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유럽 증시 약세…STOXX 600, 주간 하락 마감

유럽 증시 벤치마크인 STOXX 600이 미국과 이란의 대치로 인한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우려에 흔들리며 5월 15일(현지시간) 하락 마감했고, 주간 기준으로도 손실을 기록했다.

2026년 5월 15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범유럽지수 STOXX 600은 전장보다 1.5% 내린 606.92포인트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 연속 상승세를 끝냈다. 독일 증시의 대표 지수인 DAX는 지역 주요 증시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으며, 이날 2.1% 하락했다. 여기서 DAX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된 대형주 30개를 중심으로 산출되는 지수로, 독일 경기와 유럽 전반의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여겨진다.

이번 주 유럽 증시는 기업 실적 호조와 반도체 종목 강세에 힘입어 상승 모멘텀을 보였지만,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를 압도했다. 전력·연료·원자재 비용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가 증가하고,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로 파급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구조는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비중이 큰 유럽 경제에 더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산업별로는 소재 섹터가 5.1% 급락하며 하락폭이 가장 컸다. 금속 가격이 약세를 보인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소재 업종은 철강, 비철금속, 화학, 건축자재 등 원자재와 밀접한 기업들을 묶는 분야로, 경기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또한 방산 섹터는 3.6% 하락해 개별 섹터 가운데 이번 주 가장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반도체 종목들도 최근의 랠리를 잠시 멈췄다. ASMLAixtron은 각각 4.4%, 6% 하락했다. 반도체주는 인공지능, 전기차, 첨단 제조업 투자 기대에 따라 최근 강세를 보여 왔지만, 위험회피 심리가 커질 경우 차익실현 매물이 먼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이날 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이틀간 회담을 마쳤지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해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고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을 향한 자신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수송로로, 이 구간의 긴장은 곧바로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이클 휴슨 iForex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가격은 사실상 유럽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시장은 이미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유럽과 미국에서 나온 물가 지표 역시 에너지 비용 상승이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에 서서히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말까지 최소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으며, 채권시장에서도 매도세가 나타났다.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수익률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자산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글로벌데이터 TS 롬바드의 다니엘 폰 아흘렌 선임 거시전략가는 “외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집약적인 제조업 비중이 큰 시장일수록 더 큰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럽 증시에서 특히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제조업 중심 국가의 업종별 차별화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기 민감주도 압박을 받았다. 은행주는 6% 하락했으며, BNP 파리바도이체방크는 각각 3%, 2.6% 떨어졌다. 은행주는 경기 둔화와 금리 전망 변화, 신용위험 확대에 민감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영국에서는 정치 불확실성도 시장 부담으로 작용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주요 경쟁자로부터 리더십 도전에 직면하면서 권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자 투자심리가 약화됐다. 이에 따라 런던의 대형주 중심 FTSE 1001.7% 하락했고, 내수 비중이 더 높은 중형주 지수는 1% 내렸다. 일반적으로 FTSE 100은 글로벌 대형 기업 비중이 높고, 중형주 지수는 영국 내 경기와 소비 흐름을 더 민감하게 반영한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LVMH가 패션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매각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1.1% 하락했다. 스텔란티스는 중국 둥펑과 약 10억 유로(11억6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푸조지프 브랜드 차량을 생산하기로 했지만, 주가는 4.2% 떨어졌다. 이 같은 대형 계약은 장기적으로 생산체계 재편과 중국 시장 대응에 의미가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지배구조, 파트너십 구조에 대한 시장 평가가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이탈리아 반도체 기업 테크노프로브는 2026년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32.3%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실적 가시성과 향후 수요 기대가 동시에 개선된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방어적 분위기 속에서도 개별 기업의 전망 상향이 강한 주가 반등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주 유럽 증시 흐름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가와 금리, 업종별 성과를 어떻게 동시에 흔드는지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중앙은행의 긴축 기대가 커지고, 이는 채권과 주식의 동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중동 긴장이 완화되고 에너지 공급 우려가 낮아질 경우, 소재·은행·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일부 되돌림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당분간은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정책 불확실성이 유럽 시장의 핵심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