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6월 4일 – 미국 상원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보류된 18억달러 규모의 ‘반무기화(anti-weaponization)’ 기금의 최종 처리 방향을 두고 5일간의 마라톤 회기에서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이 회기는 이민 단속 예산 700억달러를 표결에 부치기 직전에 열리는 일정이다.
법안에 대한 수정안 표결은 정오 무렵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2026년 6월 4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세력을 위한 이른바 ‘쌈짓돈(slush fund)’을 끝내는 표결을 밀어붙이겠다고 밝히며, 최근 몇 주 사이 저명한 의원들의 정치적 경력을 끝장낸 트럼프 대통령에 공화당이 공개적으로 맞서도록 압박하고 있다. ‘slush fund’는 일반적으로 특정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임의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자금을 뜻하며, 이번 사안에서는 트럼프 측 정치 동맹을 보상하는 데 세금이 쓰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실은 성명에서 “
vote-a-rama의 첫 번째 민주당 수정안은 모든 상원의원에게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납세자의 돈으로 트럼프의 쌈짓돈을 지원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를 완전히 폐지해야 하는가
”라고 밝혔다. vote-a-rama는 미국 상원에서 예산 관련 법안 처리 과정 중 수많은 수정안을 연이어 표결하는 장시간 절차를 뜻한다. 이번 절차는 의회 내 표결 전략과 당내 결속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이 기금은 비판론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동맹들에게 납세자 돈으로 보전해 줄 수 있다고 지적해 온 항목으로, 이미 백악관과 법무부가 중단 조치를 내린 상태다. 그 배경에는 상원 공화당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민주당은 이러한 입법 공세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약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하원 장악이 유력한 가운데 상원까지도 가져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민주당 수정안에 실제로 동조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민주당 수정안이 통과되려면 단순 과반인 51표가 필요하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경순찰대에 3년간 자금을 제공하는 이번 법안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ICE는 미국 내 불법 이민 단속과 추방 집행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며, 국경순찰대는 국경 경비를 맡는 조직이다. 즉, 이번 표결은 단순한 기금 문제를 넘어 이민정책 전반의 예산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과, 지난달 트럼프 지지 성향 도전자의 도전을 받아 재선에 실패한 빌 캐시디 상원의원도 이 기금을 종료하는 수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틸리스 의원은 기자들에게 “
민주당이 주도하는 어떤 구상에 합류하고 싶지 않다. 이 문제는 공화당이 공화당을 위해 주도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에 대해 우려를 분명히 밝혀온 충분한 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캐시디 의원은 또 국세청(IRS)이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신고서를 감사하지 못하도록 막는 합의를 무효화하는 수정안도 제안했다. IRS 감사 제한은 대통령의 세무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성격을 띠는 만큼,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은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연회장 확장과 보안 강화 명목으로 납세자 자금 10억달러를 요구한 점, 그리고 정치적 동맹인 빌 펄트를 미국 정보기관 수장으로 지명한 결정 등도 일부 공화당 내부의 공개 비판을 불러왔다. 이 같은 행보는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에 대해 어디까지 지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부 논쟁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또 다른 다수의 수정안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는 IRS의 세금 보호, 이란 전쟁,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그리고 이민 단속 당국의 조치들이 포함된다. 특히 올해 초 발생한 미국 시민 2명의 사망 총격 사건과 관련한 이민 집행 당국의 행동도 표결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처럼 이번 표결은 이민과 세금, 대외정책, 관세, 법 집행 문제까지 한꺼번에 걸린 정치적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향후 영향 측면에서 보면, 이번 상원 표결은 단기적으로는 이민 단속 예산의 통과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화당 내부의 트럼프 충성도와 독자 노선 사이 균열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 공화당의 분열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할 경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회 권력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공화당이 당내 이견을 봉합하고 예산안을 처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동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한편, ‘반무기화’ 기금은 행정부가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거론돼 왔지만, 실제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번 표결은 단순한 예산 항목이 아니라, 납세자 자금의 사용 방식과 대통령 권한의 경계, 그리고 공화당이 트럼프 시대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