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2026년 6월 4일 — 로이터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목요일 Hikma Pharmaceuticals의 제네릭 의약품이 Amarin Pharma의 심혈관 치료제 바세파(Vascepa)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번 9대 0 전원일치 판결은 이른바 ‘스키니 라벨(skinny label)’ 분쟁에서 제네릭 제약사들이 특허 소송에 덜 노출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키니 라벨은 특허가 걸리지 않은 적응증만 표시해 제네릭 의약품의 경쟁을 촉진하도록 설계된 허가 방식이다. 쉽게 말해, 제네릭 회사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을 쓰더라도 특허가 보호하는 사용 목적은 라벨에서 제외함으로써, 일부 특허 침해 위험을 피하도록 한 제도다. 이번 판결은 제네릭 의약품의 표시 문구와 홍보 방식이 어디까지 특허 침해 유도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법원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2026년 6월 4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런던에 본사를 둔 Hikma의 제네릭 바세파를 중증 고중성지방혈증(severe hypertriglyceridemia) 치료에만 승인하고, 해당 제품이 비중증 고중성지방혈증 치료 용도를 제외한 스키니 라벨을 포함하도록 요구했다. 고중성지방혈증은 혈액 속 지방 수치가 과도하게 높은 상태를 뜻하며, 중증의 경우 심혈관 위험과 연관될 수 있다. FDA는 바세파를 어유에서 유래한 약물로 보고 2012년 중증 고중성지방혈증 치료 및 심장 질환 위험 감소 목적으로 승인했으며, 이후 2019년에는 덜 심각한 고중성지방혈증 치료에도 승인했다.
Amarin은 현재 이 약이 회사의 유일한 제품이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Amarin은 2025년 바세파 판매로 2억136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처럼 특정 제품 의존도가 높은 제약사는 특허 보호가 무너지거나 제네릭 경쟁이 확대될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Amarin은 2020년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서 Hikm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marin은 Hikma의 라벨뿐 아니라 보도자료와 웹사이트상의 설명까지 결합할 경우, 의사들이 제네릭 약을 덜 심각한 적응증에 처방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델라웨어 법원의 소송 각하 결정을 뒤집었으며, Hikma가 자사 제품을 ‘제네릭 바세파’라고 공개적으로 부르면서도 특정 용도에만 승인됐다는 점을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침해 목적의 처방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 다수 의견을 작성한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Amarin이 Hikma의 발언이 특허 침해를 유도했다는 점을 보여주기에는 ‘단순한 가능성 이상(more than a sheer possibility)’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잭슨 대법관은 “핵심 쟁점은 Amarin이 Hikma가 침해적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고 그럴듯하게 주장했는지 여부이지, 의사들이 해당 발언을 침해 지시로 읽을 수 있었는지 여부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잭슨 대법관은 또 제네릭 제약사가 자사 제품을 브랜드 의약품의 대체재로 설명하는 것은 업계의 통상적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과 업계 표준을 준수하는 행위를 불법 행위의 구성 요소로 바꿔 제네릭 제조업체를 진퇴양난에 빠뜨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제네릭 업체가 오리지널 약과의 동등성을 알리는 일반적인 홍보 표현만으로 특허 침해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을 좁힌 것으로 해석된다.
“법과 업계 표준을 준수하는 행위를 불법 행위의 구성 요소로 바꾸어 제네릭 제조업체를 진퇴양난에 빠뜨리지는 않겠다.” — 케탄지 브라운 잭슨 미 연방대법관
Hikma는 대법원 제출 서면에서 지난 10년간 제네릭 의약품이 환자와 보험 지불자에게 약 2조9000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Hikma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Amarin과 같은 소송을 허용할 경우 제네릭 의약품 개발과 판매가 위축되고, 그 결과 의약품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Amarin은 Hikma의 침해가 이례적이라고 반박하며, 같은 제네릭 바세파 제조업체 7곳은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대법관들에게 밝혔다.
이번 판결은 미국 제약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제네릭 의약품은 처방약 가격을 낮추는 핵심 수단으로 여겨지며, 특허 분쟁의 범위가 넓어질 경우 시장 진입이 지연될 수 있다. 반대로 대법원이 제네릭 업체의 책임 범위를 좁혀 해석한 만큼, 향후에는 스키니 라벨을 활용한 제네릭 경쟁이 보다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브랜드 제약사 입장에서는 적응증별 특허를 바탕으로 한 방어 전략이 더욱 정교해질 수 있어, 향후 특허 설계와 라벨 문구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대법원 판결 직후 언론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