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엇갈린 신호가 이어지며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지만, 나스닥100지수는 장중 기록했던 최고 수준에서 밀리며 하락했다. 인공지능(AI) 관련 기대감과 국제유가 급락, 국채금리 하락은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으나, 에너지주 약세와 일부 보안주 급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언은 상승 폭을 제한했다.
2026년 5월 2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2% 상승 마감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36% 올랐으며, 나스닥100지수는 0.09% 하락했다. 6월물 E-mini S&P 선물은 0.04% 상승했고, 6월물 E-mini 나스닥 선물은 0.10% 내렸다. E-mini는 주가지수 선물의 소형 계약으로, 통상 정규장 개장 전후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날 시장을 떠받친 핵심 요인은 국제유가 하락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중동 지역의 원유 흐름이 조만간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5% 넘게 급락했다. 유가 하락은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완화해 채권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5주 만의 최저 수준인 4.45%까지 내려갔다. 채권금리 하락은 일반적으로 성장주와 기술주에 우호적이지만, 이날에는 종목별 실적과 업종 이슈가 더 크게 작용했다.
반면 에너지 생산업체와 사이버보안주는 전체 시장에 부담을 줬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전쟁의 조기 종료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에 대한 기대가 약해졌고, 이에 따라 투자심리가 흔들렸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로, 이곳의 통행 차질은 국제유가와 글로벌 물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부동산 관련 지표도 발표됐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5월 22일로 끝난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8.5% 감소했다. 주택구입 목적 모기지 하위지수는 0.4% 내렸고, 재융자 모기지 하위지수는 18.1% 급감했다. 평균 30년 고정금리 모기지는 9bp 오른 6.65%로 상승해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서 bp는 1bp가 0.01%포인트를 뜻하는 기준 단위다.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제조업 지수는 개선됐다. 5월 현재 경기여건 지수는 10포인트 상승한 13으로, 4.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시장 예상치 4를 웃돌았다. 이는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원유시장은 이날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란 국영방송이 미국과 이란의 비공식 합의 초안을 확보했다고 보도하면서, 미국 군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선박 통행을 재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임시 합의가 며칠 안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당국이 해당 초안을 두고 “완전한 날조”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자, 유가는 저점에서 일부 반등했다. 이처럼 상반된 메시지가 동시에 나오면서 에너지 시장과 주식시장의 방향성도 흔들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간 보고서에서 글로벌 원유 재고가 3월과 4월에 하루 약 400만 배럴(bpd)씩 감소했다고 밝혔다. IEA는 갈등이 다음 달에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공급 차질로 인해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이미 약 5억 배럴 줄어들었고, 6월까지는 10억 배럴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유가가 중기적으로 쉽게 안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시장이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3%로 낮게 반영하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가 거의 없다는 의미로, 시장은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는 셈이다.
실적 시즌은 막바지로 접어들었으나,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은 주식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요일 기준으로 475개 S&P500 기업 가운데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83%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500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업종을 제외하면 1분기 이익 증가율은 약 3%에 그칠 전망으로, 이는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즉, 전체 지수의 실적 개선은 일부 대형 기술주의 기여가 큰 반면, 광범위한 업종 확산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해외 증시는 혼조세였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0.11% 상승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5%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0.01% 상승 마감했다.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도 위험자산 선호가 유지되기는 했지만, 지역별로는 차별화가 나타났다.
미국 국채와 유럽 채권 동향도 이날 시장 흐름에 영향을 줬다. 6월물 10년 만기 국채선물은 2.5틱 상승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0.8bp 하락한 4.477%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장중 4.445%까지 내려 1.5주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5년물 700억달러 입찰은 응찰률(bid-to-cover ratio) 2.34배를 기록하며 10차례 평균과 비슷한 수준의 수요를 확인했다. 응찰률은 입찰 물량 대비 주문 규모를 뜻하며, 높을수록 국채 수요가 탄탄하다는 의미다.
