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에너지 사용 방식이 바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가져올 인플레이션 충격에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내용의 새 연구가 나왔다.
뉴욕, 6월 4일(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Boston) 소속 경제학자들은 4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1970년대 이후 미국 경제의 세계 경제 노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에너지 효율성의 향상과 국내 생산 확대가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작아졌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또한 국내 에너지 생산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해당 부문 고용을 늘릴 수 있고, 이는 과거라면 발생했을 일자리 감소를 일부 상쇄하는 효과를 낸다고 보스턴 연은 연구진은 적었다.
보스턴 연은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의 유가 충격 취약성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재구성된 것”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통화정책이 고용 영향보다 유가 충격과 관련된 인플레이션 효과에 더 집중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현재의 충격이 의미 있는 수준이지만, 1973~1974년 OPEC(석유수출국기구) 금수조치나 1978~1980년 이란 혁명에 따른 충격보다는 아직 경제적 파장이 작다고 평가했다. OPEC는 원유 생산국들이 결성한 국제기구로, 당시의 공급 차질은 세계 물가와 경기 흐름을 크게 흔들어 놓은 바 있다. 보고서는 또 “유가 충격의 총고용 효과가 약해지면서 1970년대에 특징적이었던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의 스태그플레이션식 딜레마 가능성도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보스턴 연은의 보고서는 연준이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나왔다. 연준은 6월 16~17일 회의를 열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정책금리를 3.50%~3.75%로 동결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연준 당국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으로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억눌러야 하는지 판단하려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이번 분쟁이 장기적으로 물가 압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자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아져 있다.
다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연준의 2% 물가 목표를 수년간 웃돌아 온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은 커진다. 일부 연준 인사들은 물가가 꺾이기 시작하지 않을 경우 올해 후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보스턴 연은의 이번 연구는 그러한 경로가 반드시 뚜렷한 고용시장 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해설: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에너지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미국 경제가 1970년대와 같은 방식으로 흔들릴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점이다. 유가 상승은 여전히 물가를 자극할 수 있지만, 국내 에너지 생산과 고용의 완충 효과가 커졌다는 분석이어서, 연준은 경기 둔화보다 물가 재가속 위험에 더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다. 시장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금리 동결 기대가 유지되더라도, 중동 정세가 길어질 경우 연준의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