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스크(NASDAQ: SNDK) 주가가 지난 1년간 4,000% 이상 뛰었고, 2026년 들어서도 현재까지 약 570% 상승하며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의 대표 수혜주 중 하나로 부상했다. 웨스턴디지털에서 분사한 뒤 2025년 2월부터 독자적으로 거래를 시작한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전문업체 샌디스크는 52주 최저가 약 36달러에서 이 글 작성 시점 기준 종가 약 1,590달러까지 올라섰다. 시가총액은 2,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26년 5월 2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샌디스크의 이 같은 급등은 단순한 주가 모멘텀을 넘어 사업 구조 자체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2026회계연도 3분기(2026년 4월 3일 종료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1% 급증한 59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97% 늘었다. 수익성 개선은 더 빠르게 나타났다.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총이익률은 78.4%로, 2분기의 51.1%와 전년 동기 22.5%에서 큰 폭으로 확대됐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3.41달러로, 경영진이 제시했던 12~14달러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핵심 지표
매출 59억5,000만 달러, 총이익률 78.4%, 조정 EPS 23.41달러
성장을 이끈 것은 데이터센터용 낸드 수요다. 샌디스크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3분기 14억7,000만 달러로 늘어 전분기 대비 233%, 전년 동기 대비 약 645% 급증했다. 불과 3개월 전 같은 부문이 전분기 대비 약 64% 늘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이는 회사가 보유한 비트(bit) 공급을 더 높은 부가가치의 AI 인프라 고객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향으로 공급 구조를 재편한 결과로 풀이된다.
샌디스크 경영진은 이러한 재편을 신규 사업 모델(New Business Models·NBM)로 제도화하고 있다. NBM은 다년간 공급 계약에 확정적 재무 보증을 붙인 형태다. 회사는 3분기 말 기준 NBM 3건을 체결한 데 이어 이후 2건을 추가해 총 5건을 확보했다. 3분기 중 체결된 3건은 남은 이행의무(RPO) 기준으로 약 420억 달러를 포함하며, 5건 전체에는 110억 달러 이상의 재무 보증이 들어 있다. 이 계약들은 2027회계연도 비트 공급의 3분의 1 이상을 포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팹을 운영하고 있고, 생산량은 매우 일정하다. 따라서 소비도 매우 일정해야 한다.” — 데이비드 고켈러 샌디스크 최고경영자(CEO)
여기서 팹(fab)은 반도체를 실제로 생산하는 공장을 뜻하며, RPO(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는 이미 계약이 체결됐지만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남은 이행액을 의미한다. 즉 고객은 사실상 공급을 일정 부분 고정해 두는 셈이고, 샌디스크는 수요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하는 대신 고객 이탈 시 실제 금전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된다. 회사는 또 고밀도 AI 워크로드용으로 설계된 QLC Stargate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이번 4분기부터 매출 인식이 가능한 형태로 출하할 계획이다. QLC는 하나의 셀에 4비트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대용량·저비용 저장에 유리한 기술이다.
그러나 주가에는 이미 상당 부분이 반영돼 있다. 샌디스크의 주가수익비율(P/E)은 현재 50배를 웃돈다. 과거 이익은 현재의 이익 창출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지만, 미래 예상 이익 기준의 선행 P/E도 중반 20배 수준으로, 향후 수년간 강한 이익 성장을 전제로 한 밸류에이션이다. 시장은 이미 AI 메모리 호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낸드 시장은 전통적으로 반도체 산업 가운데서도 경기순환성이 매우 큰 영역으로 꼽힌다. 고점 국면에서는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리지만, 하강 국면에서는 수요 둔화와 가격 급락이 빠르게 실적을 훼손할 수 있다. 고켈러 CEO 역시 장기 메모리 계약이 과거 다운사이클에서 무너진 사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NBM이 이러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설계됐지만, 여전히 변동 가격 요소가 포함돼 있어 현물 가격이 급락하면 실적에 상당 부분 반영될 수 있다.
경쟁도 변수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공급을 늘리거나, 클라우드 업체들의 설비투자(CapEx)가 둔화될 경우 샌디스크의 사업과 주가 모두 부담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회사는 최근 6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승인받아 주주환원과 주가 방어를 병행할 여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새로운 샌디스크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상당 부분 지불한 셈이며, 동시에 기존 메모리 산업의 변동성이라는 위험도 함께 떠안는 구조다.
결국 샌디스크는 1년 전과 비교해 분명히 다른 회사가 됐다. 데이터센터 비중 확대, 대규모 장기 계약, 높은 현금창출력은 회사의 체질 개선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미 사상 최고가 부근까지 오른 주가는 앞으로의 추가 상승 여력을 제한할 수 있으며, AI 메모리 투자에 참여하려는 투자자라면 포지션 규모를 지나치게 키우지 않는 전략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계속되는 한 샌디스크는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낸드 업황의 특성상 조정 국면이 올 경우 변동성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