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운용펀드의 아마존 지분 대부분을 처분한 반면, 인공지능(AI) 확산의 수혜 기대를 받는 인텔에는 8년 만에 다시 대규모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별로 제출되는 13F 보고서는 월가의 정교한 자금 운용자들이 어떤 종목을 사고팔았는지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공시다. 13F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분기 공시로, 일정 규모 이상의 기관투자가가 보유 주식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2026년 6월 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더모틀리풀(The Motley Fool)은 이 공시를 통해 두케인 패밀리 오피스(Duquesne Family Office)를 이끄는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최근 매매 동향을 분석했다.
두케인의 13F에 따르면 드러켄밀러는 전자상거래 대기업 아마존(NASDAQ: AMZN) 주식을 매도하는 한편, 월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반도체 종목 인텔(NASDAQ: INTC)을 새로 대량 매수했다. 이는 최근 분기 포트폴리오 재편의 핵심 변화로 해석된다.
드러켄밀러는 2025년 마지막 두 분기 동안 아마존 주식을 사들였다. 그는 9월 결산 분기 동안 43만7,070주를 매입해 포지션을 처음 만들었고, 이어 4분기에는 30만870주를 추가했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아마존은 두케인 포트폴리오에서 시장가치 기준 일곱 번째로 큰 보유 종목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드러켄밀러는 3월 결산 분기 동안 아마존 69만2,140주를 팔아, 사실상 펀드의 아마존 지분을 94%나 줄였다.
드러켄밀러는 적극적으로 포지션을 조정하는 투자자로 알려져 있어, 1분기에는 손절매 같은 기계적 매도 규칙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5년 하반기에는 아마존 주가가 225달러에서 240달러 사이를 오갔지만, 1분기에는 이란 전쟁 여파로 월가 전반이 흔들리면서 약 200달러 수준으로 밀렸다. 두케인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상위 10개 보유 종목의 평균 보유 기간은 5개월에 불과하다. 단기 주가 변동이 포지션 축소의 직접적 배경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배경을 단순한 가격 변동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드러켄밀러는 2024년 5월 CNBC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지금은 다소 과대평가됐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 1위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플랫폼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AI 솔루션 통합 이후 고마진 매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마존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전통적 펀더멘털 지표 기준으로는 결코 싸지 않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드러켄밀러가 아마존 지분을 대거 정리한 배경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편에서는 인텔이 드러켄밀러의 새로운 베팅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는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의 대표 기업인 인텔 주식 41만1,400주를 매입했고, 이는 인텔이 기록적인 급등세를 보이기 직전의 매수였다. 만약 드러켄밀러가 이 주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면, 현재 수익률은 100%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특히 이번 매수는 그가 2018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인텔 주식을 보유한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인텔의 반등에는 AI 확산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NVIDIA)는 여전히 강력한 수요를 바탕으로 분석가들의 기대를 뛰어넘고 있지만, 기업용 AI 데이터센터에서는 CPU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쉽게 말해, AI 연산을 수행하는 데 그래픽처리장치(GPU)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반을 제어하는 CPU 역시 함께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변화는 오랜 기간 침체를 겪어온 인텔에 반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텔에는 든든한 우군도 붙었다. 엔비디아는 2025년 12월 인텔에 50억 달러를 공식 투자했고, 트럼프 행정부도 2025년 8월 인텔에 89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금액은 이후 5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대형 투자자와 정책 지원이 동시에 붙은 셈이다. 다만 인텔은 AI 수혜주로 재평가받고 있지만,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뒤라 펀더멘털 기준에서 보면 여전히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드러켄밀러는 그동안 게임 체인저급 트렌드와 연결된 유명 브랜드 종목, 그리고 다년간의 고점을 돌파하는 종목에 자주 끌려왔다. 이번 인텔 매수 역시 AI라는 구조적 변화와 맞물린 턴어라운드 후보에 대한 베팅으로 읽힌다. 그러나 주가가 급등한 이후인 만큼, 전통적 의미의 가치주 매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인텔을 지금 사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더모틀리풀의 애널리스트 팀은 최근 투자자들이 지금 사야 할 최고의 종목 10개를 제시했지만, 인텔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이 선정한 종목들은 향후 수년간 큰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넷플릭스가 2004년 12월 17일 이 목록에 포함됐을 당시 1,000달러를 투자했다면 지금은 46만3,900달러가 됐을 것이고, 엔비디아가 2005년 4월 15일 같은 목록에 올랐을 때 1,000달러를 넣었다면 129만4,401달러가 됐을 것이라는 사례도 제시됐다. Stock Advisor의 누적 평균 수익률은 978%로, S&P 500의 211%를 크게 웃돈다.
결국 이번 두케인 패밀리 오피스의 매매는 드러켄밀러가 아마존에서는 고평가 부담을 줄이고, 인텔에서는 AI 기반 반등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시장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아마존의 단기 차익 실현 압력을 키울지, 또는 인텔의 추가 상승 기대를 확산시킬지 주목된다. 다만 13F 공시는 분기 말 기준 보유 내역만 보여주기 때문에, 실제 현재 포지션은 그 이후 달라졌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