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국제 설탕 선물 가격이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7월물 뉴욕 세계 설탕 11번(SBN26)은 0.02달러 하락한 0.14% 내림세를 나타냈고, 8월물 런던 ICE 백설탕 5번(SWQ26)은 0.50달러 오른 0.11% 상승세를 보였다. 백설탕은 정제 과정을 거친 설탕 선물을 뜻하며, 세계 설탕 시장의 가격 흐름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활용된다.
2026년 6월 4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설탕 가격은 장 초반 약세를 보였으나, 달러 약세에 따른 일부 숏커버링이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였다. 숏커버링은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했던 투자자들이 다시 사들이며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장중 설탕 선물은 하락분을 일부 되돌리며 혼조세로 전환됐다.
핵심 부담 요인은 국제 유가 하락이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약 3% 떨어졌으며, 이는 에탄올 가격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설탕 시장에 압박을 주고 있다. 설탕 원료인 사탕수수는 설탕 생산과 에탄올 생산에 모두 사용되는데, 유가가 약해지면 에탄올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제당업체들이 사탕수수를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에 더 많이 돌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세계 설탕 공급을 늘려 가격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
세계 공급 확대 전망도 설탕 가격에는 약세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주 수요일 브라질 산업단체 유니카(Unica)는 2026/27년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4월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55.3% 증가한 247만5,000미터톤(MMT)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사탕수수 1톤당 수크로스 함량은 112.58킬로그램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5.4% 늘었다. 생산성 개선이 이어지며 브라질의 공급 확대 기대가 커진 셈이다.
세계 2위 설탕 수출국인 태국의 수출 증가도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태국의 2026년 1~4월 설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160만 미터톤에 달했다. 수출 증가가 이어질 경우 국제 시장에서의 물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부 지역의 기상 변수는 설탕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엘니뇨(El Niño) 현상에 따른 건조한 날씨가 브라질, 인도, 태국 등 세계 3대 설탕 생산 지역의 생산을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 기상당국은 최근 6~9월 몬순 시즌 누적 강수량 전망치를 장기 평균의 90%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4월 제시한 92%보다 낮은 수치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5월과 7월 사이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82%로 추정했으며,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슈퍼 엘니뇨’ 가능성도 67%로 제시했다.
브라질의 올해 사탕수수 가공 구조도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4월 28일 브라질 농업공급공사(Conab)는 2026/27 시즌 브라질 설탕 생산량이 0.5% 감소한 4,395만2,000미터톤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에탄올 생산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292억5,900만리터로 전망했다. 같은 달 21일 미국 농무부(USDA)도 브라질의 2026/27 설탕 생산량을 전년 대비 3% 감소한 4,250만 미터톤으로 예상하며, 제분업체들이 설탕보다 에탄올용으로 더 많은 사탕수수를 압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급 설탕 생산국으로, 이 같은 조정은 글로벌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는 일정 부분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Covrig Analytics에 따르면 해당 해협의 봉쇄로 세계 설탕 무역의 약 6%가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이는 정제 설탕 생산도 제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에너지와 물류의 핵심 경로로, 이곳의 불안정성은 상품시장 전반의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인도의 생산과 수출 전망도 중요한 변수다. 4월 16일 인도 협동설탕공장연맹(National Federation of Cooperative Sugar Factories Ltd.)은 인도의 2025~26년 10월 1일~4월 15일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7.7% 증가한 2,748만 미터톤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4월 7일 인도설탕·바이오에너지제조협회(ISMA)는 2025/26년 설탕 생산 전망치를 기존 3,240만 미터톤에서 3,200만 미터톤으로 낮췄고, 수출량은 80만 미터톤으로 제시했다. 인도는 2022/23년 늦은 비로 생산이 줄고 내수 공급이 부족해지자 설탕 수출에 쿼터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한편 미국 농무부는 4월 30일 인도의 2026/27년 설탕 잉여분이 250만 미터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2년 만의 첫 흑자라고 밝혔다. 인도는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이다.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8일 2025/26 시즌 세계 설탕 생산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글로벌 잉여 전망치도 상향했다. ISO는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량을 전년 대비 3.5% 증가한 1억8,200만 미터톤으로 예상했으며, 글로벌 잉여 추정치는 2월 전망치 122만 미터톤에서 220만 미터톤으로 올렸다. 이는 2024~25년의 346만 미터톤 적자에서 반전된 수치다.
다만 2026/27 시즌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ISO는 경고했다. ISO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인도와 태국의 수확이 위축될 수 있다며, 2026/27년 세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15% 감소한 1억8,000만 미터톤이 되고, 26만2,000미터톤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StoneX는 55만 미터톤 적자를, Covrig Analytics는 80만 미터톤 흑자를, Czarnikow는 110만 미터톤 흑자를 각각 예상해 기관별 전망이 엇갈렸다.
미 농무부는 지난해 12월 16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4.6% 증가한 사상 최대 1억8,931만8,000미터톤에 달하고, 인간 소비용 설탕 소비량도 1.4% 증가한 사상 최대 1억7,792만1,000미터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설탕 기말재고는 2.9% 감소한 4,118만8,000미터톤으로 예상됐다. USDA 해외농업서비스(FAS)는 브라질의 2025/26년 설탕 생산이 2.3% 늘어난 4,470만 미터톤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인도는 몬순 호조와 설탕 원료 재배면적 확대에 힘입어 25% 증가한 3,525만 미터톤을 생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태국의 2025/26년 생산량도 2% 증가한 1,025만 미터톤으로 전망했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설탕 가격은 단기적으로는 유가 약세와 글로벌 공급 확대라는 하방 압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엘니뇨, 몬순 강수, 해협 봉쇄 같은 공급 차질 변수는 가격 하단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향후 설탕 선물시장은 지역별 생산량과 에너지 가격, 물류 불안이 맞물린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브라질의 사탕수수 배분 비중, 인도와 태국의 기상 여건, 원유 가격 흐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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