유럽 국채금리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0.9bp 오른 2.987%였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5주 만의 최저치인 4.804%까지 내려간 뒤 1.7bp 하락한 4.858%로 마감했다. 유로존 4월 신규 자동차 등록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97만2,000대로 집계됐다. 유럽중앙은행(ECB) 통치위원회 위원 야니스 스투르나라스는 중동 분쟁과 그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는 6월 ECB 금리인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독일 경제자문위원들은 메르츠 총리에게 2026년 독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5%로 낮췄는데, 이는 지난 11월의 0.9% 전망에서 하향 조정된 것이다. 스왑시장은 6월 11일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금리인상 가능성을 92%로 반영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업종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항공사와 크루즈 운영업체는 WTI 급락으로 연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에 강세를 보였다. 유나이티드항공홀딩스는 6% 넘게 올랐고,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홀딩스도 6% 이상 상승했다. 알래스카에어그룹은 5% 넘게 올랐으며, 카니발은 4% 이상, 로열캐리비안크루즈는 3% 이상 상승했다.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도 2% 넘게 올랐고, 아메리칸항공그룹은 0.64% 상승했다. 유가 하락이 항공·여행 업종의 수익성 개선 기대를 자극한 것이다.
반대로 에너지 생산업체와 에너지 서비스 업체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베이커휴즈는 5% 넘게 하락했고, 할리버튼은 3% 넘게 내렸다. SLB와 APA는 2% 이상 하락했으며, 데본에너지, 셰브론, 다이아몬드백에너지, 엑슨모빌, 코노코필립스도 1% 넘게 떨어졌다. 유가 급락이 곧바로 이들 기업의 실적 기대를 낮춘 것이다.
사이버보안주는 실적 전망 부담으로 크게 흔들렸다. Zscaler는 4분기 매출 전망을 8억7,500만달러~8억7,800만달러로 제시했는데, 시장 예상치 8억7,910만달러를 밑돌면서 31% 넘게 급락했다. 포티넷과 옥타는 4% 넘게 하락했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홀딩스, 팔로알토네트웍스, 클라우드플레어도 3% 넘게 떨어졌다. 나스닥100지수 약세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일부 종목은 실적 호조와 호재성 리포트에 힘입어 큰 폭으로 올랐다. Dycom Industries는 1분기 계약매출이 19억6,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 16억7,000만달러를 크게 웃돌며 25% 넘게 뛰었다. AppLovin은 모건스탠리가 전환율 개선을 근거로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면서 10% 넘게 상승했고, S&P500과 나스닥100의 상승 종목을 이끌었다. MGM리조트인터내셔널은 JP모건체이스가 투자등급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46달러로 제시하면서 9% 넘게 올랐다.
Bath & Body Works는 1분기 순매출이 13억8,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 13억6,000만달러를 상회해 9% 넘게 상승했다. GXO Logistics는 바클레이스가 투자등급을 비중확대로 올리고 목표주가를 65달러로 제시하면서 4% 넘게 뛰었고, 페덱스는 JP모건체이스의 비중확대 상향과 460달러 목표주가 제시에 힘입어 2% 넘게 올랐다.
반면 Verra Mobility는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1.19~1.25달러로 낮추며, 기존 전망치 1.32~1.38달러와 시장 예상치 1.36달러를 모두 밑돌아 70% 넘게 급락했다. 또한 Avis Budget이 해당 회사와의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Boston Scientific은 CEO 마호니가 업계 콘퍼런스 발표에서 단기적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12% 넘게 내렸고, PDD Holdings는 1분기 매출이 1,062억3,000만위안으로 시장 예상치 1,086억위안을 하회해 10% 넘게 하락했다. GlobalFoundries는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가 주당 85.80~86.30달러에 GFS 주식 2,200만주를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9% 넘게 떨어졌다. 딕스 스포팅 굿즈는 1분기 총이익률이 32.6%로 예상치 33.4%를 밑돌아 5% 넘게 밀렸다. JP모건체이스는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회사의 지출이 지난달 경영진 예상보다 약 10억달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 영향으로 2% 넘게 하락해 다우지수 하락 종목을 이끌었다.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을 보면, 현재 증시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유가 급락이라는 상반된 재료 사이에서 방향을 잡는 단계로 해석된다. 유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인플레이션 완화와 국채금리 안정에 도움이 돼 주식시장 전반에는 우호적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관련 발언이 다시 엇갈리거나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높아질 경우, 에너지주와 운송주, 그리고 위험자산 전반의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다음 FOMC 회의와 ECB 회의가 겹쳐 있어, 글로벌 통화정책 기대 변화도 주식·채권·원자재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5월 28일 예정된 실적 발표에는 Autodesk, Best Buy, Burlington Stores, Costco Wholesale, Dell Technologies, Dollar Tree, Elastic NV, Gap, Hormel Foods, MongoDB, NetApp, Okta, SentinelOne, UiPath 등이 포함돼 있어, 기술주와 소비주 전반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