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협상 관련 엇갈린 신호가 달러를 지지하면서 27일(현지시간) 달러지수가 소폭 상승했다. 달러지수(DXY)는 이날 0.03% 올랐다. 달러는 장 초반 약세를 보였지만,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을 둘러싼 상반된 보도가 나오자 낙폭을 만회하며 제한적 강세로 마감했다.
2026년 5월 2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 국영방송은 미·이란 양해각서의 비공식 초안을 입수했다고 전하며, 해당 문안에는 미국 군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상업 선박 운항을 복원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와 가스 수송에 핵심적인 해상 통로로, 이곳의 통항이 차단되면 국제 에너지 시장과 물류에 즉각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당국자들이 이 비공식 초안에 대해
“완전한 날조이며 사실이 아니다”
라고 반박하면서 달러는 다시 반등했다. 여기에 5월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제조업 지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개선돼 4.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
달러는 앞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5% 이상 급락해 5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자 초반 약세를 나타냈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완화를 택할 가능성을 키울 수 있어 달러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이날 중국 위안화가 3.25년 만의 고점까지 오른 것도 달러를 압박했다. 위안화 강세는 아시아 통화 전반의 흐름과 위험자산 선호를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달러의 매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5월 리치먼드 연은 제조업 조사에서 현재 경영여건 지수는 10포인트 상승한 13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시장 예상치인 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리치먼드 연은 제조업 지수는 미국 중부대서양권 제조업 경기를 가늠하는 지역 조사로, 기업 활동과 경기 체감도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편 스왑시장은 오는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25bp(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4%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당장 통화완화보다 금리 동결 또는 제한적 정책 유지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로화는 달러 반등과 독일 경기 전망 하향에 약세를 보였다. EUR/USD는 이날 1주일 만의 고점에서 내려와 0.01% 하락 마감했다. 유로는 장 초반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적 발언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으나, 달러가 장중 반등하면서 차익 실현성 매도, 이른바 롱 포지션 청산이 나타났다. 여기에 독일 경제자문단이 2026년 독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0.5%로 하향한 점도 유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ECB 집행이사회 겸 통화정책위원인 야니스 스투르나라스는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는 6월 ECB 금리 인상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 분쟁과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로존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하락은 유로존 경제에 완충 역할을 하며 유로화에도 우호적이다. 실제로 이날 원유 급락은 유로존의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로를 지지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유로존 4월 신규 자동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97만2,000대로 집계됐다. 파생금리시장에서는 오는 6월 11일 ECB 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92%로 반영하고 있다.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소폭 약세를 보였지만, 약세 폭은 제한적이었다. USD/JPY는 이날 0.14% 상승했다. 일본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서비스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해 3월의 3.3%보다 낮았고, 시장 예상치인 3.3%에도 못 미치면서 일본은행(BOJ)의 긴축 기대를 다소 약화시켰다. 서비스 PPI는 기업 간 서비스 거래 가격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최종 소비자 물가에 선행할 수 있어 통화정책 판단에 활용된다. 다만 미국 국채 수익률 하락과 WTI 가격의 급락은 일본 경제에는 우호적이었다. 일본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무역수지와 기업 비용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엔화가 달러당 160엔에 가까워질수록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 당국은 최근에도 엔화가 해당 수준 아래로 떨어졌을 때 여러 차례 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일본의 4월 서비스 P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해 3월의 3.3%에서 둔화됐고, 예상치와도 같지 않았다. 시장은 다음 6월 16일 정책회의에서 BOJ가 25bp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73%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일본 내 물가 압력과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귀금속 시장은 달러 강세와 중앙은행 발언에 급락했다. 6월 인도분 COMEX 금 선물(GCM26)은 53.90달러 내린 온스당 1.20% 하락 마감했고, 7월 인도분 COMEX 은 선물(SIN26)은 1.711달러 떨어져 2.23% 내렸다. 금과 은은 이날 일제히 급락하며 금은 1.7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는 달러로 거래되는 금속 가격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또한 스투르나라스의 6월 금리 인상 발언처럼 주요 중앙은행의 매파적 메시지는 무이자 자산인 금과 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은의 경우 산업용 수요 비중이 높아 독일 경기 전망 하향도 추가 부담이 됐다. 반면 이날 원유가 5% 급락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졌고, 이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택할 가능성을 높여 귀금속에는 우호적 요인으로 해석됐다. 글로벌 채권금리 하락 역시 이자수익이 없는 귀금속에 긍정적이었다.
다만 최근 귀금속 관련 펀드 청산은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금 ETF의 롱 보유는 3월 31일 5.25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왔고, 이는 2월 27일 기록한 3.5년 만의 최고치에서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은 ETF의 롱 보유 역시 5월 5일 9.25개월 만의 최저치로 감소해, 지난해 12월 23일의 3.5년 만의 최고치 이후 약세 전환이 확인됐다. 이 같은 자금 이탈은 단기적으로 금·은 가격의 반등 탄력을 제한할 수 있다.
반면 중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 확대는 금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보유한 금괴는 4월에 26만 온스 늘어난 7,464만 트로이온스로 집계됐으며, 이는 1년 만의 최대 월간 증가폭이자 18개월 연속 금 보유 확대에 해당한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입은 금에 대한 구조적 수요를 뒷받침하며,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 속에서 금의 안전자산 지위를 재확인시킨다.
향후 시장 영향을 보면, 이날 달러의 반등은 미·이란 협상 관련 소식이 얼마나 빠르게 환율과 원자재 시장을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정세가 불안정하게 유지될 경우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 기대와 연준·ECB·BOJ의 정책 경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달러는 미국 경기 지표 개선과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겹칠 경우 추가 지지력을 얻을 수 있으나, 유가 급락과 위험선호 회복이 이어지면 상승 속도는 제한될 수 있다. 유로화는 ECB의 긴축 전망이 유지되는 한 지지받을 수 있지만 독일 성장 둔화가 심화되면 반등 폭은 제한적이다. 엔화는 일본 당국의 개입 경계심과 BOJ 정책 정상화 기대가 맞물려 160엔 부근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금과 은은 달러 강세, 금리 전망, ETF 자금 흐름, 중앙은행 매입이라는 네 가지 축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단기 급등락보다는 재료별 순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