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긴장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강세를 보였다. S&P 500 지수는 0.72% 상승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31% 올랐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100 지수는 1.42% 뛰어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0.62% 상승했고,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33% 올랐다.
2026년 5월 26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주가 지수들은 이날 일제히 반등하며 S&P 500과 나스닥 100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시장은 미국 당국자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원유 흐름을 복원하는 방향의 이란과의 합의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를 내놓자 원유 가격 하락과 국채 수익률 하락의 영향을 받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이곳이 봉쇄되거나 불안정해지면 국제 유가와 운송비가 급등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이란이 60일간 휴전을 연장하는 각서를 마련했으며, 양측이 영구 합의를 모색하는 동안 해협의 지뢰를 제거하고 다시 개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협상 문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합의까지는 아직 “며칠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주 반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1주 반 만의 최저치인 4.47%까지 하락했다.
다만 미군 중부사령부가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 발사 기지와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를 설치하려던 선박을 타격했다고 밝히면서 주가지수 선물은 일부 압박을 받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전쟁 관련 헤드라인이 유가와 주식의 방향을 좌우하는 고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는 이날 주식시장에 혼재된 신호를 보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4월 전미활동지수는 0.14로 1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예상치였던 -0.03을 웃돌았다. 반면 3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20대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3%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0.90% 상승을 밑돌았고,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미활동지수는 미국 경제 전반의 활동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주택가격지수는 주택시장 과열 또는 둔화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국제유가의 향방은 여전히 시장의 핵심 변수다. WTI 원유는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 진전 소식에 하루 동안 3% 이상 급락하며 2주 반 만의 저점까지 밀렸지만,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던 선박을 타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낙폭을 일부 줄였다. 원유는 지정학적 뉴스에 따라 급등락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공급 차질 가능성과 휴전 협상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최근 월간 보고서에서 세계 원유 재고가 3월과 4월에 하루 약 400만 배럴의 속도로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혼란으로 전 세계 원유 재고에서 약 5억 배럴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으며, 6월까지 감소 폭이 10억 배럴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극히 제한적이다. 시장은 6월 16~17일 열리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을 2%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bp는 베이시스포인트의 약자로 1bp는 0.01%포인트를 뜻한다.
실적 시즌은 후반부로 접어들었고, 현재까지 발표된 기업 실적은 대체로 증시에 우호적이다. 이날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P 500 편입 475개 기업 중 83%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분기 S&P 500 전체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술 부문을 제외하면 이익 증가율은 약 3%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이는 2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이다. 이는 최근 증시 랠리가 기술주와 대형 성장주에 얼마나 크게 의존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외 증시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유로스톡스 50은 0.62%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17% 내렸으며,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25% 하락 마감했다.
채권시장과 금리 동향
6월물 10년물 미 국채선물은 이날 19틱 상승했다. 이에 따라 10년물 국채금리는 7.5bp 하락한 4.483%를 기록했고, 장중에는 4.473%까지 밀리며 1주 반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춰 국채 가격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10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이날 1개월 만의 최저치인 2.375%로 떨어졌다. 다만 이번 주 미 재무부가 2년물 국채 690억 달러 입찰을 시작으로 총 2,17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변동금리채를 발행할 예정이어서 공급 부담은 상승 폭을 제한했다.
유럽 국채 금리는 엇갈렸다. 독일 10년물 국채인 분트(Bund) 금리는 2.7bp 오른 2.973%를 기록했고, 영국 10년물 길트(gilt) 금리는 4.850%로 4.7bp 하락하며 5주 만의 최저치인 4.820%까지 내려갔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인 이사벨 슈나벨은 중동 분쟁이 빠르게 해결되더라도 “6월 ECB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다음 달 11일 예정된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인상 가능성을 91%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증시 주요 종목 동향
이날 미국 증시에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인프라 종목이 강세를 주도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2% 이상 급등하며 S&P 500과 나스닥 100 상승 종목을 이끌었고, 온세미컨덕터와 마벨테크놀로지는 각각 8% 이상 올랐다. 샌디스크는 6% 이상 상승했고, 웨스턴디지털과 아날로그디바이스는 5% 이상 뛰었다.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4% 이상 올랐으며, AMD, NXP세미컨덕터, KLA도 3% 이상 상승했다. 반도체주는 AI 서버, 데이터센터, 저장장치 수요와 연계된 기대감이 반영되며 시장 전반의 상승 탄력을 높였다.
항공주와 크루즈 운영사도 유가 급락의 수혜를 받으며 상승했다. 원유 가격 하락은 연료비 부담을 낮춰 수익성 개선 기대를 키운다. 유나이티드항공홀딩스는 5% 이상 뛰었고, 아메리칸항공그룹, 알래스카에어그룹,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홀딩스는 4% 이상 상승했다.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은 3% 이상 올랐고, 카니발과 로열캐리비안크루즈도 2% 이상 상승했다.
우주·로켓 및 위성 관련 기업도 강세를 보였다. 스페이스X가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 위해 신고했다는 소식 이후 레드와이어는 23% 이상 급등했고,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와 인튜이티브머신스는 18% 이상 올랐다. AST 스페이스모바일도 15% 이상 상승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얼리언트가 JP모건체이스의 투자의견 상향 조정과 목표주가 80달러 제시에 힘입어 9% 이상 뛰었다. 오토리브는 핸델스방켄이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올리고 목표주가를 145달러로 제시하면서 2% 이상 상승했다. 반면 오토존은 3분기 순매출이 48억4,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 48억7,000만 달러를 밑돌면서 S&P 500 하락 종목 중 가장 큰 폭인 8% 이상 급락했다. 오라일리 오토모티브도 나스닥 100에서 4% 이상 떨어지며 약세를 보였다. 시그나그룹은 바클레이스가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동일비중으로 낮추자 1% 이상 하락했다.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을 보면, 이번 랠리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 완화 기대와 유가 하락이 동시에 작용할 때 주식과 채권이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 보여준다. 특히 원유가 안정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지고, 이는 국채금리 하락과 성장주 밸류에이션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호르무즈 해협 관련 군사 충돌이 재차 부각될 경우 유가는 다시 급등할 수 있어 항공, 크루즈 등 에너지 비용 민감 업종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반도체와 AI 관련주는 실적과 수요 기대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에서 시장 주도주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상승 폭이 커진 만큼 향후 실적 확인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날 발표된 여러 변수는 결국 유가, 금리, 지정학 뉴스가 금융시장의 방향을 좌우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켰다. 주식시장은 평화 협상 진전이라는 안도감에 반응했지만, 미군의 타격 소식이 즉각적으로 상승세를 일부 되돌린 만큼 투자심리는 여전히 민감한 상태다. 향후 협상 결과와 원유 수급 상황, 그리고 연준과 ECB의 정책 신호가 글로벌 자산시장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