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긴장 고조에 뉴욕 증시 하락…나스닥 100은 사상 최고치서 후퇴

미국 증시가 4일(현지시간) 하락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74% 내렸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21%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지수는 -0.29% 밀리며 최근 세운 사상 최고치에서 물러섰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0.78%,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32% 하락했다.

2026년 6월 4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증시는 전반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미국과 이란이 밤사이 충돌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2% 넘게 급등해 1주 반 만의 고점을 찍었고, 중동 지역의 평화 구상에 대한 기대도 흔들렸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사이버보안, 사모대출(private credit) 관련 종목이 약세를 보이며 지수 전반의 하락을 키웠다. 사모대출은 일반 투자자보다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비상장 신용투자 분야를 뜻한다.

유가 급등은 미국군이 주변 걸프국을 향해 발사된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한 뒤 발생했다. 이로 인해 긴장이 한층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가까운 시일 내에 정상적으로 열릴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타스님 통신은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가 “이란과 미국 사이의 소통은 끊기지 않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아직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과 미국 사이의 소통은 끊기지 않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아직 없다”

다만 기술주에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기대가 계속 지지력을 제공했다. 마벨 테크놀로지는 수요일 3% 넘게 상승하며 화요일의 32% 급등에 이어 반도체주 강세를 이끌었다. 이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마벨이 차세대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시가총액보다 5배가 넘는 수준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AI 인프라 관련 종목 전반에 대한 기대를 자극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며 주식시장을 떠받친 점도 있었다. 이날 발표된 5월 ADP 민간고용은 12만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 12만 명을 소폭 웃돌았고, 16개월 만의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5월 ISM 서비스업 지수는 0.9포인트 오른 54.5로 집계돼 예상치 53.8을 상회했다. 서비스업 가격지불지수는 0.6포인트 오른 71.3으로 3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예상치 72.3에는 못 미쳤다. 4월 공장주문은 전월 대비 4.8% 증가해 예상치 4.6%를 웃돌았고,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둔화됐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5월 29일로 끝난 주간의 모기지 신청 건수는 2.5% 감소했다. 주택구입 목적 대출지수는 2.9% 줄었고, 재융자 대출지수는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30년 만기 고정금리 평균은 6.65%에서 6.57%로 8bp 하락했다. bp는 베이시스포인트로, 0.01%포인트를 뜻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은 다소 매파적이었다. 5월 27일까지 대부분의 연은 관할 지역에서 경기 활동은 약간에서 보통 수준으로 확대됐고, 고용은 큰 변화가 없었으며, 12개 연은 지역 가운데 다수는 이전 보고서보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보고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통화정책은 정확히 적절한 위치에 있다. 지금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필요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은 오는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3%로 반영하고 있다.

1분기 실적 시즌은 대체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수요일 기준, 실적을 발표한 S&P 500 편입 485개 기업 가운데 84%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업종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쳐 2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지수의 이익 성장세가 대형 기술주의 영향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유로스톡스 50지수는 -0.89%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22% 올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2.50% 급등했다.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는 지역별로 엇갈렸지만, 일본 증시 강세는 아시아 시장의 분위기를 일부 지지했다.


국채금리 상승과 물가 기대 재점화

금리 시장에서는 위험자산과 달리 긴장감이 더 뚜렷했다. 9월물 10년 만기 미국 국채선물은 8틱 하락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4.6bp 상승한 4.489%를 기록했다. 미국·이란 긴장 고조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진 데다, ADP 고용·ISM 서비스업·공장주문 등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며 연준의 완화 기대를 낮췄기 때문이다. 베이지북 역시 물가 압력을 언급하며 국채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유럽 국채금리도 상승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1주 반 만의 고점인 3.042%까지 올라 6.0bp 상승한 3.035%로 마감했다.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도 1주 반 만의 고점인 4.939%까지 오른 뒤 7.2bp 상승한 4.931%로 거래를 마쳤다. 유로존 5월 S&P 종합 PMI는 기존 47.5에서 48.5로 상향 조정됐고,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4.9% 상승해 예상치에 부합했으며 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상승률을 나타냈다. 영국 5월 S&P 서비스업 PMI도 47.9에서 49.3으로 상향됐다. 시장은 6월 11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25bp 금리인상 가능성 98%를 반영하고 있다.


