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원유시장, 사실상 ‘최소 가동 수준’ 도달 경고…유럽도 곧 뒤따를 수 있다고 칼라일 커리 경고

아시아 원유시장이 사실상 최소 가동 수준에 도달했으며, 유럽도 곧 비슷한 압박을 받을 수 있고 미국은 7월께 공급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제프 커리 칼라일 에너지 경로 부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월요일 이 같은 전망을 내놓으며, 이란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 에너지 충격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6년 5월 2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커리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UBS 웰스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CNBC와 만나, 전 세계에 쌓인 원유 재고 수치만 보고 시장 상황을 판단하면 오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헤드라인상 글로벌 재고 수치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전 세계에 저장된 원유 가운데 상당 부분은 즉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이프라인과 저장 시스템을 안전하게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물량이 적지 않아, 실제 시장에 풀 수 있는 원유는 훨씬 적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아시아는 이미 이른바 ‘최소 가동 수준(minimum operating levels)’에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저장·운송 설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고 수준을 뜻하며, 그 이하로 내려가면 물류와 공급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글로벌 원유시장은 올해 초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계속 압박을 받아왔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중동발 에너지 수출이 급감했고, 그 여파가 국제 유가와 제품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커리는 “우리는 제품 가격이 폭발적으로 뛰는 것을 봤다”며 “항공유 가격은 내려왔지만, 이제는 경유 가격이 항공유보다 더 높아졌다. 싱가포르의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단지 항공유에서 경유로 옮겨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커리는 유럽도 수주 안에 비슷한 압박을 받기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원유 흐름에 따른 일시적 완화 효과가 지속되지 못할 수 있고, 여름철 운전 성수기가 시작되면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시아는 이미 그 단계에 있다. 유럽은 앞으로 한 달 정도를 더 봐야 하며, 미국은 7월이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Strategic Petroleum Reserve)에서 빠져나온 재고가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며 “유럽인들은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상황은 계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략비축유는 비상 상황에서 공급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보유하는 원유 비축분이다. 하지만 커리는 이러한 방출 조치가 단기적인 숨통은 틔울 수 있어도, 근본적인 공급 부족을 해소하지는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시장 가격이 여전히 심각한 물량 부족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재고 감소와 운송 차질이 맞물리면서 공급 불안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봤다.

이 같은 발언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내놓은 경고와도 맞닿아 있다. IEA는 중동산 수출이 회복되지 않고 재고 감소가 이어질 경우, 여름철 수요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에 세계 원유시장이 치명적인 공급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파티흐 비롤 IEA 사무총장은 지난주 “상황에 개선이 보이지 않는다면 7월이나 8월에는 레드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리는 미국 연방 휘발유세를 중단하자는 제안도 공급 부족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그것은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분자(molecules), 즉 실제 물리적 원유 공급의 가용성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세금 조정이나 가격 통제보다 실물 공급 확대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그는 또 미국 SPR 방출이 일부 완화 효과를 제공했지만, 시장 가격을 보면 근본적 부족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이 결국 유일한 장기 해법이라고 커리는 말했다. 다만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 세계 재고가 줄어들수록 이란의 협상력이 커지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원유 재고가 감소할수록 에너지 수급을 둘러싼 협상 구도에서 이란이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시간이 지날수록 이란의 협상력은 더 커진다. 왜냐하면 원유 재고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승리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이, 사실은 이미 패배했음을 알게 되는 때일 수 있다. 지금 이란의 협상 위치는 지난 47년 중 가장 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요일 자신의 참모진에 전쟁을 끝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해 이란과의 합의를 서두르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에너지 시장 안정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공급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아시아와 유럽에 이어 미국도 여름철에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정제제품 가격 전반에서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경유는 산업물류와 해상운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길어질수록 물가와 운송비에도 연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 설명: 아랍에미리트 알루와리스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운영 루와이스 정유·석유화학 단지 인근에 균열탑이 서 있다. 이 시설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긴장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 현장으로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