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포인트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현대 인공지능(AI) 시대를 연 주역이다.
그러나 AI 워크로드의 성격이 바뀌면서, AI 데이터센터는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중앙처리장치(CPU)를 필요로 하게 될 전망이다. CPU는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로, 명령을 처리하고 시스템 전반을 조율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에 따라 인텔과 AMD는 AI 시대의 CPU 시장에서 다시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2026년 6월 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오랜 기간 반도체 업계에서 컴퓨터와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을 지배해 온 인텔(NASDAQ: INTC)은 경쟁사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NASDAQ: AMD)를 앞서며 다음 단계의 시장 변화도 주도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업계는 예상 밖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래픽카드가 일상적인 PC 업무 처리에는 전통적인 CPU보다 적합하지 않더라도, 대규모 데이터셋에서 반복적인 연산을 처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AI 작업에 이상적인 장치로 부상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엔비디아(NASDAQ: NVDA)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특히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미 해당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엔비디아의 GPU는 AI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병렬처리 성능을 제공하는 데 손쉽게 활용됐다.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모든 서버는 여전히 CPU를 필요로 하지만, 한동안 CPU는 사실상 부차적인 존재로 취급됐다. 시장 추정치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현재 AI 가속기 시장 점유율은 최소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술 업계의 흐름은 계속 바뀌고 있다. AI 워크로드의 성격이 진화하면서, AI 데이터센터에서 CPU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이 최근 공개한 제온 6+ Xeon 6+ CPU는 “고밀도, 스케일아웃 워크로드”를 위해 설계됐다고 강조된다. 스케일아웃은 여러 서버를 수평적으로 늘려 처리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규모 AI 인프라에서 중요한 구조다. 인텔은 이 제품을 추론(inference) 중심의 에이전틱 AI 인프라에 적합한 솔루션으로 제시하고 있다. 에이전틱 AI는 명령을 받아 단순 답변을 넘어 행동과 판단까지 수행하는 차세대 AI 활용 형태를 뜻한다.
AMD 역시 데이터센터 CPU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AMD는 이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35% 성장해 연간 1,2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성장의 중심에는 에이전틱 AI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CPU의 역할이 다시 확대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CPU 전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이 전쟁의 승자는 인텔과 AMD 가운데 누구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시장은 흔히 예상하는 쪽과는 다른 쪽에 더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다.
같은 사업, 매우 다른 회사
인텔은 여전히 세계 CPU 시장의 선두주자다. CPU Benchmark 자료에 따르면 인텔의 글로벌 CPU 시장 점유율은 60%다. 그러나 추세는 분명하다. 10년 전만 해도 인텔의 CPU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이었지만, 현재 AMD의 점유율은 38.5%까지 올라왔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의 결과만은 아니다. 인텔은 오랜 기간 여러 문제에 발목이 잡혔고, AMD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며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인텔의 어려움은 사실상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텔의 자체 파운드리1는 10나노미터 프로세서 칩을 대량으로 정상 생산하지 못했고, 그 결과 당초 예상보다 훨씬 오래 14나노미터 칩에 의존해야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나노미터 수치는 칩 내부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뜻하며, 수치가 작을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넣을 수 있어 성능과 전력 효율이 좋아진다. 이후에도 생산 차질은 이어졌다. 인텔은 2020년 7나노미터 칩 대량 생산을 시도했지만, AMD는 이미 그보다 2년 앞선 시점에 협력 파트너인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NYSE: TSM)의 도움으로 해당 칩을 시장에 내놓은 상태였다.
