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27일(현지시간) 중동 정세 완화 기대에 힘입어 대체로 상승 마감했다. S&P 500지수는 0.61% 오른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23% 하락했고, 나스닥100지수는 1.76% 급등했다. 6월물 E-mini S&P 선물(S&P500 지수 선물)은 0.61% 올랐고, 6월물 E-mini 나스닥 선물은 1.72% 상승했다.
이번 장세는 국제유가 하락과 미 국채 수익률 하락이 기술주 랠리를 이끌면서 나타났다. 2026년 5월 27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이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원유 흐름을 복원하는 방향의 합의에 근접했다는 신호를 보내자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60일 더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를 마련했으며, 양측이 영구 합의를 모색하는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제해하고 재개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양측이 초기 문서의 문구를 조율하는 데 여전히 “며칠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2.5주 만의 최저치로 밀렸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1.5주 만의 저점인 4.47%까지 내려갔다.
다만 시장의 낙관론은 완전하지 않았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 발사 지점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를 설치하려던 선박들을 타격했다고 밝히면서 선물시장의 상승 폭이 일부 제한됐다. 또한 이날 헬스보험주와 에너지 생산업종이 약세를 보이면서 다우지수는 하락 구간으로 밀렸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관문으로, 봉쇄나 군사 충돌 소식이 나올 경우 국제유가와 글로벌 물류비용에 즉각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지역이다.
이날 나온 미국 경제지표는 주식시장에 혼조세로 작용했다. 시카고 연은이 발표한 4월 전국활동지수는 0.29포인트 상승한 0.14로, 예상치인 -0.03을 웃돌며 1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3월 S&P 코어로직-20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3% 올라 예상치 0.90%를 밑돌았고, 2.5년 만에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또 컨퍼런스보드의 5월 소비자신뢰지수는 0.7포인트 하락한 93.1로 집계돼 예상치 92.0보다는 나았지만, 소비심리 둔화 우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간 보고서에서 3월과 4월 세계 원유 재고가 하루 약 400만 배럴의 속도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IEA는 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공급 차질로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거의 5억 배럴이 줄었고, 6월까지 감소 폭이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유가가 단기적으로 급등락을 반복하더라도 중기적으로는 공급 제약이 시장의 핵심 변수로 남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방준비제도(Fed) 정책금리 전망은 큰 변화가 없었다. 시장은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3%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가 매우 낮다는 점은 현재 시장이 성장주 랠리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유가와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흔들릴 경우 채권금리와 주식 밸류에이션 모두 재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실적 시즌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대체로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요일 기준으로 S&P 500 기업 가운데 475곳이 1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 중 83%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S&P 500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술업종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약 3%에 그칠 것으로 보여, 실적 개선세가 일부 대형 기술주에 집중돼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해외 증시는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유럽 유로스톡스50은 1.18%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17% 내렸으며,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25% 떨어졌다.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에서 중동발 지정학적 변수와 금리 기대 변화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채권시장에서는 6월물 10년 만기 미 국채 가격이 18.5틱 상승했고, 수익률은 6.9bp 하락한 4.489%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4.473%까지 떨어져 1.5주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유가 급락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면서 국채 매수세가 강화된 것이다. 실제로 10년 만기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은 2.375%로 1개월 만의 저점에 내려왔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690억 달러 규모의 2년물 국채 입찰에서도 응찰률이 2.64배로, 최근 10차례 평균인 2.61배를 웃돌아 수요는 무난했다.
유럽 국채금리는 엇갈렸다. 독일 10년물 국채인 분트 금리는 3.3bp 오른 2.979%를 기록한 반면,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장중 5주 만의 저점인 4.820%까지 밀린 뒤 2.2bp 하락한 4.875%로 마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 이자벨 슈나벨은 중동 분쟁이 빠르게 해결되더라도 6월 ECB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충격의 지속성이 높아질 경우 경제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당초 예상보다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필립 레인은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다음 달 정책회의에서 분기별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스와프시장은 6월 11일 ECB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91%로 반영하고 있다.
