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산한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First Brands)가 청산(liquidation) 계획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 계획은 회사 창업자와 경영진 등 내부자를 상대로 한 소송 자금을 마련해 채권자들에게 일부라도 돌려주려는 구상이다.
2026년 6월 13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미 휴스턴 파산법원의 크리스토퍼 로페스(Christopher Lopez) 판사는 금요일 퍼스트 브랜즈가 자신들이 선호하는 사업 정리안에 대해 채권자들의 표결을 요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로페스 판사는 정부 감시기구와 일부 채권자들이 요구한 것처럼 사건을 더 빠르고 단순한 연방파산법 제7장(Chapter 7) 청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Chapter 7은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이 회사 자산을 정리·매각하는 절차로, 이번 사안처럼 기존 경영진의 소송 전략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 차이로 꼽힌다.
로페스 판사는 퍼스트 브랜즈에 채권자들이 소송 전략을 지지하는지 확인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오는 7월 열릴 법정 심리에서 청산 계획 승인 여부를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법원이 제안한 청산안이 최종 승인될 경우 퍼스트 브랜즈는 소송 신탁(litigation trust)을 만들어 추가 회수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소송 신탁은 회사가 직접 소송을 계속하기보다 별도 기구를 세워 특정 피고를 상대로 자산 회수 소송을 진행하는 구조로, 파산 절차에서 채권자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퍼스트 브랜즈는 지난해 9월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이는 대출기관들이 회사가 여러 차입 거래에서 자산을 담보로 이중 질권 설정(double-pledging)을 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한 뒤 발생했다. 이 회사는 파산 절차에서 구조조정에 실패했고, 11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갚지 못한 채 파산 상태에 놓였다. 파산 이후 창업자 패트릭 제임스(Patrick James)와 그의 형제 에드워드 제임스(Edward James)는 연방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퍼스트 브랜즈의 붕괴는 월가의 일부 대형 투자회사들에 손실을 안겼고, 불투명한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서 펀드 운용사들이 부실 차주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키웠다. 사모대출은 은행이 아닌 투자자나 대출 펀드가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시장으로, 정보 공개가 상대적으로 적고 위험 파악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파산 신청 이후에도 퍼스트 브랜즈의 재무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회사는 파산 절차 초기에 확보한 11억 달러의 신규 자금에 대해서도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채권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이 자금은 올해 1월 소진됐고, 이후 퍼스트 브랜즈는 포드(Ford)와 제너럴모터스(GM) 같은 핵심 부품 구매자들로부터 선지급금에 의존해야 했다. 선지급금은 향후 납품 대금 일부를 미리 받는 방식으로, 운영자금이 급한 기업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할 때 사용된다.
퍼스트 브랜즈는 회사 전체를 매각할 매수자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 일부 사업부만 처분해 파산대출로 조달한 금액의 일부만 회수했다. 회사는 호라이즌(Horizon) 견인 사업을 6,400만 달러에, 톨레도 몰딩 앤 다이(Toledo Molding & Die) 사업을 8,000만 달러에, 월브로(Walbro) 사업을 5,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회사는 파산 신청 이후 발생한 채무를 갚을 충분한 현금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파산 신청 이후 발생한 부채는 통상 행정비용(administrative expenses)으로 분류되며, 다른 모든 채무보다 먼저 변제돼야 한다. 이는 파산 절차를 진행하는 데 필수적인 비용과 거래처 대금 등을 포함하는 항목이다.
미국 법무부 파산감시기관인 미 연방 수탁관실(U.S. Trustee Office)은 법원 제출 서류에서 퍼스트 브랜즈가 행정비용 2억2,300만 달러를 체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파산 신청 이후에도 퍼스트 브랜즈에 부품을 납품한 협력업체들에 대한 채무도 포함된다.
7월 법정 심리에서 청산 계획이 승인되면, 퍼스트 브랜즈는 최소 7,500만 달러로 소송 신탁을 출범시켜 추가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 가운데 2,500만 달러는 퍼스트 브랜즈가 보유한 기존 현금에서 조달되고, 나머지 5,000만 달러는 11억 달러 규모의 파산대출을 제공한 동일한 대출기관들이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소송의 대상은 제임스 형제와, 회사가 파산 직전 몇 달 동안 자금을 빼냈다고 의심되는 다른 관계자들이 된다.
시장에 미칠 영향 측면에서 보면, 이번 절차는 퍼스트 브랜즈 채권자들의 회수율뿐 아니라 사모대출 시장 전반의 위험 인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법원이 청산 중심의 소송 전략을 계속 허용하면, 향후 유사한 대형 파산 사건에서도 내부자 책임 추궁과 자산 환수가 더 중요한 변수로 부각될 수 있다. 동시에 파산 초기 자금 지원을 제공한 대출기관들이 추가 손실을 떠안을 수 있어, 고위험 차주에 대한 여신 심사와 담보 구조가 한층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퍼스트 브랜즈는 파산 청산 과정에서 단순 자산 매각을 넘어, 내부자 대상 소송을 통한 추가 회수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