이 시점부터 AMD는 인텔의 CPU 시장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잠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공급망을 뒤흔들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2021년 인텔은 다시 모멘텀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았고, 그 해법으로 파운드리 사업 확대와 외부 고객을 위한 위탁생산 서비스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전략도 순탄하지 않았다. 수요 부족으로 일부 예정 공장 건설이 취소됐고, 인텔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인 립부 탄(Lip-Bu Tan)은 2025년 관련 계획을 축소하기 직전 “지난 수년간 회사가 너무 많은 투자를 너무 일찍 했다”고 말했다. 그 후유증과 재무적 부담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AMD는 자신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며 비교적 우회적으로 성장했다. AMD는 제조를 외부 파트너인 TSMC에 맡기는 방식을 유지했고, 그 결과 TSMC가 주도한 공정 개선의 혜택을 함께 누렸다. AMD의 리사 수(Lisa Su) 최고경영자도 최근 대만의 AI 칩 산업에 1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는 사실상 TSMC와 관련된 투자로 해석된다. 즉 AMD는 설계 역량에 집중하고 생산은 검증된 파트너에게 맡기는 전략을 고수한 셈이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AMD의 행보는 눈에 띈다. 올해 후반 데뷔할 예정인 AMD의 MI450 GPU는 최대 432GB의 고대역폭 메모리와 초당 19.6TB의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한다. 이는 가격대가 비슷한 엔비디아 제품군의 상당수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대역폭은 데이터가 이동하는 속도이며, AI 연산에서는 이 수치가 높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결국 제품 경쟁력은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인텔의 매출은 지난해 정체 이후 2026년 1분기 7% 증가에 그쳤지만, AMD는 2025년 매출이 34% 늘었고, 2026년 1분기에는 성장률이 38%로 더 빨라졌다.
“더 낫다”가 곧 “지금 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인텔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인텔은 분명 AI CPU 시장에서 일정한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AMD 역시 같은 시장에 진입할 것이고, 적어도 인텔만큼은 해낼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현재까지 드러난 흐름만 보면, AMD가 인텔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인텔은 지난 10년에 걸친 개발 지연과 잘못된 의사결정의 후유증을 아직 정리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AMD가 더 유망해 보인다고 해도, 지금 당장 매수 적기라는 뜻은 아니다. 최근 몇 달간 두 종목 모두 CPU의 중요성이 AI 산업에서 다시 커진다는 기대감에 큰 폭으로 올랐다. AMD의 경우 현재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의 4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상당히 높은 밸류에이션이다. 따라서 AMD에 투자하려는 경우에는 더 매력적인 진입 시점을 기다리는 전략이 보다 신중할 수 있다.
“AI CPU 전쟁의 승자는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제조 역량, 공급망 안정성, 제품 출시 속도, 그리고 밸류에이션까지 모두 시장의 선택을 좌우할 수 있다.”
지금 AMD 주식을 사야 할까
AMD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한 가지를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 모틀리 풀의 Stock Advisor 애널리스트 팀은 최근 현재 매수하기 좋은 10개 종목을 선정했는데, AMD는 그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목록에 포함된 종목들은 향후 수년간 큰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주장된다. 다만 과거 사례로 볼 때, 2004년 12월 17일 넷플릭스가 이 목록에 올랐을 때 1,000달러를 투자했다면 현재 가치는 443,191달러가 되었고, 2005년 4월 15일 엔비디아가 포함됐을 때 같은 금액을 투자했다면 1,258,838달러가 됐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Stock Advisor의 누적 평균 수익률은 941%로, S&P 500의 206%를 크게 웃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는 투자 판단이 아니라 과거 성과에 대한 설명일 뿐이며, 시장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인텔과 AMD의 경쟁은 AI 시대의 CPU 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확대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GPU가 AI 혁명의 출발점을 열었다면, CPU는 이제 데이터센터의 운영 효율과 추론 처리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는 국면에 들어섰다. 인텔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려 하고, AMD는 민첩한 전략과 기술력을 앞세워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향후 몇 분기 동안의 실적과 밸류에이션 변화가 두 회사의 주가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 파운드리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않는 기업의 주문을 받아 칩을 생산하는 위탁생산 공장을 뜻한다.
* Stock Advisor 수익률은 2026년 6월 8일 기준이다.
제임스 브럼리(James Brumley)는 본문에 언급된 종목에 대해 보유한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 모틀리 풀은 AMD, 인텔, 엔비디아, TSMC의 주식을 보유하거나 추천하고 있다. 본 기사에 담긴 견해는 작성자의 것이며 나스닥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