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이스라엘 휴전 합의에 국제 유가 하락

7월 인도분 WTI 원유 선물(CL N26)은 이날 3.25달러(3.38%) 하락했고, 7월 인도분 RBOB 휘발유 선물(RBN26)0.1117달러(3.57%) 내렸다.

휴전 발표가 중동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이날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약세를 보였다. RBOB 휘발유 선물은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의 방향성을 가늠할 때 자주 참고되는 벤치마크로, 정유제품 시장의 심리를 함께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2026년 6월 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수요일 늦게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헤즈볼라가 전투를 중단하고 이스라엘 국경 인근 지역에서 무장세력을 철수할 경우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합의에는 이스라엘군 철수 이후 레바논군이 현장을 인수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란은 미국과의 합의가 성립하려면 레바논에서의 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휴전이 어디까지 연장될 수 있는지, 또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 운송의 핵심 통로로, 이곳의 항행 안정 여부는 세계 원유 공급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요일에는 이란 타스님 통신이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이란과 미국 간의 소통은 끊기지 않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눈에 띄는 진전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5월에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세계 원유 재고가 3월과 4월 하루 약 400만 배럴씩 감소했다고 밝히고, 분쟁이 곧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severely undersupplied)’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이 하루 약 1,450만 배럴 축소됐으며, 현재의 차질로 인해 전 세계 원유 비축량에서 거의 5억 배럴이 줄었다고 추산했다. 이 감소분은 6월이면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유 가격은 지난 월요일에도 지지받았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5월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자 러시아가 항공유 수출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의 5월 정유 설비 가동률은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한 하루 458만 배럴로 떨어졌고, 이는 2009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석유 기업, 인프라, 유조선에 부과한 제재도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반면 OPEC(석유수출국기구)은 공급 확대 방침을 시사하며 유가에 하방 압력을 더하고 있다. OPEC 대표단은 5월 14일, 카르텔이 앞으로 수개월 동안 일련의 생산 할당량 인상을 이어가고, 9월 말까지 감산으로 멈춰 있던 생산을 모두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OPEC은 이미 2023년에 단행한 하루 165만 배럴 감산의 약 3분의 2를 공식적으로 복원하기로 합의했으며, 남은 물량도 3단계의 추가 월별 인상으로 되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5월 3일 OPEC+가 6월 생산량을 하루 18만8,000배럴 늘리겠다고 밝히고, 5월에도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한 바 있지만, 중동 전쟁으로 인해 일부 산유국이 감산 압박을 받고 있어 실제 증산은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OPEC의 4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42만 배럴 감소한 2,055만 배럴로, 35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탱커에 실린 원유 재고도 증가했다. 원유 선박 추적업체 Vortexa는 월요일, 최소 7일 이상 정박한 탱커에 저장된 원유가 5월 29일로 끝난 주에 전주 대비 8.8% 증가한 9,106만 배럴이라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수요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29일 기준 미국의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보다 3.5%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4.9% 낮았으며, 디젤과 난방유 등을 포함하는 증류유 재고는 12.4% 낮았다. 5월 29일로 끝난 주의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1% 줄어든 하루 1,370만7,000배럴로, 11월 7일 주에 기록한 하루 1,386만2,000배럴의 사상 최고치에는 다소 못 미쳤다.

베이커휴즈는 지난 금요일, 5월 29일로 끝난 주의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 수가 전주보다 4기 늘어난 429기로, 11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2월 19일 주에 기록한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인 406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최근 2년 반 동안 미국 원유 시추 장비 수는 2022년 12월에 기록한 5년 6개월 만의 고점인 627기에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시장 분석 측면에서 보면, 이번 국제 유가 급락은 단기적으로는 중동 휴전 기대가 공급 불안 우려를 일부 완화한 데 따른 반응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여부와 이란-미국 간 협상 진전이 불투명한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동시에 OPEC+의 증산 기조와 미국 원유 재고 및 시추 장비 지표는 공급 측면의 압력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유가는 중동 정세, OPEC+ 생산 정책, 미국 생산량 변화, 재고 추세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원유와 휘발유 가격 동반 하락은 에너지 섹터뿐 아니라 물가와 운송비, 정유 마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중동 관련 협상이 다시 흔들리거나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재점화될 경우, 유가는 언제든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