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강세와 견조한 미국 소매판매 지표에 뉴욕증시 상승

뉴욕증시가 기술주 강세와 미국의 견조한 소매판매 지표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이날 0.44% 올랐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49%, 나스닥100지수는 0.60% 상승했다.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0.40% 올랐고,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58% 상승했다. S&P 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는 이날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2026년 5월 14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상승장은 기술주가 이끌고 있다. 특히 시스코 시스템즈가 연간 매출과 이익 전망을 상향 조정한 뒤 주가가 17% 급등하면서 시장 전반의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베이징에서 진행되며 시장 접근성 확대와 미국산 에너지·농산물 구매 문제 등이 논의된 점도 투자심리를 지지했다. 로이터는 양국이 각국이 약 300억 달러 규모의 품목을 지정해, 국가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관세를 완화할 수 있는 잠재적 틀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지표도 증시의 상승 흐름을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4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해 시장 예상과 일치했고,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도 0.7% 늘어 예상치에 부합했다. 소매판매는 가계의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강도를 가늠하는 데 자주 활용된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만2,000건 증가한 21만1,000건으로 집계돼 예상치인 20만5,000건보다 다소 약했다. 이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일부 둔화 신호도 드러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수입물가도 예상보다 높았다. 4월 미국 수입물가지수에서 석유를 제외한 지표는 전월 대비 0.7% 올라 시장 예상치 0.5%를 웃돌았다. 이는 일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남아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날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물가 기대를 낮추는 요인도 함께 작용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OPEC+가 향후 몇 달에 걸쳐 산유 쿼터를 단계적으로 늘리고, 9월 말까지 중단됐던 생산분의 복귀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1% 이상 내렸다.

중동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은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요일 월간 보고서에서 3월과 4월 글로벌 원유 재고가 하루 약 400만 배럴씩 감소했다고 밝혔다. IEA는 설령 다음 달 분쟁이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차질로 글로벌 원유 재고가 이미 약 5억 배럴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며, 6월까지 감소분이 1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여전히 신중하다. 시장은 오는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4%로 반영하고 있다. bp는 금리 변동을 나타내는 basis point의 약자로, 1bp는 0.01%포인트를 뜻한다. 즉 현재 시장은 다음 회의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는 셈이다.

이번 실적 시즌도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454개 S&P 500 기업 중 83%가 1분기 실적에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1분기 주당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술섹터를 제외하면 1분기 이익 증가율은 약 3%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이는 2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이다. 시장의 상승세가 대형 기술주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외 증시는 엇갈렸다. 유로 스톡스50지수는 0.98% 상승했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약 11년 만의 고점에서 밀리며 1.52% 하락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사상 최고치에서 내려와 0.98%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과 달리 아시아 증시에서는 차익실현과 정책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 6월물 10년 만기 T-노트는 이날 8틱 상승했다. 10년물 T-노트 수익률은 2.8bp 내린 4.440%를 기록했다. T-노트는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중기 국채로,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이번 상승은 주간 실업수당 청구가 예상보다 늘어난 점이 연준의 완화적 기조 가능성을 자극했고, WTI 가격 하락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춘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이번 분기 재정차환 과정에서 나온 1,2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매각에 대비해 헤지용으로 취했던 숏포지션을 채권 딜러들이 되돌린 점도 금리 하락 압력을 더했다.

유럽 국채 금리도 하락 마감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4.4bp 내린 3.056%를 기록했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4.4bp 하락한 5.021%로 마감했다. 영국의 3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2%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0.1% 감소를 크게 웃돌았고, 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 겸 정책위원회 위원인 마르틴스 카작스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가 악화되면 ECB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왑시장은 다음 6월 1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25bp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79%로 반영하고 있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반도체 관련 종목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반도체를 포함한 여러 무역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브로드컴과 마벨테크놀로지는 3% 이상 상승했고, 엔비디아는 2% 이상 올랐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램리서치도 1% 이상 상승했다. 반면 소프트웨어주는 약세를 보여 전체 시장에 부담을 줬다. 아틀라시안과 데이터독은 2% 이상 하락했고, 오토데스크, 오라클, 서비스나우, 어도비,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즈는 1% 이상 내렸다.

스텁허브 홀딩스는 1분기 매출이 4억4,600만 달러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 4억2,500만 달러를 웃돌면서 20% 이상 급등했다. 시스코 시스템즈는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고 연간 가이던스를 상향한 뒤 S&P 500, 나스닥100, 다우지수의 상승 종목을 이끌며 14% 이상 뛰었다.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소프트웨어는 기대작 ‘그랜드 테프트 오토 VI’가 곧 예약 판매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6% 이상 상승했다. 커머셜 메탈스는 UBS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리고 목표주가를 89달러로 제시한 뒤 2% 이상 올랐다. 스타벅스도 TD 코웬이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120달러로 제시하면서 1% 이상 상승했다.

반대로 도직미티는 2027년 매출 전망치를 6억6,400만~6억7,600만 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 6억9,890만 달러를 밑돌아 23% 이상 급락했다. 오클로는 보통주를 최대 10억 달러 규모로 발행하겠다고 밝힌 뒤 5% 이상 하락했다. 아카마이 테크놀로지는 레이어X를 약 2억5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번 인수가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EPS)을 약 12센트 낮출 것이라고 밝힌 뒤 4% 이상 내렸다. 코디악 가스 서비스는 주당 70~72달러에 신주를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요일 종가 75.74달러를 밑도는 수준에 거래돼 3% 이상 하락했다. 캠든프로퍼티트러스트는 스코티아뱅크가 투자의견을 섹터 퍼폼에서 섹터 언더퍼폼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95달러로 제시하면서 1% 이상 밀렸다.

오는 2026년 5월 14일 실적 발표 예정 기업으로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어즈(AMAT), 불리시(BLSH), 퍼미(FRMI), 글로반트(GLOB), 리버티 라이브 홀딩스(LLYVA), NIQ 글로벌 인텔리전스(NIQ), 누 홀딩스(NU), 버선트 미디어 그룹(VSNT), 바이킹 홀딩스(VIK), 예티 홀딩스(YETI) 등이 포함됐다.

이번 장세는 기술주 실적 호조와 관세 협상 기대, 그리고 양호한 소비지표가 맞물리며 위험자산 선호를 강화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다만 상승이 반도체와 일부 대형 기술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시장 내부의 확산 폭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국제유가와 중동 지정학 리스크, 연준과 ECB의 통화정책 경로가 향후 주식·채권·환율 전반의 변동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