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투자자들, 5년 만에 5월 외국 주식 최대 순매도

도쿄발 일본 투자자들이 5월 외국 주식을 약 5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진 데다, 기술주 중심의 최근 증시 랠리가 과도하게 진행됐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2026년 6월 8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MOF) 자료에서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달 외국 주식을 순 2조7,200억 엔(약 169억8,000만 달러)어치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최대 규모의 순유출에 해당한다. 외국 주식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위험자산 선호 약화와 차익 실현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지수인 MSCI 세계지수는 지난주 사상 최고치인 1,138.3까지 올랐으나, 이달 들어서는 약 2.9% 하락했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에 매물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MSCI 세계지수는 전 세계 주요 증시의 흐름을 한데 묶어 보여주는 지표로, 글로벌 투자 심리의 바로미터로 자주 활용된다.

반면 일본 투자자들은 외국 채권에는 순 2조9,000억 엔을 사들여, 2025년 5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주식 비중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으로 자금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강화됐음을 시사한다. 채권은 일반적으로 이자수익과 가격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처로 분류되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신탁계정은 지난달 외국 주식 순 3조3,800억 엔을 처분한 반면, 해외 채권에는 3조1,600억 엔을 투입했다. 신탁계정은 투자자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계정을 뜻하며, 기관투자자 성격의 자금 흐름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투자신탁운용사생명보험사는 같은 기간 각각 6,146억 엔, 775억 엔어치의 외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일본은행(BOJ) 자료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올해 1~4월 미국 주식을 1조9,100억 엔, 유럽 주식을 8,264억 엔어치 매수했다. 같은 기간 영국 주식과 스페인 주식도 각각 2,855억 엔, 801억 엔 규모로 사들였다. 이는 연초에는 해외 증시, 특히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자금 유입이 이어졌지만, 5월 들어 위험회피 성향이 뚜렷하게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시장 해석을 놓고 보면, 이번 일본 투자자들의 외국 주식 대규모 순매도는 단순한 단기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겹치면서, 그동안 고수익을 추구하던 자금이 방어적 자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외국 주식에서 외국 채권으로의 이동은 글로벌 경기와 증시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향후에는 미국 고용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망, 중동 정세가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자금 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가 다시 이어질 경우 순매도 규모가 줄어들 수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거나 금리 인하 기대가 흔들릴 경우 해외 주식 비중 축소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자금 이동은 글로벌 증시의 과열 우려방어적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