 날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라 브리든(Sarah Breeden) 영란은행 부총재가 6월이나 7월에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앤드루 베일리(Andrew Bailey) BoE 총재 역시 상황을 더 평가할 시간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영란은행 내부에서도 통화 긴축의 속도와 시점을 두고 시각 차가 드러난 셈이다.
필 이코노미스트는 또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발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기업이 가격을 올리고 노동자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이른바 2차 효과(second-round effects)의 위험은,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당시보다 이번에는 더 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노동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이 약하다는 것은 고용 여건이 둔화돼 임금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그는 2008년과 2011년의 유가 급등기처럼 노동시장이 그만큼 느슨한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당시의 유가 충격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했지만, 반드시 2차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즉, 현재의 물가 충격이 실제로 임금과 가격의 연쇄 상승으로 번질지 여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날 보도는 이란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별도로,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총리를 둘러싼 정치적 압박이 최근 영국 정부의 장기 차입 비용을 거의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장기 차입 비용은 정부가 만기 10년 이상 국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해야 하는 금리 수준을 뜻하며, 시장의 재정 신뢰도와 물가 전망을 반영하는 핵심 지표다.
필 이코노미스트는 차입 비용 상승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BoE가 경제에 가해지는 일부 압력을 상쇄하고 싶을 수는 있지만 시장 금리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의해 촉발된 경우에는 반드시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단순히 시장 금리 상승을 완화하기보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대응 수위를 달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전망을 놓고 보면, 영란은행의 다음 행보는 에너지 가격 충격이 실제로 임금 상승과 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번지는지 여부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노동시장이 계속 약세를 보인다면 2차 효과는 제한될 수 있지만, 물가 기대가 흔들리거나 임금 협상이 강해질 경우 통화당국은 예상보다 빠른 긴축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성장 둔화가 심화될 경우 BoE는 물가 안정과 경기 방어 사이에서 더욱 미세한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발언은 영국의 금리 경로가 단순한 동결·인상 구도로 정리되기보다, 물가와 고용, 시장금리의 상호작용 속에서 복합적으로 결정될 것임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