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에 묶였던 선박들, 미 해군과 조용히 공조해 호르무즈 해협 빠져나와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였던 선박들 가운데 거의 40척이 지난 3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빠져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들은 미 해군과 조용히 조율해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6년 6월 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로이드리스트 인텔리전스는 이처럼 페르시아만에 정체돼 있던 선박 약 40척이 최근 3주 사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출항했다고 밝혔다. 리처드 미드 로이드리스트 편집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일부 선주들이 바레인의 해운협력지침기구(Naval Cooperation and Guidance for Shipping·NCAGS)에 통항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CAGS는 바레인에 있는 해군 협조 체계로, 민간 상선의 항로 안전과 통항 조율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해운업계에서는 이 경로를 통해 미 해군이 상선에 대한 공격 위협을 제한적으로 차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 해군이 실제로 선박을 호위하는 것은 아니며, 미드 편집장은 “통항 결정은 전적으로 선박 운영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업계 운영자들은 중앙에서 일괄 조정되고 있지 않다고 우리에게 말한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수는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이 해상로의 통항량은 미국-이란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5월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상 통로로, 원유와 물류가 대규모로 오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한국과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이 해협은 원유 운송과 해상 보험료, 운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 경로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초, 단명한 미 해군 임무인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을 갑작스럽게 종료했다. 이 작전은 페르시아만에 묶인 선박들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호위해 통항을 재개시키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중단되면서, 선박 운영자들은 각자 위험을 감수하며 항해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은 여전히 이란군의 공격 위험에 노출돼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이 묶인 선박은 이란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지정 항로를 통해 통항하는 과정에서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이란과 협조할 경우 미국의 제재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즉, 선박들은 군사적 위험과 제재 리스크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에 놓여 있다.


호르무즈 해협 둘러싼 충돌 재점화

이번 주 초 호르무즈 해협 일대와 그 주변에서는 미국과 이란군 간 충돌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휴전이 무너지고 전면전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고, 국제 유가는 잠시 급등했다. 해상 교전과 미사일 위협이 겹치면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화요일, 이번 교전은 이란이 “정당하게 지역 해역을 통과하던 민간 선원들”을 향해 3대의 공격용 드론을 발사하면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 드론을 격추한 뒤, 호르무즈 해협 인근 케슈므섬(Qeshm Island)의 이란군을 상대로 자위 차원의 공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은 쿠웨이트바레인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CENTCOM은 이 미사일이 목표에 미치지 못했거나 요격됐다고 밝혔다. 다만 쿠웨이트 외교부에 따르면, 테헤란의 공격은 수요일 쿠웨이트국제공항을 타격해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이 같은 공격은 해상 교통뿐 아니라 걸프 지역 전반의 항공·물류 안전에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수요일, 미국은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의 정밀도가 떨어져 선박의 어느 부분이든 타격할 수 있고, 이 경우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오 장관은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그들이 그 선박들을 향해 쏘지 않으면 우리도 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호르무즈 해협이 단순한 해상 통로가 아니라 국제 유가와 세계 공급망을 좌우하는 핵심 위험 구간임을 다시 보여준다. 선박 통항이 회복되더라도, 군사 충돌과 제재, 보험 비용 상승이 계속될 경우 해운사들은 속도 조절과 우회 운항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유 수송 비용과 해상 운임에 추가 압박을 주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가격과 물가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