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기술주 약세에 흔들리며 혼조세를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이날 -0.16% 하락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41% 상승했으며, 나스닥 100지수는 -1.23% 내렸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0.14%,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16%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2026년 6월 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장은 기술주 약세가 지수 흐름을 압박하는 가운데 종목별 차별화가 뚜렷했다. 브로드컴은 현 분기 인공지능(AI) 매출 전망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15% 이상 급락해 반도체주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등 관리형 헬스케어 종목의 강세는 다우지수 상승을 이끌며 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에 힘을 보탰다. 관리형 헬스케어는 보험사와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비용 관리와 진료 조정을 함께 수행하는 업종을 뜻한다.
글로벌 지정학적 이슈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다.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이날 3% 이상 하락했는데, 미국이 수요일 늦게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합의는 헤즈볼라가 전투를 중단하고 이스라엘 국경 인근 지역에서 전투원을 철수할 경우 효력이 발생하며, 이후 레바논군이 해당 지역을 인계받는 구조다. 이란은 미국과의 합의가 성사되려면 레바논에서의 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는 “이란과 미국 간의 소통은 끊기지 않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지표는 주식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줬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보다 크게 늘며 3.75개월 만의 최고치로 올라 노동시장 둔화를 시사했다. 동시에 1분기 비농업 생산성은 하향 수정됐고, 단위 노동비용은 예상 밖으로 낮아져 임금 압력 우려를 다소 완화했다. 비농업 생산성은 한 노동자가 일정 기간 생산한 산출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단위 노동비용은 같은 생산량을 만드는 데 드는 노동비용을 뜻한다. 시장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2%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개장 이후 미국 증시에서는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브로드컴은 나스닥 100 구성 종목 가운데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ARM 홀딩스, 마벨 테크놀로지는 5% 이상 떨어졌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도 3% 이상 하락했으며, KLA, 인텔, 퀄컴, 아날로그 디바이시스, ASML 홀딩 역시 2% 이상 내렸다. 시장에서는 AI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지만, 관련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빠르게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이버보안주도 이틀째 조정을 받았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홀딩스는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주가가 8% 가까이 떨어졌다. 주가가 3월 저점 이후 두 배 이상 오른 상태여서 실적 호조만으로는 추가 상승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팔로알토 네트웍스와 클라우드플레어는 2% 이상 하락했고, 옥타도 내렸다. 사이버보안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업 보안 수요 확대 기대에 민감한 섹터지만, 단기적으로는 차익실현 압력이 커질 수 있는 구간이다.
가상자산 관련 종목도 비트코인 약세에 동반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3.75개월 만의 저점에서 1% 이상 떨어졌고,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 MARA 홀딩스, 라이엇 플랫폼스는 3% 이상 내렸다. 코인베이스 글로벌도 하락 마감했다. 가상자산 가격과 연동성이 높은 종목들은 디지털 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질 때 주가 변동 폭도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6% 이상 급등하며 S&P 500과 다우지수 상승 종목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흐름을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450달러로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휴마나는 5% 이상 올랐고, 센틴과 엘리번스 헬스는 4% 이상 상승했다. 시그나 그룹과 CVS 헬스는 3% 이상 올랐으며, 카디널 헬스도 상승했다. 헬스케어 업종의 강세는 경기 방어적 성격과 금리·성장주 변동성의 대안으로 작용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PVH가 2027회계연도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11.80달러~12.10달러로 제시하면서 27% 이상 급락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12.24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씨에나는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연간 매출 전망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 속에 19% 이상 하락했다. 파이브 빌로우 역시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지만, 제프리스가 성장률이 정점에 근접했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10% 이상 떨어졌다.
상승 종목도 있었다. 브라운-포먼은 4분기 총이익률이 62.6%로 시장 예상치 57.5%를 웃돌며 4% 이상 상승했다. 메드트로닉은 BTIG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리고 목표주가를 90달러로 제시하면서 4% 이상 올랐다. RTX는 제프리스가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220달러로 제시한 뒤 3% 이상 상승했다. 알닐람 파마슈티컬스는 최대 2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는 Inceptive Nucleics와의 전략적 AI 협업을 통해 RNAi 치료제의 발굴과 설계를 가속화한다는 소식에 2% 이상 뛰었다. RNAi 치료제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질병 원인을 겨냥하는 차세대 치료 접근법이다.
시장 전망 측면에서 보면, 이날 흐름은 대형 기술주와 AI 관련 종목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재차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헬스케어와 방어주 성격의 업종은 금리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향후 시장은 다음 FOMC 회의 전까지 미국 고용지표와 인플레이션 기대, 그리고 반도체 업종의 실적 가이던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다만 원유 가격 하락과 단위 노동비용 둔화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모두에 단기적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이날 발표된 1분기 실적 시즌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까지 S&P 500 기업 485곳 가운데 84%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1분기 S&P 500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술 섹터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쳐, 2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는 전체 시장의 이익 증가가 여전히 소수의 대형 기술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기술주가 흔들리는 국면에서는 지수 전반이 생각보다 쉽게 압박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이번 기사 작성 시점 기준으로 6월 4일 예정된 실적 발표 기업에는 브라운-포먼, 씨에나, 쿠퍼 컴퍼니스, 도큐사인, 가이드와이어 소프트웨어, 룰루레몬 애슬레티카, 루브릭, 삼사라, 토로가 포함됐다. 시장은 이들 기업의 실적과 가이던스가 현재의 섹터별 온도차를 확대할지, 혹은 완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핵심적으로 이날 미국 증시는 다우지수의 신고가와 기술주의 급락이 공존하는 전형적인 업종 로테이션 장세를 보였다. 성장주 중심의 시장이 쉬어가는 동안, 방어주와 경기민감 일부 업종이 상대적 우위를 보일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별 기업 실적뿐 아니라 업종별 이익 전망과 금리 경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