종목별 움직임: 소프트웨어 약세, 반도체 강세

종목별로는 소프트웨어 업종이 전반적인 약세를 주도했다. 다트닷(DDOG), 아틀라시안(TEAM), 서비스나우(NOW)는 7% 넘게 하락했고, 국제비즈니스머신(IBM)은 다우지수 내 낙폭 상위권에 오르며 6% 넘게 밀렸다. 팔란티어(PLTR)는 6% 넘게 내렸고, 오라클(ORCL)은 5% 이상 하락했다. 세일즈포스(CRM)는 4% 이상 떨어졌으며, 오토데스크(ADSK)와 인튜이트(INTU)는 3% 이상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어도비(ADBE)도 2% 이상 내렸고, 워크데이(WDAY)는 1% 넘게 밀렸다.

사이버보안주도 약세였다. 옥타(OKTA)는 7% 하락했고, Z스케일러(ZS)는 6% 내렸다. 팔로알토 네트웍스(PANW)는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5% 이상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높아진 매수 측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클라우드플레어(NET)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WD)는 2% 이상 하락했고, 포티넷(FTNT)은 1% 넘게 내렸다.

사모대출 관련 종목도 흔들렸다. 클리프워터의 사모대출 펀드에서 17%의 환매 요청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대체투자주에 부담을 줬다. 카라일그룹(CG)은 4% 넘게 떨어졌고, 에이레스 매니지먼트(ARES), KKR(KKR), 블랙스톤(BX), 블루 아울 캐피털(OWL)은 3% 이상 내렸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와 블랙록(BLK)도 2% 이상 하락했다.

반면 반도체주와 AI 인프라 관련 종목은 상승했다. 샌디스크(SNDK)는 나스닥 100지수 내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6% 넘게 올랐고, 웨스턴디지털(WDC)은 5% 이상 상승했다. 인텔(INTC), AMD, 온세미컨덕터(ON)는 4% 이상 올랐고, 어날로그디바이시스(ADI), KLA(KLAC), 퀄컴(QCOM)은 3% 이상 상승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ARM홀딩스(ARM), 램리서치(LRCX)도 2% 이상 올랐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관련된 반도체 수요 기대가 업종 전반을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종목에서는 글로벌페이먼츠(GPN)가 8% 넘게 하락했다. 서스케한나는 중동 여행 노출이 여전히 부담이 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19달러에서 111달러로 낮췄다. 울타뷰티(ULTA)는 연간 가이던스가 올해 하반기 전망을 시장 예상보다 약하게 시사한다는 분석에 4% 넘게 내렸다. 깃랩(GTLB)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전체 인력의 약 14%를 감원하고 22개국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뒤 2% 이상 하락했다.

반대로 메드트로닉(MDT)은 4분기 매출이 98억1,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 96억4,000만 달러를 웃돌면서 6% 넘게 올랐다. 게임스톱(GME)은 1분기 순매출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8억3,530만 달러로 발표되고 이사회가 2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6% 이상 상승했다. 메타 플랫폼스(META)는 메타 비즈니스 에이전트라는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접근 권한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4% 이상 올랐다. 이 AI 에이전트는 왓츠앱, 메신저, 인스타그램을 통해 기업 고객과 대화하는 기능을 맡게 된다. 마벨 테크놀로지(MRVL)는 전일 급등세에 이어 추가 상승했고, 셔윈-윌리엄스(SHW)는 자회사와 닛폰페인트가 악조노벨 공동 인수 추진을 중단한 뒤 1% 넘게 올랐다.


향후 시장 관전 포인트로는 중동 정세가 단기적으로 유가와 국채금리, 그리고 위험자산 선호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될 경우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는 더 뒤로 밀릴 수 있다. 반면 AI 인프라와 반도체 업종은 실적과 투자 기대가 이어지는 한 상대적 강세를 유지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와 사이버보안처럼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업종은 높은 기대치를 정당화할 실적이 추가로 필요해 보인다.

이날 장세는 지정학적 리스크, 인플레이션 재부각, 기술주 내 업종 순환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정리된다. 따라서 향후 뉴욕 증시의 방향성은 미국·이란 갈등의 전개, 국제유가 흐름, 연준 및 ECB의 정책 메시지, 그리고 1분기 실적 시즌 종료 이후 2분기 실적 가이던스에 따라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