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한 석유 수출, 이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수출이 이란과의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선박 운항사들이 불안정한 페르시아만에서 갑작스러운 교전 재발 위험을 다시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6년 5월 3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해운업계와 에너지 시장 관계자들은 전쟁 이후의 새로운 현실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방 상업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이란의 통제 아래 남아 있는 한 항해를 꺼릴 가능성이 크며,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와의 조율이 필요할 경우 미국 제재 위반 위험까지 떠안을 수 있어 부담이 커진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핵심적인 통로다. 이 해협을 지나는 자유로운 항행은 이란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개시한 전쟁에 대응해 사실상 해상 통로를 봉쇄하기 전까지는 본격적으로 위협받지 않았다. 이란의 봉쇄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원유 공급 차질을 촉발했으며, 글로벌 경제에 대한 위협이 커지면서 미국에 협상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테헤란은 전쟁 종식 합의에서 이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굳히는 지렛대로 이 사안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이란은 앞으로 상당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할 것”이라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에너지·국가안보 고문을 지낸 아모스 호크스타인은 CNBC ‘스쿼크 박스’에서 말했다. 그는 “합의문에 무엇이 쓰여 있든 상관없다. 지역의 모든 사람이 그렇게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RBC캐피털마켓의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전쟁 이전 호르무즈를 지나는 유조선 흐름이 당분간의 정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로프트는 5월 29일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분쟁이 끝나더라도 이란이 해협에 대한 운영상 통제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해상 운송량은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드 리스트 편집장 리처드 미드는 5월 21일 브리핑에서, 현재와 같은 시나리오에서는 트래픽이 전쟁 이전 물동량의 60%에서 70%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과 연계된 선박은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하는 반면, 서방 선박은 이란과의 양자 합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드는 “이것은 일부 종말론적 시나리오가 시사하는 것처럼 경기침체를 촉발하지는 않겠지만,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반등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치적 정렬에 따라 접근권이 달라지는, 영구적으로 양분된 해협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해 위기가 남긴 교훈

홍해에서 선박 통행이 급감한 사례는 지정학적 불안이 주요 해상 병목지점을 얼마나 오랫동안 교란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란과 동맹 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은 2023년 11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대응으로 상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첫 공격은 2023년 11월 19일 화물선 납치였으며, 이후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어졌다.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일일 통과 선박 수는 2023년 11월 19일 75척에서 2024년 1월 30일 31척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그로부터 2년이 넘은 현재도 이 해협의 통행량은 한때 정상으로 여겨졌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 사이의 좁은 관문으로, 이곳이 막히면 수에즈 운하를 통한 무역에도 충격이 번질 수 있다.

로이드 리스트의 해상 리스크 분석가 토머 라아난은 “해상 병목지점에서 큰 혼란을 야기하려면 대규모 해군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중동 국가 리스크 책임자 잭 케네디는 후티 반군이 지난해 말 이후 홍해에서 선박 공격을 중단했음에도 2023년 수준으로 통행량이 되돌아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케네디는 호르무즈의 통행량 붕괴가 홍해만큼 오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선박 소유주들은 실제로 미·이란 합의가 체결되더라도 그것이 상선에 충분한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로서는 호르무즈를 통한 상업선의 접근 확대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 휴전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란이 조건 없이 호르무즈를 개방하더라도 전쟁 이전 수준의 물동량으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케네디는 말했다. 해협에 지뢰가 매설됐을 가능성 같은 안전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영구적 해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향후 1년 안에 전쟁이 재개될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사안이 특히 이스라엘의 국가안보 관점에서 전쟁으로 이어진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선박 운영사들은 전쟁이 다시 발생할 경우 자산과 선박이 호르무즈 한쪽에 수개월 동안 갇힐 위험을 감수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케네디는 말했다.


호르무즈의 대안은 제한적이다

라아난과 케네디는 홍해와 호르무즈가 중요한 점에서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홍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 항로가 있어 보안 위험을 피할 수 있지만, 호르무즈는 사실상 대체 경로가 없는 진정한 병목지점이라는 것이다. 두 전문가는 또한 호르무즈가 홍해보다 세계 에너지 시장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쟁 이전에는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NG>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는 페르시아만에서 홍해와 오만만의 수출 터미널로 하루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우회시키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활용하고 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공급 차질을 완화했지만 호르무즈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라아난은 “파이프라인으로 일부 물량은 보낼 수 있지만, 모든 것을 파이프라인으로 보낼 수는 없다”며 “호르무즈에서 나와야 하는 것은 원유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액화천연가스의 경우 선박에 실어 세계 각지로 운송하는 것이 상품의 핵심이며, 호르무즈는 비료와 기타 원자재 운송에도 중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대체 경로가 없는 만큼 선사들은 홍해와 달리 호르무즈의 현실에 적응할 수밖에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중동 수출국들은 대안을 더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UAE는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두 번째 파이프라인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 설비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전쟁 이후 걸프 국가들이 호르무즈를 피하기 위한 파이프라인을 더 많이 건설하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호르무즈의 중요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것은 한 번만 쓸 수 있는 카드”라고 라이트 장관은 이란의 봉쇄에 대해 말했다. 그는 “페르시아만에서 에너지를 내보낼 다른 경로가 생길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의 중요성은 줄어들겠지만, 이들 국가의 에너지 생산과 공급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분석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중동 해상 물류가 단순한 지정학적 긴장만으로도 장기적인 구조 변화를 겪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대체 항로가 제한적이어서, 설령 군사적 충돌이 멈추더라도 선사와 보험사, 에너지 기업은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와 운임, 보험료의 변동성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걸프 지역의 수출 인프라 다변화와 파이프라인 투자 확대를 촉진할 수 있다. 결국 시장은 공급 차질의 해소보다 위험 인식의 상시화에 더 오래 적응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