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미국과 이란의 평화안 관련 엇갈린 신호 속에 소폭 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논의되던 수준의 긴장 완화 기대와 함께 장 초반 약세를 보였던 달러는, 미국 측이 이란 국영방송이 입수했다고 주장한 비공식 문건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하락분을 되돌렸다. 다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급락과 중국 위안화 강세는 달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2026년 5월 2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지수(DXY00)는 수요일 0.03% 상승했다. 달러는 장 초반 손실을 보였으나,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합의 가능성에 대해 상반된 신호가 나오자 강보합으로 돌아섰다. 이란 TV는 미국-이란 양해각서의 비공식 초안을 확보했다고 보도하면서, 미국 군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상업선 운항을 복원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당국자는 이 초안에 대해
“완전한 날조이며 사실이 아니다”
라고 일축했다. 여기에 5월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리치먼드 연은)의 제조업 경기 조사에서 현황 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개선돼 4년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점도 달러를 지지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 해협의 통행 차질 가능성은 국제유가와 물가 기대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어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 이번처럼 관련 보도가 엇갈릴 경우,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가능성과 에너지 공급 차질 가능성을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
달러는 앞서 수요일 초반 WTI 원유가 5% 넘게 급락하며 5주 만의 최저치로 내려가자 약세를 보였다. 유가 급락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춰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키우며 달러에 부정적이다. 또 이날 중국 위안화가 3년 3개월 만의 최고치로 오르면서 달러는 추가 압박을 받았다.
미국 5월 리치먼드 연은 제조업 경기 조사에서 현황 지수는 10포인트 오른 13으로 집계돼 4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인 6월 16~17일에 기준금리를 25bp1bp는 0.01%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4%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현재로서는 연준의 조기 완화 기대가 매우 낮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로화는 수요일 달러 반등과 독일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의 영향을 받아 하락했다. 유로/달러(EUR/USD)는 장중 1주일 만의 고점에서 밀려나 0.01% 하락 마감했다. 달러가 장 초반 약세에서 강세로 돌아서자 유로화에서는 롱 청산이 나왔고, 이는 가격 하락을 더 키웠다. 여기에 독일 정부 경제 자문단이 2026년 독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5%로 낮춘 점도 유로에 부담이 됐다.
다만 유로는 유럽중앙은행(ECB) 측의 매파적 발언과 유가 급락이 주는 경기 지원 효과로 장 초반에는 강세를 보였다. ECB 집행이사회 위원인 야니스 스투르나라스는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는 6월 ECB 금리 인상”
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동 분쟁이 길어지고 에너지 가격 상승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로존의 4월 신규 승용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97만2,000대를 기록했다. 시장은 다음 6월 11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ECB가 25bp 인상할 확률을 92%로 반영하고 있다.
일본 엔화는 수요일 달러 대비 3주 반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뒤 낙폭을 일부 줄였다. 일본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서비스 가격이 전년 대비 3.0% 상승하는 데 그쳐 예상치 3.3%를 밑돌면서, 일본은행(BOJ)이 비교적 완화적인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엔화 약세를 자극했다. 그러나 미국 국채금리 하락과 WTI 5% 급락이 엔화의 추가 하락을 제한했다. 일본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제유가 하락은 일본 경제와 엔화에 우호적이다.
시장에서는 다음 6월 16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BOJ가 25bp 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을 73%로 보고 있다. 또 달러/엔 환율이 1달러당 160엔에 가까워질수록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를 방어할 가능성도 커진다. 일본 당국은 최근에도 엔화가 해당 수준 아래로 내려갈 때 여러 차례 개입한 바 있다.
귀금속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와 정책 불확실성이 금·은 가격을 동시에 끌어내렸다. 6월물 COMEX 금은 수요일 53.90달러 하락한 온스당 1.20% 내린 채 마감했고, 7월물 COMEX 은은 2.23% 하락했다. 금값은 1.75개월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 달러 강세는 통상 달러로 거래되는 금속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중앙은행의 매파적 발언은 무이자 자산인 금과 은에 부담이 된다.
은 가격은 특히 독일 성장 전망 하향 조정으로 산업용 금속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더 큰 압력을 받았다. 금속 시장은 유가 급락도 주시하고 있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춰 각국 중앙은행이 더 완화적인 정책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을 키우며, 이는 귀금속에는 강세 요인이다. 아울러 글로벌 국채금리 하락도 금과 은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최근에는 귀금속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이탈이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금 ETF의 장기 보유 물량은 2월 27일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에 도달한 뒤 3월 31일 5개월 1주 만의 최저치까지 감소했다. 은 ETF의 장기 보유 물량 역시 12월 23일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 이후 5월 5일 9개월 1주 만의 최저치로 줄었다.
반면 중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금값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중국인민은행(PBOC) 준비자산에 보유된 금괴는 4월에 26만 온스 증가한 7,464만 트로이온스로 집계됐다. 이는 1년 만의 최대 월간 증가이자 18개월 연속 금 보유 확대에 해당한다. 중앙은행들의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귀금속 시장은 달러 흐름, 유가, 금리, 지정학 변수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복합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시장 해석상 이번 달러 반등은 단순한 환율 움직임을 넘어, 중동 정세, 에너지 가격, 미국 제조업 지표, 연준의 금리 경로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유가가 더 떨어질 경우 물가 압력이 완화되며 달러에는 단기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경우 안전자산 선호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지정학적 긴장이 재부각돼 원유 공급 우려가 커지면 달러와 금의 동반 강세가 나타날 여지도 있다. 시장은 당분간 FOMC, ECB, BOJ의 정책 신호와 호르무즈 해협 관련 외교·군사 발언을 주시하며 변동성을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