개별 종목에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UBS가 목표주가를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상향 조정한 뒤 20% 넘게 뛰며 S&P 500과 나스닥100의 상승을 주도했다. 온세미컨덕터는 10% 이상 올랐고, 웨스턴디지털은 8% 넘게 상승했다. 샌디스크와 AMD는 7% 이상, 마벨테크놀로지와 KLA는 6% 이상 올랐으며,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아날로그디바이시스,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NXP세미컨덕터스, 램리서치, 텍사스인스트루먼츠도 5% 이상 상승했다. 반도체주는 중동 리스크 완화와 금리 하락이 동시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대표 업종으로, 투자자들이 이번 랠리를 ‘금리 민감 성장주 재평가’로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항공주와 크루즈 운영사도 유가 하락의 수혜를 받았다. 아메리칸항공그룹은 7% 이상, 알래스카에어그룹은 6% 이상 올랐고, 유나이티드항공홀딩스는 5% 이상 상승했다. 델타항공,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홀딩스, 로열캐리비안크루즈는 4% 이상 올랐으며,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카니발도 각각 3% 이상, 2% 이상 상승했다. 연료비 비중이 큰 업종 특성상 유가 하락은 수익성 개선 기대를 즉각 반영하는 재료로 작용한다.
우주·위성 관련 기업은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소식 이후 급등했다. 레드와이어는 26% 이상,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는 18% 이상, AST스페이스모바일은 12% 이상 뛰었다. IPO는 비상장 기업이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처음 공개하는 절차로, 대형 상장 가능성이 부각되면 유사 업종의 가치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에너지 생산업체와 에너지 서비스 업체는 WTI가 2.5주 만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약세를 보였다. 데본에너지는 4% 이상 하락했고, 다우지수 종목인 셰브런은 3% 이상 떨어져 하락률 상위를 기록했다.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APA도 3% 이상 하락했으며, 다이아몬드백에너지, 마라톤페트롤리엄, 옥시덴탈페트롤리엄, 필립스66, 발레로에너지 등도 2% 이상 내렸다. 방어주 성격의 헬스보험주 역시 증시 전반의 위험선호 회복 속에서 압박을 받았다. 센틴은 3% 이상 하락했고, 유나이티드헬스그룹, 휴마나, CVS헬스는 2% 이상, 엘레번스헬스와 시그나그룹은 1% 이상 내렸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올리언트가 JP모건체이스의 투자의견 상향에 힘입어 12% 이상 올랐고, 오토리브는 Handelsbanken의 매수 의견 상향으로 3% 이상 상승했다. 반면 오토존은 3분기 순매출이 48억4,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 48억7,000만 달러를 밑돌면서 S&P 500 하락 종목을 이끌며 8% 이상 급락했다. 나스닥100에서는 오라일리오토모티브가 4% 이상 떨어져 하락률 상위를 기록했고, 인튜이트는 미즈호증권이 목표주가를 600달러에서 500달러로 낮춘 뒤 4% 이상 하락했다.
한편 이날 장 마감 이후 또는 향후 발표를 앞둔 실적 예정 기업에는 Agilent Technologies, Bath & Body Works, Dick’s Sporting Goods, Everpure, HEICO, HP, Marvell Technology, nCino, Nutanix, Salesforce, Snowflake, Synopsys, U-Haul Holding 등이 포함됐다.
이번 장세는 중동발 지정학적 완화 기대가 유가와 금리, 그리고 기술주와 항공주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전형적인 위험자산 재배치 흐름을 보여준다. 향후 시장의 방향성은 호르무즈 해협 관련 협상 진전, WTI 유가의 추가 하락 여부, 6월 FOMC와 ECB 회의 결과에 따라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가가 안정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며 성장주와 장기채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수 있지만, 군사 충돌이 재차 부각되면 반대로 에너지주 강세와 주식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