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15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우려에 크게 흔들리며 일제히 급락했다. S&P 500 지수는 1.17% 내렸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96% 하락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100 지수는 1.64% 떨어졌으며, 6월물 E-미니 S&P 선물은 1.07%, 6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48% 각각 하락했다.
2026년 5월 15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증시 약세는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의 매도세와 국제유가 급등이 맞물리며 심화됐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 원유 공급이 조만간 정상화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고,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도 사실상 봉쇄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공급 차질 우려는 유가와 물가 기대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이날 WTI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1.5주 만의 최고치까지 치솟으며 3% 넘게 상승했다. WTI는 미국 서부텍사스산 경질유로, 국제 유가 흐름을 대표하는 기준 유종 중 하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날 월간 보고서에서 3월과 4월 글로벌 원유 재고가 하루 약 400만 배럴의 속도로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분쟁이 다음 달 끝나더라도 시장은 10월까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차질로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이미 약 5억 배럴 줄었으며, 6월까지 최대 10억 배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채권시장도 압박을 받았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인 10년물 T-노트 수익률은 4.566%로 8.4bp 상승했고, 장중 한때 11.75개월 만의 최고치인 4.569%까지 올랐다. 여기서 bp는 베이시스포인트의 약자로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여 채권 가격을 끌어내리고,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것으로 해석됐다. 시장은 오는 6월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을 2%에 불과한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도 매도세를 부추겼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5월 엠파이어 제조업지수는 기업활동 일반여건이 8.6포인트 급등해 4년 만의 최고치인 19.6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7.2 하락 전망과 정반대의 결과다. 4월 제조업 생산 역시 전월 대비 0.6% 증가해 예상치 0.2%를 웃돌았고, 증가 폭은 14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강한 제조업 지표는 경기 둔화 우려를 낮추는 반면, 물가 압력을 키워 채권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약세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
해외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유로스톡스 50은 1.75% 내렸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주 만의 최저치로 밀리며 1.02% 하락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 역시 1주 만의 최저치로 내려가 1.99% 떨어졌다. 유럽 국채금리도 상승해 10년물 독일 국채금리는 15년 만의 최고치인 3.143%를 기록했고, 10년물 영국 길트 금리는 거의 18년 만의 최고치인 5.172%까지 뛰었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11일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25bp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88%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증시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기술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ARM 홀딩스는 7% 넘게 급락해 나스닥 100 하락 종목을 이끌었고, 인텔도 7% 이상 빠졌다. 램리서치, ASML,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5% 이상 하락했고, 엔비디아는 4% 넘게 밀리며 다우존스 구성 종목 중 하락 폭이 컸다. AMD, KLA, 브로드컴은 3% 이상 내렸고, 마벨테크놀로지,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텍사스인스트루먼트도 2% 이상 하락했다. 최근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따른 차익실현에 더해, 금리 상승이 고밸류에이션 기술주에 부담을 주는 모습이다.
광산주도 금, 은, 구리 가격 급락 여파로 약세를 보였다. 헤클라 마이닝, 코어 마이닝, 앵글로골드 아샨티는 7% 넘게 떨어졌고, 프리포트맥모런과 서던코퍼는 6% 이상 하락했다. 배릭마이닝과 뉴몬트도 5% 넘게 내렸다. 반면 유가 상승의 직접 수혜가 예상되는 에너지 생산·서비스 기업들은 강세를 보였다.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은 2% 이상 상승했고, 코노코필립스, 데본에너지, 필립스66, 마라톤페트롤리엄, 다이아몬드백에너지, 셰브론은 1% 이상 올랐다. 항공사와 크루즈 업종은 연료비 부담 확대 우려로 약세를 이어갔다. 유나이티드항공홀딩스, 델타항공, 카니발은 2% 이상 내렸고, 로열캐리비안,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홀딩스, 아메리칸항공그룹, 알래스카에어그룹, 사우스웨스트항공도 1% 이상 하락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실적과 자본제휴 소식이 주가를 갈랐다. 디지털 결제업체 Dlocal은 1분기 주당순이익(EPS) 14센트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 17센트를 밑돌며 8% 이상 급락했다. 브라질 핀테크 기업 NU 홀딩스는 1분기 매출이 49억7,000만달러로 예상치 50억4,000만달러에 못 미치면서 5% 이상 하락했다. 반면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는 연간 매출 전망을 14억2,000만~14억3,000만달러로 상향해 기존 13억7,000만달러와 예상치 13억7,000만달러를 웃돌며 11% 이상 뛰었다.
덱스컴은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지분을 확보하고 이사회에 독립이사 2명을 선임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소식에 6% 넘게 오르며 S&P 500 상승 종목을 이끌었다. 파파존스 인터내셔널은 로이터통신이 이스 캐피털이 회사를 비상장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뒤 5% 이상 상승했다. C.H. 로빈슨 월드와이드는 시티그룹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199달러로 제시한 뒤 3% 이상 올랐다.
이번 장세는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자극하고, 그 여파가 곧바로 금리와 주식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전형적인 위험회피 국면으로 해석된다. 특히 기술주와 항공주처럼 금리와 연료비에 민감한 업종은 추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에너지 관련 종목은 유가 강세가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 상대적 우위를 보일 수 있다. 다만 시장이 6월 FOMC와 ECB 회의를 앞두고 금리 전망을 빠르게 재조정하고 있어, 향후 변동성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실적 발표 예정은 2026년 5월 15일 기준으로 액튜에이트 테라퓨틱스, 어라이브 AI, ARS 파마슈티컬스, 브라이트 마인즈 바이오사이언스, 팔콘스 비욘드 글로벌, 고사머 바이오, 루멘트 파이낸스 트러스트, 마우이 랜드 앤 파인애플, 넥스포인트 디버시파이드 리얼 이스테이트 트러스트, 피카드 메디컬, RBC 베어링스, 스미스-미들랜드 등이다.
보도 시점 현재 필자 리치 애스플런드는 본문에 언급된 증권에 대해 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 이 기사의 모든 정보와 수치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시장 참여자들은 금리·유가·인플레이션 지표와 중앙은행의 정책 신호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