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또 한 번 기존 월가의 관행에 도전하고 있다. 로켓과 위성 제조사 스페이스X가 이번 주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다른 어떤 상장 사례와도 다른 방식으로 역대 750억 달러 규모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6월 8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월가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절차를 여러 측면에서 바꾸며, IPO 시장의 기존 공식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이번 상장의 핵심은 주당 135달러로 제시된 가격이 사실상 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는 투자자들과의 로드쇼 미팅에 앞서 이미 가격을 정해 놓았으며, 이는 수요를 확인한 뒤 공모가 범위를 정하는 전통적 방식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Renaissance Capital의 IPO 전략 담당 수석인 맷 케네디는 이에 대해 “이는 정상적인 IPO 절차에서 확실한 이탈이다. 통상적으로 가격 범위는 투자자에게 출발점을 제공하고, 회사는 로드쇼 기간 투자자들의 반응에 따라 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정된 가격에서 출발하면 로드쇼는 가격 발견 과정이라기보다 판매 과정에 더 가까워진다”고 설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머스크가 로드쇼에 직접 참석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는 초기 행사 중 한 곳에서 막판 추가된 일정으로 화상 연결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IPO 로드쇼는 경영진이 투자자들과 만나 기업가치와 공모 구조를 설명하고 수요를 점검하는 과정이지만, 스페이스X는 이 과정마저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가격 전략의 성패는 결국 시장 수요에 달려 있으며, 최종 공모가는 6월 11일에 정해지고 다음 날 나스닥에서 거래가 시작될 예정이다.
■ ‘월가’가 아닌 ‘메인 스트리트’에 문을 여는 스페이스X
스페이스X는 주식 접근 대상 자체도 바꾸고 있다. 대형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짜인 기존 IPO와 달리, 개인 투자자에게도 상당한 물량을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백만 달러를 투자할 수 없는 소액 투자자는 IPO 참여 기회가 제한적이지만, 스페이스X는 전체 공모 물량의 최대 30%를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론 머스크의 강력한 팬층을 활용하려는 이례적인 시도다.
Annex Wealth Management의 수석 경제전략가 브라이언 제이컵슨은 “개인 투자자 배정 물량이 너무 커서, 아마도 이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열망 자체를 일종의 안전판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 투자자 비중 확대는 흔히 리테일 배정이라고 불리며, 월가에서는 대체로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나스닥 지수 편입 규정이 변경되면서 스페이스X가 나스닥 100에 빠르게 편입될 가능성도 열렸다. 나스닥 100은 나스닥 상장 주요 대형 기술주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대표 지수로,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와 투자자들은 편입 종목을 자동으로 매수해야 한다. 다만 S&P 500은 단기적으로 스페이스X에 문을 열지 않을 전망이다. 지수 산출 기관이 적자 기업도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아직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 내부자 조기 매각 허용… 일반적 락업 구조와 달라
스페이스X 직원들은 통상적인 6개월 제한 기간이 끝나기 전에, 보유 주식 일부를 단계적으로 매각할 수 있게 된다. 관련 공시에는 이러한 조항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로켓 제조사가 내부자 매도가 한꺼번에 몰려 주가를 압박할 위험을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IPO에서는 상장 직후 내부자들의 대규모 매도가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일정 기간 주식 매각이 제한된다. 이러한 제한은 흔히 락업(lock-up) 기간이라고 부르며, 통상 상장 후 약 6개월 동안 유지된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예외적인 구조를 택했다. 상장 물량도 거의 전부 신주, 즉 기존 주주 매각이 아닌 회사가 새로 발행하는 주식으로 구성된다. 이 역시 일반적이면서도 완전히 낯선 방식은 아니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특히 이례성이 두드러진다. 머스크 본인은 약 1년간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 머스크는 지분을 내놓아도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
머스크는 일부 주식을 매각하지만, 회사 통제권은 사실상 내려놓지 않는다. 전통적 IPO는 기업 지배구조를 점차 분산시키는 계기가 되지만, 기술 창업자들은 종종 슈퍼 의결권 주식 구조를 통해 과도한 영향력을 유지한다. 스페이스X의 경우 머스크는 IPO 이후에도 회사의 결합 의결권의 85.1%를 보유하게 되는 것으로 투자설명서에 나타났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머스크는 본인의 동의 없이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해임될 수 없으며, 스페이스X는 주주가 경영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드는 여러 지배구조 조항도 추가했다. 여기에는 특정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최소 지분 요건과 주주 제안에 대한 제한 등이 포함된다. 즉, 상장은 했더라도 실제 경영 통제는 사실상 머스크에게 남아 있는 구조다.
■ ‘존재하지 않는 사업’에 베팅하는 투자자들
많은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를 특정 기술보다 머스크 개인에 대한 베팅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로이터는 75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대해 약 1,5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요가 몰렸다고 전했다. 이는 시장이 기업의 현재 실적보다 창업자의 비전과 브랜드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스페이스X의 핵심 사업이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 존재하게 될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회사는 적자를 내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 컴퓨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있다. 또 중요한 계획 중 하나는 우주에 태양광 기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계획은 미래형 사업 모델로 주목받지만, 실제 수익화 가능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스타링크(Starlink) 위성 인터넷 사업이지만, 이 역시 아직 시장 확대와 성능 검증이 진행 중이다. 더 나아가 스페이스X의 미래 성공은 아직 시험 단계에 있는 거대 로켓 스타십(Starship)에 크게 달려 있다. 스타십은 장기적으로 우주 수송과 화성 탐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상업적·기술적 불확실성도 동시에 안고 있다.
다만 회사의 존재 목적 자체는 분명하다. 스페이스X는 자사 목표를 두고
“우리의 임무는 인류를 다행성 종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과 기술을 구축하고, 우주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며, 의식의 빛을 별들로 확장하는 것”
이라고 설명한다. 이 문구는 이번 IPO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기술과 우주개발에 대한 거대한 서사를 시장에 제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시장과 IPO 관행에 미칠 파장
이번 스페이스X 상장은 향후 대형 비상장 기술기업들의 IPO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공모가를 사전 확정하고, 개인 투자자 배정을 크게 늘리며, 내부자 매각 제한을 완화하는 방식은 전통적 투자은행 중심의 IPO 절차를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나스닥 100 편입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인덱스 추종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가 상장 직후 강한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S&P 500 편입이 어렵고, 수익성도 확보되지 않은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실적과 사업화 속도가 주가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상장은 머스크의 영향력, 스페이스X의 미래 사업성, 그리고 월가의 기존 IPO 관행이 충돌하는 상징적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